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는 비전문가인 일반인에게 전문 영역을 일반적인 말로 알아듣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빈치 코드는, 다빈치 코드를 쓴 작자는 확실히 해당 분야의 전문가적인 식견을 갖춘 사람이라고 봐도 좋겠다. 이에 비한다면 이문열의 경우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나는 자주 이문열의 대표작이라 일컬어지는 '사람의 아들'에 대해 장편으로 개작하기 이전의 중편이 훨씬 더 좋다고 이야기해왔다. 바로 위의 전문가론에 의해서다. 개작하기 이전의 중편 사람의 아들은 읽는 데 큰 부담이 없다. 기독교사 일반에 대한 이해가 없이도 읽힐 수 있다. 그러나 장편 사람의 아들 경우는 우선 읽는 일이 지겹다.

이문열의 '호모 엑세쿠탄스'를 읽었다. [각주:1]


이문열의 호모 엑세쿠탄스

이문열의 호모 엑세쿠탄스


솔직히 충격적이었다. 작가의 변화에 대한 거부감이 이 정도였는가 하는 점에서 그랬고, 무엇보다 현학적인 소설 내용을 읽기가 지겨워서였다. 다빈치코드는 단 한 챕터도 쉽게 건너뛰지 못할 정도의 응집력이 있다. 그러나 호모 엑세쿠탄스는 몇 페이지씩 건성으로 읽고 넘어가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굳이 애써 읽지 않아도 좋은 내용들이 산더미다. 이건 작가의 현학적 취미를 충족시키는 것 외에 독자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독자는 역사서를 읽기 위해서가 아니라, 소설 읽기를 기대하고 호모 엑세쿠탄스를 택했을 터다. 호모 엑세쿠탄스는 독자의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소설이다. 경향성에 이야기가 잡아먹혀버린 꼴이다. 이에 대해 이문열은 황석영 등을 들며, 참여 아닌 작가가 있느냐고 투정이다. 그러나 바로 그 사실 때문에 황석영 등을 비판해온 사람들이 없지 않은 것이고 보면 이 또한 구차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덧붙이는글> 이 글은 아래 댓글 놀이에서 나온 호모 엑세쿠탄스에 대한 얘기를 보충하는 의미에서 대중없이 적는 글입니다.  http://blog.mintong.org/498#comment4664
 
  1. 호모 엑세쿠탄스 - 이문열의 신작 소설을 읽고 있다. 3권으로 된 소설 가운데 이제 막 1권 읽기를 마쳤다. 지난 2002년의 여러가지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소설이다.
    우선 '성민'이라는 주인공 이름이 낯익다. 2003년까지 내가 쓰던 닉이 '백성민'이었다. 소설 속 주인공 이름은 성이 다른 '신성민'이고. 소설에 등장하는 대화와 장소들 또한 낯익다. 소설을 다 읽고 나면 할 얘기가 꽤 있지싶다. 그러나 소설 읽기는 이쯤에서 마쳐야 한다.
    도대체 사는 게 팍팍하다. 정리해야 할 일이 있다. 눈까풀은 밀려 내려오고. 일단은 커피부터 쏟아부어야겠다. 버텨야 할테니. -_   2007/02/05 11:17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