사람은 자기 자신을 얼마나 정확히 바로 볼 수 있을까 거울을 보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어~ 할 때가 더러 있다 이게 내 모습인가 싶어하는 정도를 넘어 영 아니지싶을 때도 있다 늘 마주 하는 겉모습의 경우가 이럴진대 하물며 눈앞에 보이지 않는 그 정체성의 경우야 더 말해 무엇할까 쉽지 않은 일일 터다

너 자신을 알라 2500년 전 그리스 사람 소크라테스가 했다는 말이다 소크라테스같은 현인조차도 스스로의 모습을 바로 보는 일이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사실 도깨비는 그리기 쉬운 법이더라고 눈에 보이지 않아 스스로에 의해 이리저리 덧칠되었기 십상인 자신의 본 모습을 바로 볼 수 있기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붙잡기 힘든 자신의 모습이지만 다른 사람을 통해서는 아주 쉽게 그 정체성이 드러나곤 한다 다른 사람의 단점과 약점을 지적하다 그게 실은 스스로의 한계이자 문제였음을 알게 되었을 때 느끼게 되는 당혹감이란.. 남의 눈에 티는 보면서 자기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한다는 건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리라.

오늘 어느 모임에 들렀다가 비슷한 경험을 했다 그게 아니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렇게 말하는 이의 한계가 보였다 그리고 그것은 지난 수 년 동안 언죽번죽한 변명으로 일관해온 나의 한계였다 다른 사람한테서는 저렇게 선명하게 보이는 문제를 왜 자신으로부터는 볼 수 없었던 것일까

답은 아주 간단하다 문제와 마주하기를 애써 피한 때문이다 그 한계와 맞설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고 더 정확히는 그 한계를 인정하고 그것을 견디는 일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유가 분명해졌다면 그렇다면 이제 문제는 해소되었는가 아니다 스스로의 한계를 직시하는 일은 여전히 어렵고 두렵다 이 글이 요령부득일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통신보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