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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자신의 거의 모든 시간을 살아가기 위한 일에 바친다. 그러다가도 약간의 한가한 시간이 생기게 되면 이를 어쩔 줄 몰라 하며 마음의 안정을 잃어버린 채 기를 쓰고 그 시간을 없애려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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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일이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식으로 딱 부러지게 결정되는 경우란 극히 드물다. 인간의 감정과 행동에는 실로 다양한 변화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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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이야기를 하건, 그 이야기 끝에서는 항상 "물론..."이라는 말로 토를 다는 사람들이 있다. 어떤 일반적인 명제라 할지라도 예외란 있는 법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람들은 자기들 자신의 말이 반드시 정확하지 않으면 성이 차지 않아 하는 것이다.

때문에 이들은 조금이라도 경솔하거나 일반적인 말, 혹은 불확실한 말을 했다 싶으면, 먼저 한 말을 새롭게 한정하거나 수정하면서 이야기를 한없이 늘어 놓아서, 결국은 어떤 얘기가 핵심적인 것이고 어느 얘기가 지엽적인 것인지도 모를 지경이 되게 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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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본성에는 어떤 한계가 있다. 기쁨이나 슬픔이나 고통 등이 어느 일정한 단계에 이를 때까지는 견뎌낼 수 있지만, 그 단계를 넘게 되면 인간은 결국 파멸하고 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를 두고서 인간이 약하다거나 강하다거나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문제는 인간이 자신의 고통을, 정신적인 측면에서나 육체적인 측면에서 어느 정도까지 견뎌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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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목숨을 스스로 끊어 버린 사람을 두고 비겁하다고 말하는 것을 나는 이해할 수가 없다... 냉철하고 이성적인 인간이 이 불행한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이는 병상을 지키고 있는 건강한 사람이 병상에 있는 환자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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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건 실로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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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의 변화를 추구하는 마음은 초조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런 조급함은 어디를 가든 나를 뒤쫓아 오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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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든 것을 자기 자신과 비교하고, 자기 자신을 다른 모든 것과 비교한다. 때문에 행복과 불행이란 결국 우리가 자기 자신을 어떤 대상과 비교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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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 처리가 간결한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일단 어떤 일을 종료하고 나면 그것을 다시 꺼내어 뒤적거리지 않는 성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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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식한 사람을 대하는 것만큼이나 속 상하는 일도 없다. 그런 사람은 대개 모든 행동이 노처녀만큼이나 까다롭고, 자신에게 만족하는 일이 결코 없으며, 누가 도움을 주는 일이 있어도 거기에 감사할 줄을 모른다... 이런 사람은 자기 자신 뿐만 아니라 주위의 다른 사람들까지도 괴롭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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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신의 척도로 다른 사람을 판단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나는 내 자신의 일만으로도 힘에 벅차서 남의 일에는 관여하고 싶지 않다. 나는 나의 길을 갈 수 있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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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정신은 한 자리라도 더 윗자리로 오르려는 생각으로만 꽉 들어차 있다. 그렇지만 가장 윗자리에 있는 사람이 최고의 일을 하는 경우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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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대체적으로 건강이나 명예나 즐거움이나 휴식 등의 모든 것을 차지하기 위해 기를 쓰고 덤빈다. 그것은 대개가 어리석음이나 무지, 혹은 좁은 생각 등에서 비롯되는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항상 이런 이전투구의 싸움이 다른 사람을 위한 호의에서 하는 것이라는 말을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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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란 누구나 희망에 속고 기대에 배신 당하는 법. 나라고 여기서 예외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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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인간의 운명을 이렇게 정해 놓았다; 이성을 지니기 이전과 이성을 잃어 버린 이후를 제외하고는 행복해질 수 없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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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을 올리고 그 안으로 들어간다! 단지 그러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이렇게 망설여지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그 안이 어떤 곳인지를 모르기 때문일까? 한번 들어가면 다시는 돌아오는 사람이 없는 때문일까? 확실한 것을 모르는 경우, 혼돈과 암흑만을 예상하는 것, 그것이 우리 인간의 정신적인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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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그것은 대체 어떤 것일까?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경우, 우리는 꿈을 꾸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사람이 죽는 것을 몇 번이나 보았다. 그렇지만 인간은 자기 존재의 처음과 마지막은 전혀 알지 못한다. 인간은 그토록 제한된 세계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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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피한 일에 접했을 때는, 험한 산을 넘는 나그네와 같은 심정으로 체념하고 순응할 수밖에 없다. 물론 산이 없다면 길을 가기가 훨씬 편하고 거리도 가까울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가야 하는 길이고 현실적으로 산이 거기에 있다면 그 산을 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덧붙이는글> 음.. 이 글은 어제 의무방어전 하느라 제대로 검토도 못 하고 바로 쳐올려둔 글인데, 지금 정신 좀 차리고 보니, 정신 제대로 박혔을 때 올린 글보더 훨씬 더 주옥같은 얘기들만 있다는. 그래서 보기에 좋다는.. ^^ (이상, 여전히 비몽사몽간을 헤매고 있는 쥔장의 말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