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두고 명품 글 하나 쓰려 했더니 그게 안 되네.
입 달린 아해들은 다 나서 한마디씩 하고 있어서 말이지.
근데 홀애비 심정 과부가 안다더라고
아저씨도 조급증에서는 어떤 이들 못지가 않아.
조급해 하는 이들의 마음을 모르는 바 아니라는 얘기지.
이 글은 그래서 쓰는 글이야.
조급한 이들을 위한 서비스 차원에서 남기는 초벌구이 글이라 생각하면 될 거야.
잘 듣보시도록.


MBC PD수첩, 너희는 아니다

우리시대의 정직한 목격자? MBC PD수첩, 니들은 아니라니까



"용산 참사, 그들은 왜 망루에 올랐을까?"

MBC PD수첩이 이번에 올린 타이틀이야.
이런저런 된소리 다 빼고
그렇다면 이같은 타이틀에서 우리가 뭐를 기대하겠어?
어떤 내용이 다루어질 거라는 생각을 하겠느냐 이거지.
그렇지. 바로 그런 거야.
아저씨가 니들 얘기하는 거 대충 정리를 하자면 이래.



어떤 이가 망루에 올랐어.
그냥 오른 게 아니야.
신나 등으로 무장을 하고 올랐지.
죽을 각오로 올랐다는 얘기야.
결국 불에 타 죽었지.
억울해.
억울하지.
어느 죽음이라고 억울하지 않겠어?
하물며 생떼같은 죽음이었는데.

(철거민 쪽에 대고)

왜 망루에 올랐던 거야?
강제철거를 당했거든.
왜 강제철거를 당했지?
보상금에 합의할 수 없어서야.
왜 합의를 할 수 없엇는데?
보상금이 적었기 때문이지.
보상금이 얼마였는데?
이러저러했어.
얼마를 요구한 건데?
저러이러했지.
그럼 서로 보상금액을 다르게 생각한 거네
그렇지.
합의에 이를 길은 없었던 거야?
없었어.
왜?
철거하는 쪽이 막무가내였거든.

(철거하는 쪽에 대고)

왜 막무가내로 밀어붙였지?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를 해서지.
왜 받아들일 수가 없는데?
요러저러해서지.

(철거민 쪽에 대고)

요러저러한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는데?
그걸로는 안 되지?
이유는?
들어간 비용이 얼마이기 때문이야.



"용산 참사, 그들은 왜 망루에 올랐을까?"

그러니까 저 타이틀로 우리가 MBC PD수첩에 기대함직한 내용은 대강 저 정도야.
방송 내용이 단순히 저기서 끝나는 거냐고?
당연히 아니지.
저기에 이제 PD수첩이 자신들의 취재를 덧붙여야지.
양쪽 주장이 첨예하게 갈려 있으니 이제 그걸 자신들이 취재한 내용으로 함 따져봐야 하는 거야.
그게 PD수첩이 해야 할 일이지.

뭐 내가 PD수첩 PD는 아니니까 다른 이들 고유 영역에 대고 뭐라 할 수는 없어.
하지만 MBC가 어떤 곳이야?
명색이 공영방송임을 부르대고 있는 곳 아니겠어?  
그렇다면 최소한 다음과 같은 정도는 건드려야 한다는 것쯤 말한대도 무방할 거야.

예컨대, 이런 거지.

1. 문제가 발생한 용산 재개발 사업의 개요
1.1.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2. 문제가 된 보상금의 개요
2.1.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용산4구역


이같은 사항은 비단 PD수첩같은 심층 보도가 아니라 하더라도
어떤 사안에 접근하는 데 있어 미리 살펴야 할 사항 기본 중에 기본이야

그렇지만 MBC PD수첩에서 저런 내용 나왔어?
내가 보기엔 근처도 가지 않았어.

잠깐! 가만히 생각해보니 자기 닉 하나 쓸 줄 모르는 키워리어들한테는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싶을 수도 있겠어.
그런 이들을 위해 풀어서 한번 더 설명을 하지.

지금 문제가 되는 건 철거민을 강제로 내몬 재개발 사업이야.
그리고 거기서 가장 중요한 요인이 바로 보상금인 거고.
죽음을 각오하고 신나병 품에 안고 망루에 오른 것도 결국은 저 보상금 때문이었어.

그렇다면 "용산 참사, 그들은 왜 망루에 올랐을까?"
와 같은 타이틀로 방송을 하는 경우 이에 대한 브리핑은 필수적인 거야. 곧,

재개발 사업에 대한 얘기가 언제부터 시작되었고
언제 조합설립인가가 났는지
그 과정은 어떠했는지
보상금에 대한 규정은 어떤 근거로 만들어졌으며
조합원 일반의 의견은 어떠했는지
나아가 세입자에 대한 대책은 누구에 의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이에 대한 세입자 일반의 의견은 어떠했는지

등의 설명이 우선이라는 얘기지.
이건 상식이야.

