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영감을 주는 블로그는 없지만 퍽~! -_-;; 그래도 가끔씩 들르는 블로그는 몇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언론史 세로쓰기라는 재밌는[각주:1]  타이틀을 가진 방짜님의 블로그다.[각주:2]

어제 방짜님 블로그에 역시 '재밌는' 글이 하나 올라왔다. 조선과 동아, 서로 '똥개'라고 헐뜯다는 글이다. 제목부터가 섹시하다. ^^ 언론史를 조사하다 구한 자료라는데 내 경우야 익히 알고 있던 내용이라 새롭지는 않았지만, 방짜님의 간지 나는 해석에 아주 재밌게 읽었다.

당근 댓글을 달았다. (좋은 글 읽고도 댓글 안 달고 가는 님들 블로그 할 자격 박탈해야 한다. ^^)


그런데.. 이런 글을 듣볼 때마다 답답해지곤 합니다.
왜 아직도 이런 말 밖에는 못 하고 있는 것일까요?
왜 조선 동아를 능가하는 신문 하나 번듯하게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요?
지금이 무슨 일제 시대도 아니고 군부 독재 시대도 아닌데 말이지요.
왜일까요?


방짜님도 당근 답글을 다셨다. (방짜님의 답글 이전에 오디오님도 답글을 주셨다. 같이 옮긴다.)


오디오 2009/04/01 21:53  
그릇됀 인식을 하고있으신 분들이 많기때문이죠..
물론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그렇개 매도하긴 싫지만
아직도 저런신문의 농간에 놀아나시는 분들이 많기때문에..그런분들이 우리나라에 아직도 많으시기때문에.. 뭔가 잘못됏다는걸 알아채신 분들이 힘을쓸수가 없는거죠..

방짜 2009/04/02 00:29  
오디오님 감사합니다. 제 의견을 추가한다면,

그들이 몇 십년 동안, 여러 '말'을 갈아타면서,
구축한 '권력'이 너무나 거대하기 때문인 듯도 합니다.
그들이 불의와 타협해서 쥐게 된 권력.
그 권력의 힘에 몰리게 마련인 '파이'.
이런 상황에서는...
그들을 능가하는 번듯한 신문 하나 만든다는 것이 너무나 어려운 일인 듯 합니다.
그래서 더욱 답답한 일입니다만...

이런 기형적인 구조를 바꾸려는 노력과 함께,
새로운 '파이'를 창출하려는 '이쪽'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새로운 '파이'를 만들어낸다는 것 또한,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만...


우선 오디오님 답글에 공감한다. 아마 거의 모든 이들의 표준적인 생각을 전하고 있는 게 아닌가싶다. 하지만 나는 거기에 기꺼운 동의을 표하기가 쉽지 않다.

자주 하는 말이지만, "아직도 저런신문의 농간에 놀아나시는 분들이 많기때문에.. 뭔가 잘못됏다는걸 알아채신 분들이 힘을쓸수가 없다"는 지적에 심정적으로는 공감을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라고 여기는 때문이다. 오히려 무능과 실천력의 부족 때문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방짜님은 오디오님의 주장에 몇 가지 살을 덧붙인다. "그들이 몇 십년 동안, 여러 '말'을 갈아타면서, 구축한 '권력'이 너무나 거대하기 때문인 듯도" 하고, "그들이 불의와 타협해서 쥐게 된 권력. 그 권력의 힘에 몰리게 마련인 '파이'"가 너무 크고 공고한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역시 공감한다. 그러나 이 또한 공감 그 이상은 아니다.


하민혁의 진보가 뭐냐고?


이쯤 되면 "그렇다면, 하민혁이 니 생각은 대체 뭐냐" 혹은 "조중동 능가하는 방법이라도 있다는 말이냐" 는 등의 얘기가 나올 법 하다. 당근이다. 생각 있고, 방법도 있다. 나아가 실례까지도 있다. 이건 거꾸로 말하는 게 얘기를 풀어가기도 쉽고 듣보는 이가 이해하기도 편하다. 실례부터 들겠다.
 
네이버 뉴스를 보자. 이거 조중동보다 분명히 후발주자다. 하지만 열독율과 신뢰도, 그리고 영향력 면에서 조중동보다 결코 못 하지 않다. 오프신문의 특성만 배제한다면[각주:3] 모든 면에서 조중동을 능가한다. 왜 안 된다는 말인가?

