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시기 인터넷실명제와 관련하여 선관위서 공문 하나가 팩스로 날아왔다.

'실명확인조치 이행명령'이라는 제목의 팩스에는 민주통신이 2006년 4월 5일자로 인터넷신문으로 지정되었으니 5월 25일까지 '이용자가 실명확인을 받도록 하는 기술적 조치'를 취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삽질도 이런 삽질이 없다.

아직 오픈 준비중인 사이트를 '인터넷언론'으로 지정하는 것도 웃기지만, 무엇보다도 민주통신을 인터넷언론으로 지정한 그 원칙과 기준이 무엇인지 나로서는 도무지 가늠할 길이 없다.

팩스를 보내온 영등포 선관위에 전화를 했다. 명령에 따른 이행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500만원의 과태료와 매 1일마다 50만원의 가산액을 물리겠다는 이야기만을 되풀이할 뿐, 민주통신이 인터넷언론으로 지정된 그 이유에 대한 말은 들을 수가 없다.

영등포선관위에 이행명령을 송달토록 한 서울시청의 사이버담당을 찾았다. 여전히 똑같은 답변이다. "법으로 해결하라!"는 것이 두 담당자의 한결같은 답변이다.

법이라..

좋은 얘기다. 나는 기본적으로 법이란, 비록 그것이 악법이라 할지라도 지켜야 한다고 믿는 사람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여기에도 최소한의 상식적인 조건은 전제되어야 한다. 내가 왜 그 법의 적용을 받아야 하는지, 내가 그 법의 테두리 안에 들어가게 된 근거가 무엇인지는 알아야 한다. 이것은 상식이다.

이같은 상식조차를 못 알아듣겠다면 예를 하나 들어보자.

최근 어떤 이 하나가 선거 유세중인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얼굴을 도루코로 그어버렸다. 검찰은 그에게 '살인미수' 혐의를 붙여 구속 기소했다. 이때 검찰은 당연히 그가 왜 살인미수의 죄로 구속 기소되는지에 대한 이유와 근거를 밝힌다. "당신은 내가 보기에 '살인미수자'에 해당하니 살인미수로 기소한다"고 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보자. 나는 지금 민주통신이 왜 '인터넷언론'이 되었는지, 어떤 근거와 기준에 의해 '인터넷언론'으로 지정되었는지에 대해 어떤 안내나 통보를 받지 못했다. 명령을 이행하고 말고는 그 다음 일이다.

도대체 내 자신이 왜 '공직선거법 제261조(과태료의 부과 징수 등) 제1항의 규정'의 대상이 되었는지를 모르겠다는데, 그래서 그 근거를 알려달라고 하는데 그게 왜 그렇게 힘들고 어려운 일일까?

지금 시각이 밤 9시다. 지금 나는 민주통신을 인터넷언론으로 '지정'했다는 인터넷선거보도 심의위원회인가 하는 곳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다른 이야기는 그곳 담당자와의 통화 후에 다시 올릴 생각이다.


<후기>
인터넷선거보도 심의위원회와의 전화는 내일 다시 한번 더 통화하기로 하고 끝났다. 다음 글 역시 내일의 통화 이후 정리해 올리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