우리가 위에서 "용산 참사, 그들은 왜 망루에 올랐을까?"라는 타이틀로 방송에서 다루어지리라 기대한 내용들은 모두 이같은 상식에 근거를 두고 있어.
때문에 PD수첩이 정상적인 상식에 의한 방송이었다면 그것은 저 위에서 우리가 기대한 사항들을 자신들이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전해줘야 하는 것이었어.
다시말해,


(철거하는 쪽에 대고)
왜 막무가내로 밀어붙였지?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를 해서지.
왜 받아들일 수가 없는데?
요러저러해서지.

(철거민 쪽에 대고)
요러저러한 이유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는데?
그걸로는 안 되지?
이유는?
들어간 비용이 얼마이기 때문이야.



여기서 '요러저러한' 내용을 구체적으로(가능하다면 객관적으로) 전해줘야 했을 거라는 얘기야.

내가 알기로(나도 2000년 초에 용산에 사무실을 두고 있었어)
용산 재개발 사업 얘기는 2000년 초부터 나왔어.
이는 2006년에 조합 설립인가가 나온 것만 봐도 대강 짐작할 수 있는 얘기야.
일반적으로 사업 얘기 나와서 조합 설립인가 나오기 전까지 대강 저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거든. 
내같으면 그런 구역에 몇 억씩 시설비 투자하고 몇 천만원씩 권리금 주고 들어가지는 않아.
아마 누구라도 그럴 거야.

그런데 그들은 들어갔어.
그렇다면 방송은 그들이 왜 그런 무모한 투자를 했는지도 살펴야 하는 거야.
하다못해 그들이 재개발 얘기를 전혀 듣지를 못 했다거나
아니면 그렇게 빨리 사업이 진행되리라는 생각을 못 했다거나 
그것도 아니면 그 정도 기간이면 충분히 본전은 뽑고 남으리라는 계산을 했다거나
또 그것도 아니라면 대한민국에서는 원래 보상이 시설비와 권리금까지를 다 보전해주고 더 해서 전년 수익 대비 향후 1년치 정도의 보상은 해줄 것으로 기대했다거나
뭐 이런 얘기들을 전해줬어야 한다는 말이지.
그래야 사람을 죽음으로까지 내몬, 저 첨예한 문제의 근본원인에 대해 사람들이 나름대로 판단해볼 수 있는 것 아니겠어?

그런데 PD수첩에서 저 '요러저러한' 내용에 대해 단 한마디라도 건들었어?
내가 잘못 봤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볼 때는 그런 내용 없었어.
저런 내용에는 근처에도 가지 않았지.

PD수첩은 그냥 죽은 사람들 억울하다는 얘기만 내보내고 있었어.
아니, 어느날 갑자기 생떼같이 사람들이 죽었는데 그거 억울하지 않은 사람이 어딨겠어?
세상에 억울하지 않은 죽음이 어딨겠냐는 말이야.
세수를 다 하고 죽었다고 해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죽음은 억울한 거야.
하물며 갑작스런 죽음임에랴.
이건 더 말할 나위도 없는 거야.

그런데 세상 사람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억울하다는 얘기를 왜 하고 있는 거야?
아니, 할 수도 있어.
PD수첩이 사천만의 눈물샘 자극해서 눈물 찍어내는 무슨 휴먼다큐 프로그램이라면 또 모르겠어.
그렇다면 뭐 그럴 수도 있다고 봐.
하지만 PD수첩이 지금 휴먼다큐 찍는 프로그램이야?
아니잖어?
명색이 그래도 시사다큐 프로그램이잖어? 그것도 심층보도를 한다는 프로그램이야. 
그런데 왜 정작 알려야 할 내용에는 눈을 감고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뻔한 스토리에 매달리고 있어?

내가 PD수첩을 보면서 '답답했다'고 한 건 이 때문이야.
니들은 이거 답답하지 않어?
그렇다면 니들은 도대체 저 죽음의 원인에는 관심도 없었다는 얘기일 수도 있어.
누구 말대로(누구지 갑자기 이름이 생각이 안 나는데) '시체놀이' 하는 것 밖에는 안 되는 거야.
설사 니들이 그렇지 않다고 해도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충분히 그렇게 보일 수 있다는 얘기지.

내가 PD수첩을 비난하고 있는 것도 이 지점이야.
앞선 글에서도 밝혔지만 나 이런 프로그램 별로여 하는 사람이야.
늘 이렇거든.
내가 보기에 얘들은 문제의 본질같은 것에는 애초부터 관심도 없어 보인다는 말이지.

그냥 지들 보기에 아니다싶으면 딱 지들 수준에서 문제를 재단해버려.
그리고는 자신들의 임의재단에 따라 필요한 자료들을 구하고 그것을 짜깁기해서 늘어놓지.

