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가 오늘 법원에서 무죄선고를 받고 풀려났습니다. 우선 미네르바의 석방을 환영합니다.
 
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멉니다. 검찰이 항소 의사를 강하게 밝히고 있기 때문인데요,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다는 것 말고는 크게 변한 건 없다고 봐야 할 겁니다. 사건이 온전히 종결된 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사건의 본질을 제대로 함 정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하민혁의 민주통신에서 지금까지 짚어온 이 시건의 맥락을 제대로 읽은 이라면 충분히 숙지하고 있을 법 하지만, 지난 글을 다 읽으라 말하는 것은 넘 불친절한 일이겠기에 다시한번 간단히 이 사건을 요약 정리해드리겠습니다. (하민혁까들은 특히 잘 듣보시도록 하세요.)


미네르바 사건의 본질은 집단발광과 삽질에 있습니다.


미네르바

미네르바 사건의 본질은 집단발광과 삽질이다


'명바기 까자면 자다 인나 삽들고 키보드 두드리기'로 날밤을 지새는 친구들이 미네르바라는 희대의 백수 논객에 낚여, 그를 '경제대통령'으로 모시고 집단적으로 열광하는(미쳐 날뛰는) 사태에 대해, 삽질 정부가 나서 말 그대로 삽질을 해버린 결과가 이번 사태의 본질이라는 뜻입니다. 민변의 다소 정치적이고 변호사틱한 표현을 빌어 말하자면,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의사 표현을 형사 처벌로 입막음하겠다는 정부의 발상"이 이 사건의 본질인 셈입니다.

민변은 여기에 사족을 덧붙입니다. "인터넷상에 경제 관련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구속까지 되는 사태는 어떤 이유로도 재발되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말이죠. 하지만 이같은 사족은 말 그대로 불필요한 사족, 곧 헛소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인터넷상에 경제 관련 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구속까지" 간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민변의 성명을 인용하면서 굳이 '정치적이고 변호사틱한 표현'이라는 수사를 붙인 까닭입니다.

무튼, 지금 잠깐 블로고스피어를 살펴보니 거의 감동의 도가니탕 비슷합니다. 그러나 이게 그렇게 감동해 할만한 일인지 함 살펴봐야 합니다. 결론을 미리 말하자면, 이건 감격해 할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스스로를 돌아보고 반성을 해야 할 일입니다.


미네르바 석방으로 얻은 건 과연 무엇인가


이 문제는 지금 감격해 하는 친구들이 얻은 게 과연 뭐가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그 답이 이내 나옵니다.  얻은 거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진중권 같은 친구까지 나서 뭔가 대단한 걸 얻은 것마냥 신나 하고 있습니다. 진중권의 말을 잠시 옮기자면, 그러니까 진중권이 감격해 하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보수적인 대한민국 법원에서조차 미네르바에게 죄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군요. 판결의 내용도 확실합니다. 첫째, 허위에 대한 의식이 없었고, 둘째 설사 그런 의식이 있었다 하더라도 공익을 해칠 목적이 없다는 것이지요. 한 마디로 대한민국 검찰의 완패입니다. 미네르바 사건은 대한민국 법치의 수준을 만방에 드러낸 국제적 망신이었습니다. 지금이 무슨 나찌 시절도 아니고.... 그나마 이번 판결이 조국 대한민국의 명예를  더 큰 망신으로부터 막아준 셈이 됐네요."


이 친구가 요즘 하도 여러 군데 발을 담그고 있다 보니 아무래도 감이 많이 떨어진 듯합니다. 예전의 그 예리한 맛을 찾아볼 수 없으니요. 이 건으로 몇 군데 토론 프로그램에 나가고 했던 게 영향을 미친 게 아닌가싶습니다. 그게 내심 많이 부담스러웠던 모양이고, 그래서 '미네르바 무죄'라는 '현상'에 너무 빠져버린 듯하다는 인상입니다.

물론 표면적으로 보자면 이 친구의 말도 크게 틀리지는 않습니다. '대한민국 검찰의 완패' 운운하는 부분에서 보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런 얘기는 자칭 타칭 대한민국의 대표 논객이 할 말은 아닙니다(블로고스피어의 논조도 진중권의 얘기와 크게 다르지 않은 터라, 이후는 진중권의  글을 모델로 하여 얘기를 전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게임의 법칙'이라는 틀에서 보자면, '대한민국 검찰의 완패'라는 등의 얘기는 시기상조입니다. "법원에서조차 미네르바에게 죄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는 얘기는 더욱 그렇습니다.


