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한국인터넷진흥원의 도움을 받아 pe.kr 도메인 무료등록 이벤트를 한다는 소식이다 네이버 블로그의 공지를 보고 minjoo.pe.kr 도메인을 등록했다 특별한 의미는 없다 그냥 minjoo.com 과 minjoo.co.kr 도메인의 방어적 차원에서 한 등록일 뿐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행사를 보면서 그리고 이벤트에 참가하여 도메인을 등록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우리네 옛말이었다 특별히 어떻게 사용하겠다는 계획 없이 (나를 포함하여) 그냥 공짜니까 도메인을 등록한 이가 대다수이겠다싶어 든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공짜 선물은 언제 받아도 좋은 법이다 이번 이벤트도 예외는 아니다 이벤트를 소개하는 블로그 포스팅이 대부분 긍정적인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번 이벤트는 몇 가지 점에서 되짚어 생각해볼 문제가 없지 않다

네이버가 밝히고 있는 이 이벤트의 취지는 "pe.kr도메인을 더 많이 알리고자 하는" 데 있다 pe.kr 도메인이 그동안 사용자들로부터 외면을 받다못해 거의 잊혀진 도메인이었고 보면 이번 행사는 확실히 pe.kr 도메인의 존재감을 알리는 데 한몫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용자가 없어 거의 사장되다시피 한 도메인을 널리 알린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까 내가 보기에 2년이 지나면(아니 그 훨씬 이전에) pe.kr은 또다시 잊혀진 도메인으로 남게 될 뿐,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어 보인다

이용자가 pe.kr을 찾지 않는 데는 그만한 까닭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pe.kr 도메인의 도입 초기에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이는 ne.kr 도메인의 경우도 마찬가지고 하지만 한국인터넷진흥원의 도메인 운영 정책 어디를 봐도 이에 대한 천착이나 대책은 없어 보인다

이번 행사가 십중팔구는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고 말 것이라 여겨지는 이유다 (또 모르겠다 '개인도메인 설정 기능'을 통해 네이버가 뭔가 새로운 카드를 준비하고 있는 건지는 그러나 천하의 네이버라고 해도 원인에 대한 천착 없이 이루어지는 이같은 이벤트로는 다른 뾰족한 수를 찾기 힘들 것이다)

이벤트성 도메인 등록은 웹환경을 교란할 뿐이다

무엇보다 이 이벤트는 자칭 타칭으로 이 나라 최대/최고를 자랑하는 검색 사이트와 이 나라의 인터넷진흥을 책임지고 있다는 기관에서 벌이는 이벤트로는 심히 걸맞지가 않다 이번 이벤트가 검색 사이트의 최대 난적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는 정크성(쓰레기) 정보를 양산하여 국내 인터넷 환경을 진흥과는 다른 방향으로 몰아갈 공산이 큰 때문이다

오늘날 웹환경은 링크가 깨진 검색 결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천문학적인 수치로 쌓여가는 자료더미 속에서 정작 필요한 자료를 찾는 일은 그만큼 더 힘들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어려움 가운데 수위를 달리는 것이 바로 웹사이트 주소의 변경 등으로 링크가 깨진 자료들이다

그런데 이번 이벤트는 이같이 링크가 깨진 자료를 양산하여 웹을 교란할 여지가 다분하다 도메인을 등록한 이들 대부분이 '공짜니까' 참여한 경우가 대부분인 때문이다 지금 당장은 등록한 도메인을 개인 도메인 주소로 활용하겠지만 2년 후에도 pe.kr 도메인을 계속 유지할 이용자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문>2년이 지나면 내 도메인이 사라지나요?
<답>무상으로 이용 가능한 2년이 종료되기 전 연장 비용을 지불하시면 계속하여 내 도메인을 사용하실수 있습니다. 만일 별도로 비용을 내지 않으신다면 자동으로 도메인 사용이 중단 되오니, 원치않게 비용을 지불하게 될 염려는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렇다면 그 결과는 뻔하다 pe.kr 도메인을 사용한 이들 숫자만큼의 자료가 결국 링크가 깨진 채 쓰레기 정보가 되어버릴 것이다 이는 결코 지나친 비약이 아니다 pe.kr, ne.kr 도메인의 지나온 길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귀차니즘 때문에 구체적인 데이터까지를 제공할 수 없지만 pe.kr, ne.kr 도메인의 연도별 등록 수치를 비교하면 금세 확인해볼 수 있는 일이다)

