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소매상' 유시민이 돌아왔다. 이번에는 '제16, 17대 국회의원',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대한민국 헌법[각주:1]을 들고서다. 정치의 계절이 멀지 않았다는 의미일 터다.


유시민

지식소매상 유시민과 정치인 유시민 사이


그런데, 역시 유시민이다. “진보정당, 죄인이 미운 나머지 촛불까지 외면하진 말라”
말장난부터 시작한다.
 

유 전 장관은 자신의 비판에 대한 진보정당의 반발과 관련 “깜깜한 어둠 속에서는 죄 많은 사람이 손에 든 촛불이라도 때로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죄인이 미운 나머지 촛불까지 외면해버린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 http://www.dailyseop.com/section/article_view.aspx?at_id=98505 (이하 동일)


유시민 전 장관이 그가 새롭게 펴낸 책, 후불제 민주주의에서 하고 있다는 말이다. 재밌다.

도대체 선한 사람들은 다 어디 가서 뒈지고 없길래, 저 깜깜한 어둠 속에서 하필이면 저 죄 많은 넘이 촛불을 들고 있어야 했을까? - 지금 무슨 영화 찍냐?

죄 많은 사람이 들고 있는 촛불이 도움이 될 수 없는 것은, 그래서 외면하는 것은 죄인이 미워서가 아니라, 그 넘이 언제 촛불 가지고 장난 칠 줄 모르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차라리 깜깜한 데 있는 길을 택하는 게 더 낫다. 아니면 내가 켜거나. 안타까워 할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게다가 촛불의 효용은 그리 오래 가는 게 아니다. 외면하는 정도에서 그칠 게 아니라 죄인이 든 촛불을 아예 끄고 어둠에 익숙해지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나은 정도를 넘어 더 근본적인 대책일 수도 있다. - 비유로 흥한 넘 비유로 망하는 법이다.

버뜨! 여기서 그친다면 당근 유시민이 아니다. 새겨야 할 말도 했다.
 

유 전 장관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등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소위 ‘진보적 정책정당’은 이념적 편협함과 경직성이라는 비슷한 질병을 앓고 있다”며 “당 안팎에서 경쟁하는 정치세력에 대한 도덕적 비난의 과격함과 자기성찰의 부족이 마치 이념적 투철함의 발로인 것처럼 통용되는 한, 진보 정당이 국민 속에 뿌리내리기는 앞으로도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는 “민노당은 열린우리당과 참여정부를 ‘신자유주의 세력’ 또는 ‘짝퉁 진보’라고 공격했다”며 “그 ‘짝퉁’이 ‘짝퉁’임을 폭로하면 ‘명품 진보’ 민노당의 대중 기반이 강화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고 진보진영 전체의 지지율 동반 하락 현상을 지적했다.
유 전 장관은 “진보 정당이 국민 속에 뿌리내리려면 무엇보다 먼저 가까운 이웃을 친구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진보 정당들은, 내부에서는 많은 성찰과 자기비판을 하는지 몰라도, 밖에서 보기에는 외부의 비판에 대해서 귀를 닫은 정당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는 지나치게 현상만에 주목한 결과다. 중요한 사실이 간과되어 있다. 유시민이 말한 '진보 정당'은 '이른바 진보' 정당, 곧 '자칭 진보' 정당일 뿐이다.

이거 모를 리 없는 유시민이다. 그런데, 왜 이러실까?

간단하다. 이번에는 진보 정당이 이용해먹을만하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지난 번에는 노무현과 개혁당이 이용할 가치가 있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헛소리라고? 그렇다면 당신은 아직 '순진한'이다.


그는 “인기 없는 대통령의 예상치 못한 제안들은 거의 언제나 엄청난 정치적 역풍을 일으켰다”면서 “그러나 모두 대통령의 의도 자체를 의심하고 비난하는 상황에서 나까지 공개적으로 그런 말을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대통령과 함께 비판의 소나기를 맞는 쪽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노무현의 괴벨스'라는 표현에 걸맞는 발언이다. 잘 못 한 거면 대통령 할애비라도 잘 못 한 거지, 차마 자신만은 반대 의견을 피력할 수 없었다니 이건 또 무슨 헷소린지 모르겠다. 소나기가 오리라는 것 뻔히 알고 있었다면서 일부러 쫓아가 소나기를 맞고 자빠졌을 이유는 없는 일이겠기에 하는 말이다.

- 그렇게 할 일이 없었나? 소나기 맞는 놀이나 하고 있을만큼?

그러나 역시 유시민이다. 소나기를 함께 맞아주는 데는 이유가 있다. 유시민이 괴벨스와 다른 것은 유시민은 소나기 정도는 기꺼이 맞아줄 수 있지만, 결코 노무현과 함께 죽지는 않는다는 점에서다.

유시민은 '괴벨스의 길'에서 이렇게 빠져나간다.
 

유 전 장관은 노 전 대통령이 임기가 거의 다 끝나가던 무렵 “유 장관, 일부러 그러려고 했던 적은 없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계몽주의에 빠지는 오류를 저질렀던 것 같아”라고 토로했다고 소개했다


멋지다. 저 계몽주의에의 오류는 그러니까 노무현의 문제였던 셈이다. 만쉐이~



유시민의 후불제 민주주의

유시민의 후불제 민주주의

 


 

<덧붙이는글> 이 글은 유시민의 책을 소개하는 기사(광고)를 보면서 언듯 떠오른 생각을 적은 인상비평입니다. 이 글에서 애써 논리 찾고 할 필요 없다는 뜻입니다.
그나저나, 이 책을 사봐야 하는 건지 말아야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주문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아마 오늘 밤이 고비지 않을까싶습니다.  ^^
 
  1. 후불제 민주주의 : 유시민의 헌법 에세이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