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지진 사태로 국민안전처 홈페이지가 다운됐다. 벌써 두 번째다.
국민안전처 홈페이지에 들어가봤다.

'국민안전처 대표홈페이지'라고 뜬다.

'대표' 급이 안 되는, 다른 국민안전처 홈페이지가 또 있는 모양이다. 아니면 국민안전처 홈페이지를 사칭하는 사이비 홈페이지가 많아서 '대표홈페이지'라고 한 건지도 모르겠다. 오늘 할 얘기는 이게 아니므로 이 문제는 일단 패스. 혹시 이에 대해 아시는 분 있으면 알려주시라.

국민안전처 대표홈페이지에 들어가자마자 든 생각은 '다운 될 만하다'는 거였다. 홈페이지가 꽤 무거워보였다. 확인해보니 첫 화면의 용량이 대략 9MB 크기였다.

 

국민안전처 홈페이지국민안전처 홈페이지 화면

 

우리나라 홈페이지 대부분이 이미지에 살고 이미지에 죽는 컨셉이기에 어떤 홈페이지가 이미지로 '떡칠'을 했다고 해서 그리 문제삼을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국민안전처 홈페이지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국민안전처 홈페이지는, 말 그대로 '국민안전'이 위협받는 순간에 접속하는 마지막 비상구 역할을 해야 한다. 어떤 최악의 순간에도 접속이 가능해야 하고, 때문에 최대한 가벼워야 한다. 최악의 상황에서 국민 모두가 한꺼번에 접속한다 해도 견뎌낼 정도로 가볍게 설계되어야 한다. 내 생각은 그렇다.

이같은 관점에서 볼 때, 초기화면 9MB는 국민안전처 홈페이지의 대문 크기로는 꽤 큰 용량이다.

다른 나라의 경우는 어떤가싶어서 우리나라 국민안전처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일본 총무성미국 국토안보부 홈페이지를 확인해봤다.

 

일본 총무성 홈페이지일본 총무성 홈페이지

 

미국 국토안보부 홈페이지미국 국토안보부 홈페이지

 

 

겉보기만으로도 국민안전처 홈페이지에 비해 가벼워보인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미지로 폼을 낸 국민안전처 홈페이지에 비해, 일본 총무성과 미국 국토안보부 홈페이지는 텍스트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두 곳 모두 약 3.5MB로 비슷한 크기를 보이고 있다. 국민안전처 대표홈페이지의 9MB에 비해 절반도 안 되는 용량이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매우 심플하다.

단순 계산으로, 일본 총무성이나 미국 국토안전부 홈페이지가 200명이 접속해서 다운된다면, 우리나라 국민안전처 홈페이지는 100명이 채 되지 않는 사람만 접속해도 다운되어버린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단순화해서 말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여서 살펴보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국민안전처 홈페이지 초기화면의 소스를 보면 그 길이가 무려 3,366라인에 달한다.

이렇게 얘기하면 잘 와닿지 않는다. 국민안전처의 홈페이지 소스가 얼마나 큰 지를 알려면 위에서 살펴본 일본 총무성과 미국 국토안전부의 홈페이지 소스와 비교해보면 된다.

일본 총무성 초기화면의 소스는 953라인이고, 미국 국토안보부 초기화면의 소스는 이보다 짧은 863라인이다. 우리나라 국토안전부의 3,366라인과 비교하면 1/3도 안 되는 수준이다.

역시 단순화해서 말하자면, 일본과 미국의 홈페이지는 300명이 접속해도 끄떡없지만, 우리나라 국민안전처는 100명만 접속해도 '먹통'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소스가 길고 복잡하면 그것이 작동할 때 받게 되는 부하는 그만큼 더 클 수밖에 없다. 이미지까지 가득한 홈페이지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국민안전처 홈페이지 '먹통' 사태에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보기엔, 국민안전처 홈페이지 먹통 사태의 제일 원인 가운데 하나는 홈페이지에 접속할 때 발생하는 불필요한 트래픽이다. 그리고 그 트래픽을 양산하고 있는 홈페이지의 디자인이다. 이쁘지만 실용적이어뵈지는 않는.

국민안전처는 회선과 서버를 늘리기에 앞서 홈페이지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국민안전처 홈페이지에 걸맞도록 가볍게 만들어야 한다. 홈페이지 자체가 무거운데 서버와 회선만 늘리는 게 무슨 소용이겠는가. 홈페이지가 무겁다면 하나만 있어도 될 서버를 두 개 세 개 들여야 하고, 1Mbps면 감당 가능한 회선을 3Mbps로 늘려야 한다.

이게 다 국민 세금 허투로 쓰는 일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