아, 이런 더리한 짓 보다못해 언젠가 한번 디따 다툰 적 있었지.
물론 내가 패했지.
왜냐고?
PD가 숨어버렸어. 방송 뒤에 꼭꼭 숨어서는 아무리 나오라고 해도 안 나오는 거야.
안 나오는 넘을 무슨 수로 이겨?  
당시는 그게 통했어.
요즘이라면 아마 달랐을 거야. 한번쯤 붙어볼 만 했을 거라는 얘기지.
그때 그 PD 어디 가셨나 모르겠어. 지금도 궁금한 게 많은 데 말이지.
그 사건 이후로는 통 뵈지를 않더라고.

에니웨이, 다시 이 문제로 돌아가지.

아까 이 글 쓰기 전에 잠깐 보니
경향신문의 이대근이라는 친구가 이 사건을 모티브로 하여 쓴 "용산 테러리스트"라는 칼럼에서
"국가와 시민의 사회계약은 거의 깨졌다"며 설래발을 치고 있더군.

이 말이 무슨 말인지는 알지?
이명박 정부, 니네 이제 대표성 없다는 얘기야.
물러나라는 얘기고, 국민들은 불복종해도 된다는 얘기인 거지.

몇 번 언급한 적 있지만 경향신문은 기사를 쓰는 기자는 정말 그 역량들이 뛰어난데
칼럼진은 내부건 외부건을 떠나서 왜 하나같이 저렇게 찌질이같은 종자들만 있는 건지 모르겠어.

암튼, 이 칼럼에 보면 이런 얘기가 나와.


"철거민, 그들은 누군가. 30년 넘게 장사한 거리에서 쫓겨나 다 잃고, 결국 그 자리에서 타버려 아무것도 남지 않은 칠순의 노인이었다. 외환위기로 일식집 문을 닫은 뒤 다시 살아보자고 복어집을 낸 지 3년 만에 그 꿈은 거품처럼 꺼지고, 살아갈 기운을 잃은 쉰여섯의 가장이었다. 이 거리를 떠나야 했기에 물과 전기 없는 천막집을 짓고 노점상, 막노동을 하며 철거된 인생을 살다 뜨거운 불속에 사라져야 했던 쉰 살의 가난한 아저씨였다. 땀 흘려 일군 재산을 빼앗기고, 가족을 부양할 수 없게 되고, 살아갈 희망을 잃었다."



이거 어디서 듣본 거 같지 않아?
맞아. PD수첩. 딱 그 수준이야.
내용은 없고 눈물겨운 자기 감상뿐이지.
이 친구 저 글 쓰면서 눈물이나 쏟지 않았는지 모르겠어.

암튼, 이 나라의 언론 판이 지금 딱 이 수준이야.

명색이 정치·국제 에디터라는 자가
"30년 넘게 장사한 거리에서 쫓겨나 다 잃고, 결국 그 자리에서 타버려 아무것도 남지 않은 칠순의 노인"이라는 둥
"외환위기로 일식집 문을 닫은 뒤 다시 살아보자고 복어집을 낸 지 3년 만에 그 꿈은 거품처럼 꺼지고, 살아갈 기운을 잃은 쉰여섯의 가장"이라는 둥
"이 거리를 떠나야 했기에 물과 전기 없는 천막집을 짓고 노점상, 막노동을 하며 철거된 인생을 살다 뜨거운 불속에 사라져야 했던 쉰 살의 가난한 아저씨"였다는 둥
"땀 흘려 일군 재산을 빼앗기고, 가족을 부양할 수 없게 되고, 살아갈 희망을 잃었다"는 둥의 자기 감상에나 빠져 있는 판이 지금 이 나라의 언론 판인 거지.

눈물어린 감상 들이대면서
"이렇게 다 빼앗긴 이들이 자비를 베풀기를 기대했는가. 권력과 재벌과 건물주의 욕망을 위해 온순한 양처럼 순순히 물러날 것 같았는가"

설래발치며 종주먹 들이밀고 있는 게 이 나라 언론인의 현주소고. 
이런 주제에 "국가와 시민의 사회계약은 거의 깨졌다"며 선동질을 하고 있는 게 에디터라는 자의 수준인 거야.

내가 PD 수첩에서 본 게 딱 저 수준이고 저 선동질이었어.
방송이 끝난 다음
"저래서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그렇게 기를 쓰고 방송을 잡으려고 뎀비는 거겠구나!"
생각했던 까닭이고.

자, 그래서 말인데
PD수첩 열심히 봤다는 니들 가운데 누가 대표로 나서서 대답 함 해봐봐

그래 니들이 죽고 못 사는 저 PD수첩에 따르면,  
그러니까  


"도대체, 그들은 왜 망루에 올랐다는 거니?"




 

<덧붙이는글> 질문 받습니다.
이해 안 되는 부분 있으면 질문하세요. 언제나 그렇듯이 답은 칼같이 달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