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30에 자기가 하고싶은 일을 할 수 있는 백수 논객 -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보다 더한 축복이 있을까싶은데요 바로 우리들의 친구 미네르바 박 얘기입니다

오늘도 인터넷에서는 미네르바 박의 얘기가 한창입니다 미네르바 박의 구속에 대한 찬반 논쟁은 아직도 뜨겁고 경제예측의 신빙성 여부에 대한 논란도 여전히 진행중입니다 무엇보다 미네르바 박의 진위 논쟁도 가라앉을 술을 모릅니다 오히려 더 커져만 가는 양상입니다

이를 반영하듯 신문 방송에서도 미네르바 박에 대한 특집 기사와 방송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서점에는 "인터넷 경제 대통령 미네르바가 추천한 화제의 책" 코너까지 마련되어 있을 정도입니다

나는 지금도 이 모든 일이 기괴하기만 합니다 미네르바의 명성을 뒤늦게 들은 탓이 크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 사태가 이만큼이나 센세이션을 일으켜야 할 일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미네르바에 관한 몇 개의 글을 다소 도발적으로 포스팅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얼마 전 미네르바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리한 적이 있습니다
 

미네르바

열공 미네르바



여기 할 일 없는 서른 살의 백수 하나가 있습니다 학창시절이나 직장생활에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거나 한 일이 없는 친구입니다 그러다 적성에 딱 맞는 일을 찾았습니다 경제입니다 출구를 찾지 못해 잠을 자던 재능이 빛을 발합니다 열공 - 무섭게 집중하고 어느 순간 해당 분야에서 상당한 일가를 이룹니다 그리고 자신이 익힌 것들로 썰을 풀기 시작합니다 책임에서 자유로우므로 하지 못할 말이 없습니다 (게다가 논객의 제일요건인 글빨을 갖췄습니다 경제위기로 헤매는 삽질 정부와 'MB 까자'면 자다가도 인나서 키보드 두드려주는 키워들까지 좌우로 거느렸습니다 이에) 시쳇말로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립니다 이 친구의 이름은 미네르바입니다


어느 분의 댓글에 단 답글이었는데요 미네르바에 대해 나는 지금도 저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어떤 분들은 그게 가능한 일이냐고 합니다 전문대 출신의 서른 살 백수에게 저 일이 가당키나 한 일이냐는 것입니다 그러나 몇 번을 다시 묻는다 해도 나는 똑같은 답하겠습니다 저 일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또다른 댓글에서 나는 그 이유를 이렇게 적었습니다
 

우선 30살이면 사람의 지적 능력이 가장 왕성할 때입니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고전에 속하는 저작들들은 거의 30세를 전후해서 나오고 있습니다 (늘 느끼는 거고 또 자주 불만스레 토로하는 거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나이 서른을 너무 우습게 보는 것같습니다 17-8세만 되어도 고도의 사고를 요하는 작업에 필요한 인식틀은 충분히 갖추게 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또 하나 지금까지 밝혀진 바로는 미네르바는 백수입니다 공부에 적합한 조건을 두루 갖춘 셈입니다 이른바 사상가로 불리는 거의 모든 이들은 바로 저 조건에서 나왔습니다 고대의 소크라테스니 공자니서부터 시작하여 우리네 선비에 이르기까지 모두 백수였기에 걸작들을 쏟아낼 수 있었습니다 마르크스가 공산당선언을 쓴 것도 그 어름이었습니다 그들이 오늘날처럼 직장에 내몰렸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일입니다

정리하자면, 기본적인 역량을 가진 30세 백수는 못할 일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 백수가 가장 왕성한 지적 활동을 벌인 결과가 미네르바 현상이며 이것이 결코 그렇게 신기한 일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특히 미네르바처럼 그 분야에 대한 자발적인 재미와 사회적 요청이 어우러질 때는 얼마든지 가능한 일입니다 물론 상당한 노력은 필수이겠습니다


작은 댓글 창에서 적은 글이어서 거칠기는 하지만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면 내가 가진 기본적인 생각을 전하는 데 큰 무리가 없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댓글이 덧붙여집니다


이른바 경제예측을 하는 글들이란 모두 기본적인 틀을 갖고 있습니다 특정 포맷이 있고 거기에 상황에 따른 변화 즉 정치사회적 이슈나 경제동향 그리고 경제지표 등을 넣고 빼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날씨예보 하는 것이나 그 형식면에서 크게 바를 바가 없습니다 맘 먹고 달려들면 누구라도 엇비슷한 글을 만들어낼 수 있는 영역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나 할 수 있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껍데기가 아니라 그 내용인 거니까요 포맷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지만 거기에 시의적절한 데이터가 담겨 있지 않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 부분도 아주 약간만 노력을 더한다면 문제 될 건 없습니다 자료는 이미 차고도 넘칠 정도로 널려 있으니까요 정보의 보고인 인터넷을 이용한다면 구하지 못할 자료는 없습니다
 

미네르바 박이 경제대통령이 되기 위한 일종의 조건 혹은 환경에 대한 얘기입니다 미네르바 박은 이같은 조건에서 등장했다는 의미지요 물론 달리 분석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거의 넘쳐난다고 할 정도입니다 시대의 산물이라느니 민주주의의 아이콘이라느니 인터넷 영웅이라느니 서민의 대변자라느니 하는 분석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습니다 시쳇말로 떼다붙일 수 있는 모든 말을 다 갖다 붙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보는 미네르바 박은 저들이 말하는 미네르바 박과는 다릅니다 내가 보는 미네르바 박은 그냥 저 위에서 옮기고 있는 미네르바 박일 뿐입니다 여기서는 학벌이고 뭐고를 따질 이유가 없습니다 자신이 가진 능력을 꽃피울 계기만 제대로 만난다면 누구라도 미네르바 박과 같은 재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각주:1]

자본주의 사회에서 나이 서른에 자기가 하고싶은 일을 할 수 있는 백수 논객은 축복입니다





<덧붙이는글> 썼다가 지웠습니다 다음에 쓸 기회가 되면 내용을 복원하겠습니다

<덧2> 참 이상하다 그냥 글은 글로 섞으면 된다 같은 생각이면 같은 생각대로 다른 생각이면 다른 생각대로 그리고 할 얘기 있으면 걍 공개적으로 하면 된다 음습한 곳에서 쑥덕질하는 것보다 그게 백배 천배 건강한 일이다 이래저래 글과 인격을 구분하지 못하고 헤매는 웃기잡는 청춘들 참 많다 공과 사를 섞고 주장에 대한 찬반과 사람에 대한 호오를 마구잡이로 섞어 놓고 주제 파악도 안 되는 주제에 아예 사람을 가르치려든다 보면 정말 같잖지도 않은 이들이 모여 꼭 저런 주접질이다 뭐나 되는 듯이 한심한 나 니들 모른다 관심도 없고 쯧~  
  1. 이상의 정리는 아이러니하게도 비판적 의견을 전한 laputian 님의 블로그에서 도움을 받아 이루어졌습니다 고맙습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