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사는 한쪽 말만 듣고 하는 게 아니다." 

송사에서 자주 듣는 말이다. 이런저런 하소연을 하는 소송 당사자의 얘기를 들어보면, 하나같이 그 사람 말이 맞게 들린다. 그런데 다른 당사자의 사정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번에는 또 그 사람 말이 더 맞는 말인 듯 보인다. 

"송사는 한쪽 말만 듣고 하는 게 아니다"는 말은 그래서 하게 되는 말이다. 어떤 사람이나 사안에 대한 판단 정죄를 할 때는 누군가의 말이나, 누군가가 전하는 한 쪽 이야기만 듣지 말고 양쪽 말을 다 들은 다음 해야 실수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인터넷에서도 비슷한 일을 자주 보게 된다. 더 정확히는, 인터넷에서는 더 자주 보게 된다. 특정 성향의 유저들이 진을 치고 있는 사이트의 커뮤니티에서는 특히나 이같은 현상이 두드러진다. 

최근 딴지일보를 중심으로 일어난 두 개의 사건이 이에 대한 좋은 사례다.

 

1. 첫번째 사건 : 딴지, 그런 회사 아닙니다?

발단은 딴지 벙커에서 일하던 주방장이 퇴사하면서 남긴 퇴사 후기 글이었다. 

 

늦은 퇴사 후기와 인사늦은 퇴사 후기와 인사

 

"늦은 퇴사 후기와 인사"라는 제목의 이 글에서 글쓴이는 자신이 "딴지 벙커 주방요원"이(었)고, 딴지 벙커에서 수습 주방장으로 3개월을 일했다고 밝히면서, 그 기간 동안 자신이 일하면서 겪은 딴지 내부의 불합리한 행태를 지적했다. 

그가 지적한 문제점은 크게 1. 근로계약서 미작성 2. 급여 미지급 3. 레시피 제공 4. 불완전 고용 등이었다.

이 글은 본 딴게이들의 반응은 당연히? 딴지 벙커에 대한 성토 일색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글쓴이가 지적하고 있는 사항들은 모두 이른바 '진보' 진영에서 보수 경영진을 비판할 때 거의 단골로 등장하는 문제점들이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진보임을 자처하는 딴지 니들마저 그럴 수가 있느냐는 토로였다.

딴지 수뇌부에 대한 해명과 사과 요구가 빗발치는 가운데, 오후 늦게 딴지 벙커에서 "벙커 팀장입니다"는 제목의 관련 글이 게시된다. 

 

 

딴지 벙커 측은 이 글을 통해 근로계약서와 급여 미지급 그리고 채용 과정 등에서 사실 관계가 많이 와전되어 있음을 밝히고, 유감과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러자 상황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벙커 팀장의 글은 진솔한 유감과 사과의 표명이 아닌 변명 글에 지나지 않는다며, 진정한 사과를 요구하는 글들이 여전히 많기는 하지만, 그 가운데는 딴지 벙커 측에 동조하는 글들도 하나 둘 눈에 띄기 시작한다.

 

딴지에서 무조건 사과해야 하나요딴지에서 무조건 사과해야 하나요

 

딴게이들 일부가 나서 딴지에서도 할만큼 하지 않았느냐며, 딴지가 무조건 사과해야 하느냐고 반문한다. 전 딴지 벙커 주방장도 제 할 말 했으니, 딴지 벙커에서도 할말은 하게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글도 있다. 그리고 이게 극히 일부의 의견이 아님은 추천과 반대 지수를 보면 거의 엇비슷하다는 데서 알 수 있다.

지금도 딴지 게시판은 딴지 벙커의 반진보적인 혹은 비진보적인 행태를 지적, 비판하는 글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딴지일보에서 탈퇴하겠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같은 분위기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옅어질 것이다. 그리고 이내 반반을 형성하다 결국은 진지를 가진 자가 승리한다는 결론에 이를 것이다.

 

 

사족 vs 사족 

 
바로 위에서 이 사건의 결론 또한 결국은 진지를 가진 딴지 벙커의 승리로 끝날 것이라는 결론에는 하나의 변수가 있다. 바로 딴지 벙커 팀장이 해명 글을 남기면서 마지막에 덧붙인 사족이 그것이다.

 

딴지, 그런 회사 아닙니다.딴지, 그런 회사 아닙니다.

  

"딴지, 그런 회사 아닙니다"는 딴지 벙커 팀장의 '마지막으로 덧붙인 한마디'는, 차라리 하지 않느니만 못한, 말 그대로 불필요한 사족이었다. 

그리고 이 사족 하나가 아마도 '딴게이들의 정의감'에 꽤 심한 내상을 입히지 않았을까싶다. 하루면 이내 잦아들 불길에 화염병 하나를 살짝 던진 형국인 셈이다. 사족은 언제나 불필요하다. 그러나 또 언제나 사람을 유혹하는 특성을 지닌 게 사족이다. (그래서 아래 내 글에도 사족이 달렸다.)

 

사족>

참고로, 송사를 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면서라도 말리고싶다. 이유는 하나다. 소송은 사람을 피폐케 하기 때문이다.

경험칙 하나를 말하자면, 소송은 결코 진실이 이기는 게 아니다. 소송에서 이기는 것은 대개는 진실이 아니라 완벽한 거짓이다. 왜냐면 소송의 승패는 결국 논리의 정합성에서 결정나기 때문이고, 완벽한 거짓은 언제나 진실보다 더 정합적이기 때문이다. 이견 있으신 분들 많으리라는 것 안다. 말 그대로 한 개인의 경험칙이다. 그 정도로 봐주시면 되겠다.

 

P.S.
2. 두번째 사건 : 연남동 식당 '모던이스트' 후기 (이 사건에 대한 이야기는, 퇴근 시간의 압박으로 인해 다음으로 미룬다. 이 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빠져서 글의 마무리가 살짝 이상하게 되었지만, 어쩔 수 없다. 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