법원의 판결문은 '논객 미네르바'에 대한 사형선고다


진중권은 이같은 판단을 한 근거로 법원이 제시한 "첫째, 허위에 대한 의식이 없었고, 둘째 설사 그런 의식이 있었다 하더라도 공익을 해칠 목적이 없다는 것"을 들고 있는데요. 패착이라고나 할까요, 여기서부터 진중권은 크게 허당을 짚고 있습니다. 법원이 밝히고 있는 저 근거라는 게 실제로 '논객 미네르바'에게는 일종의 사형선고나 다름없기에 그렇습니다.[각주:1]

사실 재판부의 판결문은 여러가지를 비틀어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요지는 분명합니다. "미네르바, 낫씽. 미네르바는 암것도 아니다"는 것입니다. 미네르바의 글이라는 건 순전히 여기저기서 줏어들은 걸로 짜맞춘 헛소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함의하고 있는 더 중요한 의미는 그런 미네르바에 놀아난 이들이 한심한 족속들이라는 것입니다.

유영현 판사는 한마디로 몽땅 다 까버린 겁니다. '미네르바'나 미네르바를 교주마냥 믿고 설치던 애들을 한꺼번에 '볍진' 취급을 해버린 거지요. 그런데 그게 좋다고 지금 일부 철부지들은 거기에 환호작약하며 감격씩을 하고 있습니다. 참 얼척이 없는 일입니다. 하는 양이 영낙없는 조삼모사의 원숭이들입니다.  


이 지점에서 이 사건을 처음부터 한번 재구성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네르바


원래 이 사건은 이렇게 가서는 안 되는 건이었습니다.

검찰로서는 미네르바가 '대한민국 0.01%에 속하는 고위 관료직 출신의 60대 최고 엘리트라'는 우상만 깨버리면 끝나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일을 위해 필요한 건 '허위사실 유포' 하나면 충분했습니다. 있지도 않은 허위 사실을, 그것도 간 크게도 '정부 공문'씩이나를 들먹이며 거짓말을 공공연히 적시했으니 이걸로 충분하다 본 건이었지요.

그런데, 이같은 검찰의 예상은 너무 나이브했습니다. 검찰의 예상과는 달리 이 문제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근간을 건드린 일로 비화하면서 언론탄압 국제적 망신 등으로 확장일로를 달려버립니다. 당근 정치적 기동이 틈입한 결과입니다. 미네르바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던 건 검찰 쪽만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검찰, 미네르바에 코가 꿰다


이 건과 관련한 앞선 글에서도 계속 해온 얘기지만, 이같은 정치적 기동이 없었다면[각주:2] 미네르바 건은 굳이 구속까지 갈 것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전개되는 양상을 보면, 미네르바가 체포된 이후 그가 석방되기를 바라는 사람은, 그의 부모 말고는 없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변호인단은 미네르바 석방에는 도무지 관심이 없어 보였고, 당사자인 미네르바조차도 굳이 나가야겠다는 의사가 없어보였습니다. 이같은 일은 대략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적부심 신청이 이루어지는 시기에 일어납니다.

그러니까 이 건은 미네르바가 거짓말 쌔운 거 잘못했다 인정하고, 변호사가 중간에서 적당히 변호하면 쉬이 불구속으로 갈 수 있는 간단한 사안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갑자기 무슨 언론 탄압에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죽이고 살리는 문제가 되면서, 그만 그렇게 간단하지 않은 문제가 되어버립니다.

이제 당혹스러운 것은 오히려 검찰 쪽입니다. 별것 아니라 여기고 시작한 일이 무슨 마른 들판에 불을 놓은 양으로 삽시간에 크게 번지면서 걷잡을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닫고, 결국에는 빼도박도 못하는 상황에 처해버렸으니요. 검찰은 졸지에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정권의 개가 되어 언론 탄압을 자행한 천하의 파렴치한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코너에 몰린 검찰로서는 결국 살아남는 싸움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전혀 엉뚱한 방향에서 새로운 진흙탕 싸움이 시작되는 지점입니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검찰은 또 한번의 패착을 하게 됩니다. 엉뚱하게도 변호사가 던진 미끼를 덥썩 물고는 같이 삼천포로 빠지기 시작합니다.  


