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로부터 6년여의 세월이 흘렀다. 그리고 우리의 예상은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인터넷이 우리의 일상이 된 지금 우리나라 언론의 현주소는 처참하다. 인터넷을 통해 새로운 언로가 마련되고 이를 통해 의견의 다양성이 최대한 발휘되리라는 기대와는 달리, 자신이 지닌 선정 선동적 기능에 맛을 들인 인터넷매체는 언론이 지녀야 할 본연의 사명은 팽개친 채 대중의 눈을 사로잡기 위한 뉴스를 만들고 전파하는 일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모습이다.
그 중심에는 몇 푼의 돈으로 언론을 손에 넣은(?) 포털이 있다. 이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실은 다른 일로 이 문제에 천착할 여유가 없어) 우선 6년 전의 묵은 글 하나를 전재한다. / 2005-02-25 <글쓴이 주>
인터넷시대 여론, 누가 만들고 전파하는가 인터넷시대의 언론매체는 네티즌 독자와의 영합을 경계해야 한다 | |
하민혁, 1999-07-13 오후 10:33:49 | |
이 글은 원래 묻혀야 했을 글이다. 이미 타이밍을 놓쳐버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자 동아일보 사설의 '언론사 길들이기'라는 말이 다시 눈에 밟혔다. 대통령의 '반성' 이후 날이면 날마다 재탕 삼탕으로 그 빛나는 승전보를 우려먹는 언론 방송의 행태에 밥맛이던 차였고, [언론단 신설]과 [방송법 제정] 등에서 보여주는 그들의 자기 방어와 자기 이익 챙기기를 보는 일에 더욱 맛이 가 있던 차였다. 제쳐두었던 어설픈 글발을 다시 올리기로 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근래 일어난 몇몇 사안에 대처하는 정부의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언론의 지적은 옳다. 그 세세한 내용을 옮기지는 않겠으나, 대통령에게 보내는 고언에도 공감해마지 않는다. 원론적으로 나무랄 데 없는 얘기들이다. 민심에 귀기울여 바른 정치를 하라는 것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언론 방송의 행태를 보고 있노라면 뭔가 개운치 않은 구석이 없지 않다. 너무 호들갑스럽고 너무 과대 포장하는 인상이다. 대통령 당선과 더불어 그리고 그 이후 상당 기간 '신용비어천가' 부르기를 마다 않던 언론 방송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모든 사안에 침소봉대로 일관하는 저들의 행태에 행여 다른 의도는 없는 것인가? 불협화음과 시행착오 문제의 근인(近因)이야 현 정권의 어설픈 정국 운영에 있다 하더라도, 그것만을 들어 여론몰이를 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방식으로는 관료들의 도덕성에 대한 각성이나 오랫동안 이어져온 구악(舊惡)의 척결이 이뤄질 수 없다. 그것은 사태의 해결보다는 오히려 일시적인 미봉책만을 요구하고 기회주의자만을 양산하는, 혹은 혼탁한 사회 상황을 연출하여 사태의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드는 그런 결과만을 낳게 할 뿐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근본이 되는 원인(遠因)까지를 찾아 그것을 밝혀야 한다. 작금의 언론이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정권만을 탓하는 것은, 그리하여 결국 대통령 한 사람에게 모든 책임을 지우는 방식은 결과적으로는 대통령 일인 체제로 정국을 운영하라는 주장에 다름 아니고 이 나라를 다시 비민주적인 총통 체제로 돌리라는 주문에 다름 아닐 수 있다.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의 해결은 언론에서 주장하듯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에서가 아니라 시스템 전체의 혁신에서 찾아야 하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는 언론은 그러나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분석은 외면한 채 온갖 추측과 재단으로 여론 만들기에만 열심이다. 도대체 이들은 왜 이러는 것인가? 여기서 우리는 외환위기를 초래한 장본인들 곧 이전의 기득권 세력과 상업주의에 함몰되어 사회적 공기로서의 사명 따위는 내던져 버린 선동가로서의 언론을 만나게되며, 대통령의 '마녀사냥' 발언에서 '반성'에 이르기까지 언론이 보여준 일련의 태도란 기득권 세력과 연합한 상업주의 언론의 정부와 '맞짱뜨기' 혹은 '대통령 길들이기'가 아니었겠느냐는 생각을 하게된다. 그렇다면 대체 언론과 방송에서 저렇게 떠들어대는 민심과 여론이란 어디에 있는 것인가? 그들이 보여주고 있는 여론의 정체는 무엇인가? 도대체 그 여론은 누가 만들어내고 누가 전파하는 것인가? 그 여론이란 행여 철저하게 그들의 목적에 의해 만들어지고 확대 재생산된 것은 아니었던가? 그것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여론에 얼만큼이나 근접해 있는 것인가? 그들이 대통령의 여론 수렴과정에 문제가 있다면서 지적해마지 않는 여론 조사의 허구성이란 기실 그들에게 더 유효한 것일 수 있지는 않는가? 그러나 이 두 가지 사안들이 과연 그토록이나 많은 시간과 지면을 할애해야 할만큼의 중차대한 사안들이었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구체적으로 적시하지는 않겠지만 당시에는 그보다 더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사안들이 적지 않았다. 한편 그들의 보도 자세는 과연 냉정하고 객관적인 것이었는가? 이것 역시 결코 그렇지 않다. 옷로비 사건은 온통 추측들로만 이뤄진 짜맞추기식 이야기가 판을 쳤고, 격려금 수수 건은 억지 춘향식의 논리로 일관한 것이었다. 언론과 방송의 뉴스 만들기
