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글을 써내려가다보면 이건 아니다 싶을 때가 있다. 뭔가 할 말이 있기는 한데,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을 때다. 이런 경우 쓰면서도 그런 거 느낀다. '아, 이거 이 말을 쓰면 틀림없이 한 방 맞지..' 하는. -_

이같은 예감은 거의 한번도 틀리지 않는다. 우려한 부분에서 누군가는 정확히 치고 들어온다.[각주:1] 재밌는 건 이때 내가 보이는 반응이다. 당연히, '아이고, 잘못 했습니다. 이거 내가 쓰면서도 살짝 거시기했는데, 딱히 다른 적당한 표현이 생각나질 않아서 그렇게 되었습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 없습니다. 앞으로는 주의하겠습니다.'  

이렇게 나가는 게 맞다. 그리고 실제로 그럴 때도 없지는 않다. 하지만 십중팔구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래서 월 어찌라고? 그게 뭔 말인지 진짜 모르겠어요?' 뭐 이런 식으로 오히려 큰소리를 친다. 왜 이럴까? 쪽 팔리서? 아니면.. 여전히 답답해서? 것도 아니면 그거 따지고 드는 게 얄미워서? 그냥 딴죽을 위한 딴죽으로만 보여서? 뭐 모르겠다. 어쨌든 이같은 자세가 아름답지 않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바로 엊그제도 그런 일이 있었다. '국정' 어쩌고[각주:2] 하는 부분에서다. 여기서 내가 전하고자 했던 말은 '왜 의회 민주주의겠느냐'는 거였다. 한마디로 기나 고동이나 모두 나서 사사건건이 한마디씩 하는 게 과연 바람직한 일이겠느냐는 얘기였던 것이다. 당근 연빵으로 이의가 들어왔다. -_  

그런데 이같은 이의는 사실 실제로 내가 얘기하고자 했던 바에 주목한다면, 다시말해 내가 말만 제대로 했다면 굳이 제기될 필요가 없는 터였다. 예컨대, 저기서 내가 하고자 했던 얘기는 이런 것이었다.


세계일보 만평[워싱턴타임스] "우리가 합의하지 못하는 또 다른 새로운 제안이 있군요.."


G20 정상회담의 무용성 혹은 비효율성을 지적하고 있는 만평이다.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개최했으나 새로운 제안이 나올 때마다 각국 간 이견차로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것을 빈정대고 있는 것이다.

20명만 모여도, 것도 나름대로는 각 나라의 최고 위치에 있는 대표가 모여서 한다는 정상회담에서도 20명 정도의 의견 조율조차 쉽지 않은 게 세상사 이치다. 하물며 4천만이 모두 한마디씩 한다면 거기서 합의에 이를 수 있는 일이 단 하나라도 있을까? 없다.

그러니까 나는 '국정' 어쩌고 하는 말을 통해 이 얘기를 하고자 했던 것이다. 현 정권이 맘에 안 든다면 차라리 정권 교체를 위해 노력하는 게 더 바람직한 접근법이지, 모든 일을 사사건건이 트집을 잡는대서야 그걸로 이룰 수 있는 뭐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또 '그렇다면 정권에 대한 견제를 하지 말라는 말이냐'고 설레발 치는 사람들 꼭 있다. -_

그런 거 아니다. 내 말은 견제조차 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견제를 하더라도 전략적으로 하자는 것이다. 일의 경중을 따져서 정말로 내줄 수 없는 일은 모두의 힘을 거기에 집중하여 확실한 결과를 만들어내고, 목숨 걸고 지켜야 할 만큼 긴급 사안이 아니거나 크게 중요하지 않다 여겨지는 문제는 전략적으로 떨쿠고 갈 수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블로고스피어를 보면 어떤 때는 진짜 단세포들만 모여 있는 꼭 바보들의 천국 같아서 해보는 얘기다.


 
  1. 나는 이게 집단지성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 [본문으로]
  2. 지금처럼 블로거 일반, 혹은 시민 일반이 모두 거대담론에 빠져 있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도대체 자신의 전문 분야도 아닌 일에, 그것도 국정을 다루는 모든 일에 블로거 혹은 시민 일반이 나서 일일이 참견을 해야 하는 사회란 도무지 제대로 된 사회, 건전한 사회라 보기 힘든 때문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