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일에 쫓기느라 웹서핑에 소홀한 사이 '노현정'이라는 키워드가 인터넷 최고의 화두가 되어 있다. 그렇거나 말거나 관심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어느날 티비 채널을 돌리다가 마주친 한 프로그램에서 어떤 여성 진행자가 출연자의 '대가리'(이건 머리가 아닌 대가리가 맞다)를 내려치고 출연자들은 과장된 몸짓으로 떼굴떼굴 구르고 하는 걸 보면서, 그것이 늘상으로 '국민방송'임을 내세우는 KBS라는 걸 확인하면서, 참 어이없어 한 적이 있다. 국민의 혈세를 받아 운영하는 공중파를 저런 식으로밖에 사용할 수 없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여성 진행자가 지금 핫키워드로 인터넷을 달구고 있는 노현정 아나운서였다.

어느 네티즌의 말대로 지금 인터넷은 '노현정'이 대세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에 거부반응을 보이는 이들조차도 '노현정 현상을 거부한다'는 포스팅을 해대면서 노현정 신드롬을 일으키고 전파하는 일에 일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역시 마찬가지다.

에니웨이, 이 글을 쓰는 이유는 '하윤미' 때문이다. '노현정' 태그를 따라가다가 '하드윤미 김윤미 기자'가 쓴 '노현정 X파일' 관련 기사를 만났다.




바로 이 기사다. 여기서 첫번째로 내 눈길을 끈 것은 노현정이 아니었다. 기사의 쪽글에 달린 '하윤미'라는 이름이었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말인가싶었다. 이 기사에는 기사를 작성한 기자 이름이 '김윤미'로 분명하게 표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쪽글들은 김윤미 기자를 하나같이 '하윤미' 혹은 하윤미 기자'라고 칭하고 있었다.

하윤미, 하윤해 그리고 하윤태

얼마 전 김병준 전 교육 부총리의 논문 표절 시비를 불러 일으켜 결국 그를 낙마케 한 기사를 쓴 기자가 '하윤해'였다(위의 기사를 보면서 순간적으로 '하윤해 기자'를 '하윤미 기자'로 착각했다. 이 글을 쓰느라고 기사 검색을 통해 다른 이름이라는 걸 확인할 때까지도 그랬다. -_-). 이것이 내가 '하윤미'라는 기자 이름에 특별히 관심을 가진 이유였다.

갑자기 이슈의 중심에 서 있는 종씨 기자 두 사람을 만난 반가움이 그만큼 컸다는 이야기고, 그 반가움이 '노현정'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 것이라는 이야기다. 물론 '하윤미'는 전혀 종씨가 아닌 김씨로 확인되었기는 하지만 말이다. 참고로 하씨 성을 가진 이들 가운데는 '윤~'으로 시작하는 이름들이 꽤 된다. 선조 중에도 있고, 내 조카 중에도 있다. 조카 이름은 '하윤태'다.

흠.. 지금 내가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_-




다시 에니웨이, 위의 '하드윤미' 김 기자가 쓴 기사를 읽으면서, 그리고 기어이 그 원본 사진을 구해보면서 든 생각은 "아는 넘이 더 무섭다"는 사실의 재확인이다.

그렇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건 나와 내 주변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더 정확히는, 나를 잘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 의해 폭로되는 진실이 아닌 사실, 혹은 특정한 사건에 맞춰서 내 주변 사정에 밝은 이에 의해 저질러지는 사태의 본질과는 거리가 먼 인신공격성 폭로이다.

인간은 얼마나 야비할 수 있는가

'아는 사람'에 의한 폭로가 갖는 가장 큰 위험성은 그 폭로에 대한 대책이 전무하다는 사실에 있다. 이같은 폭로에는 누구라도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결과로 입게 되는 데미지 상처는 직접 당해보지 않고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깊고 크다.

'노현정 X파일' 건은 이같은 폭로 건의 전형적인 사례다. 여기서 폭로된 내용은 '노현정의 결혼'이라는 본질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물론 올려진 사진과 글의 행간을 읽다보면 올린 이의 의도는 읽힌다. 지금까지 사귀던 애인을 버리고 '부를 택했다'는 데 대한 반감이 그것이다.

이 사진과 글의 진실성은 아직 가려지지 않았다. 사진의 합성 여부조차도 확실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설사 이 사진과 글의 내용이 100% 사실이라고 해도 그렇다. 노현정이 '부를 택했다'는 사실과 '아는 남자'에 의해 저질러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폭로 사이에는 어떤 직접적인 연관도 없다. 있다면 폭로 뒤에 숨어 있는 한 인간의 음습하고 저열한 멘탈리티 뿐이다.




위의 그림은 인터넷에 떠도는 '노현정 X파일'의 마지막 부분이다. 도대체 사람이 얼마나 야비하고 저열하면 누군가를 '좀 더 알고 있다'는 사실을 이런 식으로 이용하게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언론이 그리고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그 이상의 자료가 더 있다. ... 하지만 공개는 하지 않겠다. 아직은 노양은 살아갈 날이 더 많기에."라는 마지막 멘트에 이르면 그 비열함에 울컥 구역질이 다 날 지경이다. 직접 당하는 당사자라면 아마도 치가 떨릴 일일 터다.

그런 점에서 만일 이 사진과 글을 올린 치가 노현정에 의해 '버려진 사람'이라면 노현정의 선택은 백번 잘한 일이다. 이 치는 언제라도 이같은 짓을 저지를 수 있는 치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큰 데미지만을 안길 사람이겠기에 하는 말이다.

그만 하자. 인간이 이렇게 야비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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