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넷서 보내온 '전자여권에 반대한다'는 제목의 메일을 통해 동영상 하나를 봤다. 전자여권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제작 편집된, '전자여권의 위험 총집합 - 전자여권 해킹 되다!' 라는 동영상이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이런 류의 동영상을 볼 때마다 자주 불편해지곤 한다. 두 가지 이유에서다. 하나는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데서 오는 불편함이고, 다른 하나는 애써 이같은 일을 수행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불편함이다.

첫번째 불편함은 그렇잖아도 빠듯한 일상을 사는 터에 사태 파악을 위해 또다른 공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비롯되는 불편함이다. 두번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힘든 일을 묵묵히 그리고 꿋꿋하게 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미안함이 만들어내는 불편함이다.

현재 유사한 방식으로 나를 불편하게 하는 일들이 있다. FTA 관련 논란이 그렇고, 한반도 운하 논란이 그러하다. FTA 부분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지난 1년여 동안 이런저런 자료를 살펴왔고 무엇보다 그 대전제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정리되어 있기 때문이다(그것을 설득 가능하도록 풀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고, 그래서 여전히 문제로 남아 있기는 하지만).

한반도 운하 문제는 지금도 나를 어렵게 하고 있는 문제 가운데 하나다. 으뜸 가는 반대 논리는 1. 자연훼손 2. 경제성 없는 삽질이다. 그러나 2번의 논리는 다툼의 여지가 없지않다. 실제로도 운하 건설과 관련한 찬반 논란에서 가장 첨예하게 맞부딪치고 있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이에 대해 한마디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공부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나로서는 불편하기 짝이 없는 문제다.

1번 주장은 누구도 거부하기 힘든 논리 위에 서 있다. 그러나 이 논리에만 집중한다면, 도대체 도로를 포장하는 일이나 아파트를 짓는 일조차가 일단 정지되어야 한다. 나아가 이 논리에 끝까지 충실하면 모든 개발이 정지된 원시공동사회로 회귀해야 한다는 데까지 이를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과연 우리의 아이들이 진정 물려받기 원하는 그 미래 비전이고 미래 사회일까?

머리 아프다. 어리석다는 손가락질을 받는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손발을 부지런히 움직이지 않고는 하루를 살아가기 힘든 '노가다' 생활에서 이 이상을 생각하는 건 무리다.

인터넷에서 대표적으로 성공한 운동 가운데 '동강살리기'와 '안티닉스' 운동이 있다. 두 운동에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두 운동 모두 설익은 자기 주장을 강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반대론자의 주장과 논리까지도 충분히 자료로 제시하고 그것을 차분한 논리로 풀어냈을 뿐이다. 누가 봐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처음으로 돌아가서, 전자여권의 위험이 총집합되었다는 동영상을 봤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그 이상으로 딱히 손에 잡히는 게 없다. 빅브라더의 출현? 전 인민에 대한 감시와 통제 사회의 도래? 생체여권의 해킹? 생체여권도 오류가 있다? 그래서.. 그게 뭐?  

선언문을 읽고 <집중기획>생체여권의 모든 것 을 보고, 생체여권Q&A를 읽고 부러 시간을 내어 민변의견서까지를 다 읽어보지만 이 문제는 여전히 나랑은 아득히 먼 얘기로만 머물러 있다. 얼마나 더 시간을 투자하고, 얼마나 더 치열하게 몰두해야 비로소 이게 나의 문제로 와닿을 수 있을까?

그래서 말인데, 저 동영상을 보고 팍~! 할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뭔가 와닿는 분이 있다면 그 문제의식을 함께 좀 공유할 수 있도록 해주시면 고맙겠다. 도와주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