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韓非子)에 이런 얘기가 나온다.

어떤 사람이 제(薺)나라의 왕을 위해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왕이 그에게 물었다.

"어떤 것이 가장 그리기 어려운가?"
"개나 말입니다."
"그럼, 가장 그리기 쉬운 것은 무엇인가?"

"도깨비입니다."

개나 말은 누구나 다 알고 있고, 아침 저녁으로 늘 대하는 동물이다.
있는 그대로 그린다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나 도깨비는 도대체 본 사람이 없다. 그러니 그 실재적 형체를 아는 이 또한 없다.
어떻게 그리든 아무 상관이 없다는 얘기다.  

요즘 우리 사회가 이 '도깨비 그리기 놀음'으로 한창이다.

모두가 그만의 도깨비를 그리고는
"내 도깨비가 진짜 도깨비다"고 아우성이다.

그러나 도대체 이건 아우성일 이유가 없는 일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들의 도깨비는 모두 도깨비가 맞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내가 그린 도깨비만이 진짜 도깨비라고들 우긴다.
웃기잡는 도깨비 그리기 놀음에서 웃기잡지도 않은 아우성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그래서 분명히 말해둔다.

- 니들이 그린 도깨비들, 그거 다 도깨비 맞다.
- 그런데 있지도 않은 그 도깨비를 그려서 니들 지금 뭐 하겠다는 건데?!





<덧붙이는글> '도깨비 나라 만들겠다'고 하는 사람은 없겠지?  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