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인 편집국에 태극기와 일본 전범기를 합성한 사진이 걸려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시작은 기자협회보의 기사였다.
‘메갈 언론’ 낙인 찍고…기자 신상털이에 인신공격도
시사인 편집국 내부 모습 - 오른쪽 시계 아래에 문제의 '합성 전범기'가 걸려 있다.
일단 기사 제목이 '심하다' 할 정도로 쎘다.
이번 논란의 단초가 된 '메갈리아 사태'는 서로 다른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말 그대로 상대방이 있는 사안이었다. 그럼에도 시사인은 (보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특정한 어느 한 쪽 편의 손을 들어주는 (걸로 보이는) 기사를 썼다. 다른 한쪽에서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럼에도 기자협회보의 기사 제목은 "‘메갈 언론’ 낙인 찍고…기자 신상털이에 인신공격도"였다.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을 아예 작정하고 신상털이범 내지는 인신공격자로 '낙인 찍는' 제목이었다. 하물며 그 대상은 시사인의 독자들이었다. 독자들로서는 부글부글 끓어오를만도 했다.
게다가 기사는 여기에 제대로 불까지 붙였다. 기사에 쓰인 시사인 편집국의 내부 사진에 태극기가 합성된 전범기의 모습이 보인 것이다. 당장 엄청난 논란이 일었고, 이같은 사실은 SNS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다. 급기야 기자협회보는 전범기가 빠진 사진으로 기사를 수정하기에 이르렀다.
문제의 전범기는 기사에서 사라졌지만, 진짜 문제는 그 다음에 일어났다.
시사인 고제규 편집국장이 페이스북에 '오해 없으시기 바란다'는 해명 글을 올렸다.
'오해 없으시기 바란다'는 시사인 고제규 편집국장의 페이스북 해명 글
편집국장입니다.
기자협회보 기사와 관련해 기사에 나오는 편집국 사진 중 '욱일승천기'가 걸려 있다는 이야기가 SNS에 돌고 있습니다. 지난 355호 표지를 제작하기 위해 만든 소품입니다. 그 소품으로 만든 표지 이미지는 아래와 같습니다. 관련 커버스토리 기사도 링크합니다.
<시사IN>은 표지에 인형(캐리돌) 등을 만들어 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표지 소품은 나중을 위해 보관합니다.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이런 해명까지 구구절절 해야 하는 현실이 조금 서글프기만 합니다.
그러나 고제규 편집국장의 이 해명은, 타오르는 불길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고 말았다. 독자들은 "이런 해명까지 구구절절 해야 하는 현실이 서글프기만 하다"는 고 편집국장의 사족을 문제 삼았다. 이건 독자를 무시하는 발언이며, 독자들을 개, 돼지 취급하지 않고서야 어찌 이런 말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시사인 편집국에 태극기와 일본 전범기 합성 사진이 걸려 있다는 사건의 대략적인 전개 과정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역시 민중은(이 사안에서, 독자는) 개, 돼지가 맞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고제규 편집국장은 "이런 해명까지 구구절절 해야 하는 현실이 조금 서글프기만 하다"고 토로한다. 공감한다. 그게 아니라고 하는데도, 한발짝 물러서서 한번만 냉정하게 생각해봐도 시사인이 친일이냐는 식의 주장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음에도, 그럼에도 계속되는 억지 앞에서, 어떤 말도 먹히지 않는 저 상황에서, 저 토로 말고 대체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을까싶어서다.
민중은 왜 개, 돼지인가. 단순해서다. 당장 눈앞의 일에만 목을 매는 탓이다.
지금 시사인을 성토하는 이들이 얼마나 단순한 행태를 보이고 있는지는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아래의 비판 사례 하나만을 두고 봐도 확인할 수 있다.
시사인 변명이 개소리인 이유
"시사인 변명이 개소리인 이유"라는 이 그림에서 글쓴이는 시사인 고제규 편집국장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고 편집국장이 페이스북 해명 글에서 밝히고 있는 전범기와 기자협회보 기사에 나온 편집국 시계 아래의 전범기가 다르다는 것이다.
전범기에 나타난 오른쪽으로 뻗어나간 줄기 갯수가 다르다는 것이 그 근거다.
저 그림은 많은 이들의 호응을 받으면서 인터넷의 거의 모든 커뮤니티 게시판으로 퍼나르기 되고 있다. 뭔가 찔리는 게 있으니 거짓말을 하고 있을 거라는 등, 이것도 또 거짓 해명을 해보라는 식의 멘트를 덧붙여서다.
그러나 이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시사인 변명이 개소리인 이유?
그림에서 보면, 이 두 그림은 같은 그림이다. '줄기'가 달라보이는 것은 사진이 찍힌 각도가 비스듬해서 일어난 착시일 뿐, 청홍이 만나는 지점을 죽 이으면 위쪽으로 정확히 같은 갯수의 '줄기'가 있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는 이 사례 하나를 예로 들었지만, 시사인을 상대로 제기되고 있는 주장의 거의 대부분이, 적어도 내가 본 한에서는 모두가 이런 식이다.
이제 민중은 개, 돼지의 껍질을 벗을 때도 됐다. 시사인의 독자 또한 마찬가지다.
사족>
이 글을 쓰면서 시사인 페이스북을 보니, "이런 해명까지 구구절절 해야 하는 현실이 조금 서글프기만 하다"는 고제규 편집국장의 멘트가 빠져 있다. 잘 생각하셨다. 개, 돼지들한테는 개, 돼지들에 합당한 대응을 하시는 게 맞는 일이다.
문득, 벙커 주방장 사태 당시 "딴지, 그런 회사 아닙니다"고 일갈하던 딴지일보 김어준 대표의 발언이 오버랩된다. 시사인 고제규 편집국장도 어쩌면 그 말을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시사인, 그런 회사 아닙니다!"
-절독 두렵지 않나.
“시사인은 편집권 독립이 잘 돼 있는 편이다. 80%가 독자, 20%만이 광고로 이뤄져 있다. 이번에 충성독자가 빠져나가면서 타격이 컸는데, 과연 이 구조만이 옳은 것인가라는 고민도 생겼다.
“창간 이후 첫 위기, 내부 성역 경계해야”라는, 기자협회보의 다른 기사에서 고제규 시사인 편집국장이 하고 있는 말이다. 뭔가 상통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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