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 world 다이렉트샵 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국내 1위 통신업체인 SKT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입니다. 온라인 쇼핑은 주로 오픈마켓을 이용하지만 귀차니즘이 발동할 때는 가끔씩 이용하는 곳입니다.

 

특히 스마트폰 기기변경할 때는 오프라인 매장보다는 T world 다이렉트샵에서 하곤 합니다. 특별한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인터넷에서 주로 업무를 보다보니 오프라인 매장 찾아가고 하는 일이 귀찮아서입니다.

 

이번에 아이폰7플러스로 기기를 변경하면서도 T world 다이렉트샵을 이용했습니다. 그 사은품으로 며칠 전 T world에서 쿠폰을 하나 보내왔습니다. T world 다이렉트샵에서 이용 가능한 3만원짜리 쿠폰이었습니다.

 

오늘 맘 먹고 T world 다이렉트샵에 들어갔습니다. 필요한 상품 몇 개를 골라서 보관함(장바구니가 아니고 보관함입니다. 이름이 왜 장바구니가 아니라 보관함인지는 나중에 알았습니다)에 담았습니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합니다.

 

 

SKT Tworld 다이렉트샵 이용후기, 있는 넘이 더 한다SKT Tworld 다이렉트샵 이용후기, 있는 넘이 더 한다

 

 

네, 그렇습니다.

 

'주문하기' 메뉴가 없습니다. 보관함에 있는 상품을 결제할 수 있는 메뉴 자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순간 당황했습니다. 이걸 어떻게 결제하라는 거지..

 

한참을 헤맨 끝에, 그래도 확인할 길이 없어서 결국 T world 다이렉트샵에 전화를 했습니다. 그런 다음 알았습니다. T world 다이렉트샵에는 보관함에 담아둔 상품을 한꺼번에 결제할 수 있는 방법 자체가 없습니다.

 

답변을 듣고서도 그냥 이상하다는 생각만 잠깐 했습니다. 왜 이러지.. 뭔가 이상하네.. 하는 그런 생각이요. 그러다 결제를 진행하면서 이내 그 이유를 알았습니다. 

 

SKT가 사은품으로 내보낸 쿠폰 때문이었습니다.

 

이번에 아이폰 신규나 기기 변경 접수를 하면서 SKT는 쿠폰을 발행했습니다. 장바구니 상품을 일괄 결제하면 쿠폰 금액을 전액 다 '알뜰히' 사용할 수 있게 되는데, SKT는 이게 싫었던 겁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제 추측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시 전화를 해서 확인해봤습니다. 역시 예상은 크게 어긋나지 않았습니다. 쿠폰 발행 이전에는 일괄 결제를 할 수 있었습니다. 단일 결제만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바꾼 것은 10월부터입니다. 바로 SKT가 쿠폰을 발행한 직후입니다. 

 

쿠폰 사용과 관련하여 SKT는 여기서 두 가지 꼼수를 시전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일괄 결제를 없앱니다. 모든 상품은 단일 결제만 가능하게 만듭니다. 상품이 2개든, 3개든, 100개를 구입한다 해도 결제는 하나씩 하나씩 100번을 해야 합니다.

 

둘째는, 쿠폰 사용은 단 1회로 제한합니다. 예컨대, 3만원짜리 쿠폰을 갖고 있는 고객의 경우 1개의 가격이 3만원 이상인 상품을 사고 그 추가 금액을 더 지불하든지, 아니면 3만원 미만의 상품을 사고 나머지 차액은 버리든지 해야 합니다. 3만원짜리 쿠폰으로 1만원 상품을 결제해도 그 차액은 돌려주지 않습니다. 현금이 아닌 쿠폰으로도 반환이 안 됩니다. 나머지 2만원은 그냥 사라지는 시스템입니다. 

 

일반적으로, 쿠폰 사용에서 일정 금액까지는 현금으로든, 쿠폰으로든 돌려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현재 SKT가 하는 것처럼, 10원짜리 상품 하나만 구입해도 나머지 금액에 대한 쿠폰은 모두 무효로 하는 식의 제도를 사용하는 곳은,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없습니다.

 

쿠폰의 사용을 모듬 계산이 아닌 제품별 단일 상품에만 적용하도록 제한하는 곳 또한 찾기 힘듭니다. 특히나 이같은 일을 일부러 시스템까지 바꿔가면서 행하는 곳은 아마 전 세계적으로 봐도 SKT가 거의 유일하다고 봐야 할 겁니다.

 

 

SKT, 벌 때는 개같이 벌었어도 쓸 때는 정승처럼 쓰자

 

 

우리 말에, 있는 놈이 더 무섭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흔아홉 냥 가진 놈이 한 냥 가진 사람의 것을 빼앗으려 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가진 사람일수록 자기 잇속 챙기기에는 더 혈안이 되어 있는 세태를 빗대어 말하는 표현들입니다.

 

SKT는 우리나라 제일의 통신 사업자입니다. 그런 곳에서, 거저 받은 것도 아니고 고객이 제품 구매에 대한 사은품으로 정당하게 제공받은 쿠폰 사용을 이렇게 교묘한 꼼수로 제한하는 것은 부당할 뿐만 아니라 매우 저급한 상술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런 상술이 있었기에 돈을 모았고, 대기업이 되었노라 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설사 그렇다고 해도 이제 대기업이 되었다면 장사를 해도 거기에 걸맞는 '품격'을 지켜야 할 것입니다.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쓰라는 옛말이 있습니다. 이제는 개가 아닌 정승의 모습을 보여주는 그런 SKT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SKT Tworld 다이렉트샵의 꼼수 쿠폰 사용 정책이 한시바삐 정상화되기를 바라면서.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