이번 행사가 각별한 이들이 없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도메인을 갖지 못한 이들에게 이번 행사는 확실히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단지 공짜라는 이유만으로 이번에 도메인을 등록한 것이라면 이들이 2년 후에도 저 도메인을 계속 유지할 확률은 거의 제로라고 할 수 있다 도대체 1만여원의 등록 비용 때문에 그동안 도메인을 이용하지 않은 이라면 2년 후라고 해서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겠기 때문이다

도메인은 사용자의 필요에 의해 등록되어야 한다

지금 몇몇 도메인 업체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은 도메인을 더 많이 등록시키지 못해 안달인 모습이다 그러나 이는 결코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 도메인 등록업체야 먹고사니즘과 관련된 문제니 그게 당연하다 할 수 있겠지만 인터넷진흥원이 앞에 나서 설치는 건 한마디로 꼴불견이라 할 수 있다 정상이 아니어서다

도메인은 사용자의 필요에 의해 등록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랬을 때만 도메인은 도메인으로서의 의미와 기능을 갖는다 사용자의 필요가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도메인 등록, 예컨대 이번과 같은 이벤트성 도메인 등록은 그 이벤트 효과가 사라지는 것과 함께 그 기능을 상실한다 그 도메인으로 제공되던 자료는 이제 더 이상 정보로서의 의미를 잃고 웹의 골치덩이로 전락하고 만다 무용한 노릇이고 자원의 낭비일 뿐이다

이같은 자원 낭비의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해 새롭게 도입한 .kr 도메인의 경우다

한국인터넷진흥원과 도메인업체들이 .kr 도메인을 도입하면서 내건 대표적인 명분 가운데 하나가 도메인 자원의 부족 사태를 해소하기 위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kr 등록을 받으면서 먼저 기존의 co.kr 도메인 소유자에게 우선권을 부여하였다 .co.kr 도메인 소유자가 .kr 도 함께 등록하도록 한 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co.kr 도메인을 소유한 이들이 .kr 도메인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하나 더 구입해야 한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kbs.co.kr 도메인 네임을 갖고 있는 KBS의 경우를 보자 일반적으로 말해서 KBS는 굳이 .kr 도메인을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 kbs.co.kr 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나 KBS는 결국 kbs.kr 을 확보할 수밖에 없고 실제로도 확보했다 다른 곳에서 그 도메인을 등록하도록 내버려둘 수가 없어서다

이는 다른 업체/개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미 co.kr 도메인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는 모든 도메인 소유자는 어떤 이득도 없고 아무런 소용도 없는 도메인을 하나 더 등록하는 이상한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결국 도메인자원 부족 해소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 도메인 소유자에게 2중의 부담을 안겼을 뿐 자원의 전체적인 측면에서는 .kr 도입 전후에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는 셈이다 

오히려 자원 낭비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도메인 등록자로 하여금 전혀 불필요한 도메인을 오직 방어적 차원에서 이중으로 등록하게 만들어 멀쩡한 도메인 네임을 사장시키고 있는 저들의 행태가 자원의 낭비를 더 부추기는 짓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니 이들이 들고 있는 도메인 네임 자원이 고갈되었다는 등의 얘기는 말짱 헛소리로 들리고 어떻게든 더 많은 도메인을 등록하게 하려는 장삿속만이 읽히는 것이다 누가 봐도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성 부른 이번 행사에 살짝 삐딱한 눈길을 줄 수 밖에 없는 까닭이다




<덧붙이는글1>아래서 그만님이 이번 이벤트가 네이버 뿐만이 아니라 모든 포털에 제안된 것이었다는 새로운 정보를 남겨주셨다 그렇다면 이 행사의 주체는 네이버라기보다는 한국인터넷진흥원과 도메인등록업체라고 봐야 한다 위의 포스팅을 할 당시에는 몰랐던 사실인데, 암튼 살짝 우려의 시선을 보낸 게 전혀 기우만은 아니었던 셈이다
그런데 네이버는 왜 '네이버가 한국인터넷진흥원의 도움을 받아 pe.kr 도메인 무료등록 이벤트를 한다'고 했을까 그만님이 전한 정보가 맞다면 도움이 아니라 제안을 받아 하는 행사라고 했어야 하는 거 아닐까

<덧붙이는글2>역시 그만님의 댓글을 보면서 생각하게 되는 건데 이번 행사는 1. 정책 실패로 인한 것임이 분명한 인터넷자원을 이렇게 맘대로 그것도 대량으로 퍼주기를 해도 되는 것인지 2. 이 경우 이미 pe.kr 도메인을 사용하고 있는 소유자가 갖게될 상대적 박탈감에 대해서는 어떤 고려가 있는 것인지 3. 무엇보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이 도메인등록업체의 이익을 위해 이렇게 노골적이어도 되는 것인지 등에 있어 상당한 문제점을 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