여론을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요즘 부쩍 많이 듣보게 되는 말 가운데, 네티즌 의견이라는 것이 있다. 그러나 그 네티즌이란 기실 누구를 일컫는 것인가? 통신을 이용하거나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해본 사람이라면 쉬이 동의할 수 있겠듯이 그들 대부분은 아직 충분한 비판 능력을 가진 이들이 아니다. 철저하게 미디어 세대라 할 수 있는 그들은 어떤 사안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보다는 순간적인 감성으로 대하는 경우가 많으며, 또한 그들의 주의 주장이란 것도 기실 각종 미디어에 의해 형성된 것인 경우가 다반사이다. 언론 방송의 선정적이고 선동적인 경향성이 이러한 네티즌의 감성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며, 아울러 네티즌의 이야기가 언론 매체의 주의주장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은, 어딘가에서 많이 듣본 이야기들이라 여겨지는 것도 이 때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언론은 이들의 주장들까지도 여과없이 민심과 여론으로 기꺼이 원용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점은 이즈음의 모든 언론 매체에서 활용하고 있는 옴부즈맨이라는 피드백 장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옴부즈맨이라는 이들은 언제나 정해져 있고 그들이 하는 이야기들이란 하나같이 해당 매체의 주장을 완곡하게 대변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고 있는 듯이 보이지도 않는다. 사소한 몇 가지를 지적하는 듯 하면서도 기실 핵심적인 이야기에 이르면 결국은 언론의 주의 주장을 그대로 전하고 있을 뿐이다. 하기사 해당 매체의 논조와 심히 다른 글이라면 어떻게 거기에 함께 실릴 수 있을 것인가? 다음으로 위의 글이 시사하는 바는 언론이 철저하게 대중의 기호에 영합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중은 뭔가 시원한 말을 듣고 싶어하고, 언론은 바로 대중의 그런 욕구를 충족시키는 매커니즘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이 글은 보여준다. 최근의 각 언론 매체는 독자 및 시청자 끌어안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거의 매일을 두고 초인종을 누르는 것은 신문 지국의 종사자들이고 날이면 날마다 경품 축제를 벌이고 있는 곳은 방송과 신문 인터넷 사이트들이다. 새로운 디지털 문명 세기에로의 전환을 앞두고 기왕의 언론 매체에 대한 위기론이 대두되는가 하면 일순간에 채널을 바꾸어버리는 리모콘 타임이 지배하는 현 상황 앞에서 독자나 시청자를 확보하지 못하는 언론이나 방송은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 매체가 독자나 시청자를 붙잡기 위해 취하고 있는 방식은 바로 위의 '선언문'에서 보는 바와 같은 선명성이다. 물론 선명성 경쟁을 부정적인 것으로만 볼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선명성 경쟁이 인지도를 높이기에 가장 손쉬운 방법일 수 있는, 그러나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선정성과 선동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면, 그리하여 대안없는 폭로성으로 일관한다면, 그리고 그것을 언론의 자유라 일컫는다면 거기에는 문제가 없지 않다. 튀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사회, '죽이기'로 나가지 않으면 죽어야 하는 사회, 리스트 정치, 폭로 정치가 일상화되어버린 사회 현상들이란 어쩌면 언론과 방송에서 앞서 부추긴 결과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언론 길들이기와 대통령 길들이기 대통령의 '마녀 사냥' 발언에서 시작하여 대통령의 '반성'으로 끝이 난 여론 게임에서 언론은 철저하게 여론 만들기로 일관하였고 그리고 지금 그 성공에 쾌재를 부르고 있다. 그러면서 이제 여론에 의한 정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자신들의 의견을 좇으라는 것이다. 그러나 다수의 의견이 언제나 최선인 것은 아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다수라는 것이, 그 다수의 생각이라는 것이 결국 누구에 의해 어떤 의도에서 만들어진 것인가에 주목하게 되면 대중정치에로의 강조를 외치는 언론의 행태에는 마땅히 의혹과 경계의 눈길을 보낼 수밖에 없다. 여론에 의한 정치가 진정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여론을 형성하고 전하는 과정에 신뢰가 담보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작금의 언론 매체에 의해 거론된 여론이란 신뢰성보다는 상업성에 우선하여 만들어지고 전파된 것이었으며,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대중과 영합한 사이비 여론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다. 따라서 우리는 언론 매체가 비단 금권과 권력에서 벗어나기를 바랄 뿐만 아니라 상업주의에 바탕을 둔 독자, 시청자와의 영합에서도 벗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 올바른 여론을 위해서는, 건전한 언론 매체를 위해서는 그것이 더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때문이다. |
<덧붙이는 글>
아래 링크한 기사들을 보면서, 7년 전의 상황을 다시 떠올린다. 이른바 기득권이 작동하는 기본적인 원리는 똑같다. 다만 몇 가지 차이는 읽힌다. 그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싶은데, 지금은 너무 피곤하다. 며칠 동안의 '피서울' 덕분에 해야 할 일도 쌓였고. 그래서 지난 글을 옮기는 것만으로 그친다. 늘 하는 변명인 터라 나부터가 질린다. -_-
다음은 눈만 뜨면 '깨지고 있는' 임기 1년 반을 남긴 노무현 대통령의 초상이다. 익히 예상되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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