가능하다는 게 하민혁이 생각이다. 그리고 그 일에 직접 뛰어들어서 실행도 해봤다. 지금도 나는 이 일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하민혁이 니는 왜 실패했는가?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쓸데없이 딴죽을 거는 넘들이 하 많았기 때문이다. 눈에 불을 켜고 하민혁이 죽이겠다고 달려든 넘들이 넘 많았다.[각주:4] 특히 이른바 진보입네를 부르대는 넘들이 가장 크게 지달들을 떨어댔다.[각주:5]

사실 어느 곳에서나 새로운 길을 찾아 애써 노력하는 이들이 있다. 방향이 정해지면 묵묵히 그 일을 실천하는 이들이다. 예컨대, 안티조선 운동의 경우를 들어도 그렇다. 지금 안티조선 운동이 어떻네 하고 설레발 치고 다니는 님들 여러 곳서 본다. 그런데 나는 그들이 대체 어떤 안티조선 운동을 했다는 건지를 도통 모르겠다. 오히려 안티조선 운동 초기부터 묵묵히 자기 일에 충실한 이들 가운데 자신이 안티조선 운동했다고 떠벌이고 다니는 이들을 나는 본 적이 없다.

이같은 문제 의식은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의 취임사에서도 읽힌다.


진보의 위기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닙니다. 진보의 위기는 탄압보다도 스스로의 무능과 오판으로부터 기인한 바가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가장 낮은 곳에서, 음지에서 자신을 희생해가며 어렵고 힘든 자들의 편에 서서 헌신하는 많은 활동가들이 있습니다. 진보의 위기는 이들이 자초한 것이 아니라 진보운동을 주도해온 사람들의 편협한 인식과 부족한 능력과 시대착오적인 낡은 노선으로부터 비롯된 것입니다.

저는 일찍이 정체성 빼고는 다 바꿀 수 있어야 한다고 소리 질렀지만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 채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를 포함하여 진보정당에 대해 가해진 뜨거운 지적과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혁신을 꾀하겠습니다. 서민을 위한다고 선언만 하는 집단이 아니라 서민에게서 진정한 벗으로 인정받는 당으로 거듭 나겠습니다. 민주노총에게만 의존하는 정당이 아니라 민주노총으로부터도 소외된 더 낮은 곳의 노동자와 고용체계에서도 축출된 영세 자영업자들을 대변하는데 주력하겠습니다. 노동이 강한 나라여야만 서민들이 잘 살수 있다는 보편적 경험을 이 땅에서도 실현시키기 위해 노동과 정치의 기계적 분업구조를 극복하고 노동과 진보정당이라는 양날개를 동시에 강화시키는 일에 직접 나서겠습니다.


지난 3월 29일 진보신당의 새로운 대표로 선출된 취임사 가운데 일부다. 노회찬 대표는 말한다.


"서민을 위한다고 선언만 하는 집단이 아니라 서민에게서 진정한 벗으로 인정받는 당으로 거듭 나겠습니다. 민주노총에게만 의존하는 정당이 아니라 민주노총으로부터도 소외된 더 낮은 곳의 노동자와 고용체계에서도 축출된 영세 자영업자들을 대변하는데 주력하겠습니다. 노동이 강한 나라여야만 서민들이 잘 살수 있다는 보편적 경험을 이 땅에서도 실현시키기 위해 노동과 정치의 기계적 분업구조를 극복하고 노동과 진보정당이라는 양날개를 동시에 강화시키는 일에 직접 나서겠습니다."고.
 

이는 지금까지 그렇게 하지 못 했다는 말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그동안 말로만 진보를 했다는 얘기다.
사실이다. 그 이유를 노 대표는 이렇게 짚고 있다.


"진보의 위기는 탄압보다도 스스로의 무능과 오판으로부터 기인한 바가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가장 낮은 곳에서, 음지에서 자신을 희생해가며 어렵고 힘든 자들의 편에 서서 헌신하는 많은 활동가들이 있습니다. 진보의 위기는 이들이 자초한 것이 아니라 진보운동을 주도해온 사람들의 편협한 인식과 부족한 능력과 시대착오적인 낡은 노선으로부터 비롯된 것입니다."라고.


바로 내가 이른바 진보 세력에게 10년 전부터 해온 말이다.


하민혁의 진보


나는 이 땅의 진보적 토양은 충분히 마련되었다고 보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 토양은 '지금 이 순간에도 가장 낮은 곳에서, 음지에서 자신을 희생해가며 어렵고 힘든 자들의 편에 서서 헌신하는' 이들이 만들어온 것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이 토양을 편협하고 시대착오적인 인식과 할 줄 아는 건 상대에 대한 비난과 비아냥밖에 없는 무능한 이들이 왼갖 잡초로 망쳐놓고 있다는 생각이다.

