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이 국민의당의 반대로 2일에서 5일로 늦춰질 모양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이마저도 실은 불투명한 상태다. 새누리당이 5일 본회의 일정에 동의하지 않으면 탄핵소추안은 자동폐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2일이든 5일이든, 아니면 8, 9일이든 이제 와서 표결 날짜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그 결과다.


단언컨대, 이번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부결된다.


왜인가?

물이 들어왔는데도 노를 젓지 않아서다.


물이 들어와서 배는 떴는데, 노를 저을 생각은 않고 서로 키만 잡겠다고 설레발이다가 결국 배가 다시 산으로 간 형국이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이다. 쇠는 달았을 때 쳐야 하고, 물이 들어왔을 때는 노를 저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박통에 대한 탄핵 건은 이미 그 때를 놓쳤다.


쇠는 식었고 물은 이미 빠진 뒤다. 이제 와서 표결에 붙인다 한들 통과될 리가 없다.


탄핵이 통과되지 않을 이유는 부지기수다.

그러나 딱 하나만 짚어 말한다면, 그것은 '노무현 탄핵 학습효과'다.


'탄돌이'라고 들어봤는지 모르겠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반대 열풍을 업고 '얼결에' 금배지 단 국회의원을 일컫는 말이다.


내로라 하는 중견 정치인들이 그 '탄돌이' 열풍으로 줄줄이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새누리당이 아무리 '새머리'를 가진 이들로 이루어졌다고는 해도 그래도 금배지 단 영감들이다. 객관적으로도 어지간한 야당 의원에 비해 두뇌 회전들 몇 배씩은 더 빠르다. 그런 이들이 노무현 탄핵 학습효과를 모를 리가 없다.


노무현 탄핵 학습효과가 말하는 바는 아주 심플하다.

배신하지 말라는 것이다.


'얼결에' 탄핵 줄에 섰던 새누리당 의원들, 이제 다들 제정신 돌아왔다. 배신을 밥먹듯 하는 야당에서도 '배신의 줄'에 선 결과가 얼마나 참혹했는지를 익히 지켜본 그들이다.


하물며 '정치적 배신'은 정치적 자폭에 다름아닌, 대통령까지 나서 공공연히 '배신'을 말하고 실제로 몸소 그 쓴맛을 보게 만드는 여당에 있어서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찬성 줄에 서는 순간, 그의 정치 생명은 그날로 끝난다.





그런데 그걸 알면서도 탄핵 찬성에 표를 던진다?

새누리당 의원이?

이 나라를 위해서?  

촛불 민심을 좇아서? 


믿고싶다면 그렇게 믿어도 좋다.


민심은 변한다.

촛불은 언젠간 꺼진다.


노무현 대통령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그때는 더 했다. 


경호실장 유시민은 도망갔고, 노무현 덕에 한몫 챙긴 한겨레와 오마이뉴스는 '잘가, 노무현'을 부르댔다. 노무현에 대한 반대 민심은 최악이었고, 탄핵안은 통과됐다.


하지만 그 민심은 이내 변했다.

그리고 그 민심이 이번에는 다시 예의 저 '탄돌이'를 탄생시켰다.

 

 

박근혜의 지지도 4%는 이미 바닥을 쳤다.

촛불 민심이 아무리 거세다고 해도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우리편심까지 억누르진 못한다.

 

게다가 '얼결에' 반은 정신줄 놓고 있던 새누리당 의원들도 이제 하나둘씩 제 정신줄을 챙겨가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이제 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통과되고 박통이 불명예 퇴진을 하고 나면, 그 탄핵 줄에 선 새누리당 의원 가운데 다은 국회에서 다시 보게 될 얼굴은 결코 없으리라는 것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부결되고 박통이 임기를 다 채우게 되어도 역시, 그 탄핵 줄에 선 새누리당 의원 가운데 다은 국회에서 다시 보게 될 얼굴은 결코 없을 것임을. 

 

그렇다면 이제 물어보자.

 

당신이 새누리당 의원이라면 탄핵 줄에 서겠는가?

제정신 가진 사람이면 그 줄에 안 선다.  


탄핵이 부결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덧>

야당은 그 좋은 시간들을 잔머리들 굴리느라 다 보냈다. 다시 오지 않을 시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