이 지점에서 떠오르는 이름들이 몇 있지만, 쓸데없는 인신공격으로 비칠 수 있기에 생략한다. 다만, 자신의 무능을 감추고 호도하기 위해 '모든 게 조중동 탓'이고, '이명박 탓'이며, 나아가 '멍청한 민중 탓'이라고 부르대는 이들이 있다면, 나는 그들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하고싶다. 그런 자들이야말로 민중의 적이며 인민의 고혈을 빨아먹고 사는 자들이기 십상인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이 할 바는 하지 않은 채, 혹은 해야 할 일이 산더미인 민중들에게 가당찮은 적을 만들어 그들과 싸울 것을 종용하면서 정작 민중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차단해버린다. 눈앞의 암울한 현실만을 민중에게 반복적으로 주입하므로써 민중이 애오라지 거기에 목을 매게 만들어버린다. 그들에게 있어 민중이란 자신들이 세팅한 틀 안에서 충실하게 반응하는 파블로프의 개일 뿐이다.


"하민혁씨는 진보입네 하는 행태가 가관인 치들이 싫은건가요 아니면 현재 보수라고 하는 우리나라 지배계층에 반대하는 사상이나 행위 자체도 다 싫은건가요?"


어제 쓴 글에서 초이님이 묻고 있는 말이다. 이 글로 나는 초이님의 질문에 일정 부분은 답을 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싫은 것은 일부(가 대부분이다) 얼치기 진보들이 만들어 놀고 있는 그 판이다. 그 판이 내가 생각하는 진보와는 전혀 딴 판인 때문이다. 내가 보기에 그 판에서 놀고 있는 이들은 진보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들에게서 읽히는 것은 다만, 적대적 공생관계의 고착화 뿐이다. 그걸로 자신의 입지를 보장받을 수 있는.

얘기가 많이 겉돌았다. 다시 처음의 방짜님 블로그 얘기로 돌아가보자.

방짜님 블로그는 그 타이틀이 말해주듯 분명한 지향점을 갖고 있다. 언론의 역사를 정리하는 일이다. 나는 여기에 진보가 나아갈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모든 이들도 이렇게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에 충실하는 데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블로거 일반, 혹은 시민 일반이 모두 거대담론에 빠져 있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도대체 자신의 전문 분야도 아닌 일에, 그것도 국정을 다루는 모든 일에 블로거 혹은 시민 일반이 나서 일일이 참견을 해야 하는 사회란 도무지 제대로 된 사회, 건전한 사회라 보기 힘든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것은 한 방이다. 블로거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은 시민 일반이 집중해야 하는 것은 바로 그 한 방을 위한 준비여야 한다. 자기 이웃과 함께 하는 일이고 그 이웃과 생각을 공유하는 일이다.[각주:6] 

방짜님 블로그에서 내가 했던 이야기도 결국은 이 얘기의 다른 표현이다.

조중동이 문제가 많다면, 그들을 능가하는 신문을 만들면 되는 일이다. 그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지금이 무슨 일제 시대도 아니고 군부 독재 시대도 아니지 않는가 말이다. 그게 왜 가능하지 않다는 말인가? 가능하지 않다고 말하는 이가 있다면, 그 자부터 함 다시 볼 일이다.




<덧붙이는글> 음.. 내가 봐도 넘 길다. -_
  
  1. 미안합니다. '의미심장한'으로 썼다가 아무래도 이게 더 맞다싶으서.. -_- [본문으로]
  2. 내가 소개한 블로그 치고 내랑 다투지 않은 블로그가 없는데.. 큰 일이다. 방짜님과는 별로 다투고싶지 않은데 말이다. -_- [본문으로]
  3. 네이버가 오프신문을 창간하는 경우를 상정하더라도 큰 차이는 없을 거라고 본다. [본문으로]
  4. 그게 하민혁이의 한계라고 한다면 그건 당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일이겠다. [본문으로]
  5. 하민혁이는 경험하지 않은 거는 말하지 않는다. 하민혁이 이른바 입으로 '진보' 부르대는 넘들을 보면 우선 사시 눈으로 쳐다보는 데는 이렇게 다 이유가 있다. [본문으로]
  6. 자신의 하룻밤 경험을 통해 '정명훈'을 '정명박'으로 만드는 한갓된 인식틀로 이룰 수 있는 세상이란 도무지 진보와는 거리가 먼 개같은 세상일 뿐이겠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