검찰, 삼천포로 빠지다


'대외 신인도 추락'이 어쩌고, '공익을 해할 목적'이 저쩌고 하는 논리를 강변하면서입니다. 두 가지 모두 이번 판결에서 유영현 판사가 '계량화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는 바로 그 부분들입니다. 그러나 이건 유 판사가 지적하지 않더라도 검찰이 들고 나와서는 안 되는 논리였습니다. 검찰은 그보다는 오히려 처음 쎄운 논리에 집중을 했어야 합니다.

다시말해, 허위 사실 유포 하나에 집중했어야 한다는 건데요. 이를테면 유 판사가 "피고인이 공소사실 제2항의 글을 게시함에 있어 취한 단문의 보도문 형식만으로 그 내용의 긴박성이나 신뢰성이 높아진다고 볼 수 없는 점"이라고 판시한 부분을 파고들었어야 했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검찰이 한 방식으로는 아닙니다.
예컨대, 판결문에 의하면 검찰은 공소 사실 제 2항에서 이 문제를 이렇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② 사실은 정부에서 국내 금융기관 또는 수출입 관련 기업에게 달러 대수를 금지시키는 긴급 업무명령을 발령한 사실이 없고, 피고인은 외환거래 자유국인 우리나라의 정부가 금융기관 등의 외환거래를 금지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마치 위와 같은 명령이 발령된 것처럼 허위사실을 유포하기로 마음먹고, 2008. 12. 29. 13:30경 위 집에서 컴퓨터를 이용하여 위 토론방에 접속한 다음 『대정부 긴급 공문 발송-1보』라는 제목 아래 "2008. 12.29. 오후 2시30분 이후 주요 7대 금융기관 및 수출입 관련 주요기업에게 달러 매수를 금지할 것을 긴급공문 전송. -정부 긴급명령 1호- 중요 세부사항은 각 회사별 자금관리 운영팀에 문의 바람. 세부적인 스팩은 법적 문제상 공개적으로 말할 수 없음. 단 한시적인 기간 내의 정부업무 명령인 것으로 제한한다."라는 허위 내용의 글을 작성, 게시하여 약 10만 명 이상이 열람하도록 함으로써 정부의 환율정책 수행을 방해하고 우리나라 대외신인도를 저하시키는 등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하였다』는 것이다.


여기서 "'대정부 긴급 공문 발송-1보'라는 제목 아래 "2008. 12.29. 오후 2시30분 이후 주요 7대 금융기관 및 수출입 관련 주요기업에게 달러 매수를 금지할 것을 긴급공문 전송. -정부 긴급명령 1호- 중요 세부사항은 각 회사별 자금관리 운영팀에 문의 바람. 세부적인 스팩은 법적 문제상 공개적으로 말할 수 없음. 단 한시적인 기간 내의 정부업무 명령인 것으로 제한한다."라는 허위 내용의 글을 작성, 게시하여"까지는 어디까지나 사실관계에 대한 얘기이니만큼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에 이어지고 있는 범죄구성요건입니다. 검찰은 이에 대해 "약 10만 명 이상이 열람하도록 함으로써 정부의 환율정책 수행을 방해하고 우리나라 대외신인도를 저하시키는 등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하였다"고 적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판결문에서 유 판사가 지적하고 있듯이, 이 부분에서 검찰은 포인트를 잘못 맞췄습니다.  
 
미네르바의 이같은 허위공문 유포 행위의 문제를 추상적인 '대외신인도 저하'나 공익을 해할 목적' 등에 맞추는 대신, 이같은 행위가 용인 혹은 허용될 경우에 발생하는 '시장교란'과 '사회적 혼란'에 맞추었어야 합니다. 공문서 위조 등이 죄가 되는 지점에서 접점을 찾았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랬다면 결과는 아마 달라질 수 있었을 겁니다.


정부공문, 누구나 만들어 인터넷에 게재할 수 있다? 미쳤어~


사실 이 부분은 이번 판결이 갖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다시말해, 만일 이 판결이 지금 이 상태로 확정된다면 이제 누구나 존재하지 않는 '정부공문'을 임의로 만들어서 인터넷에 게재한대도 처벌할 근거가 사라지는 때문입니다. [각주:3]

물론 검찰의 입장은 다릅니다. 검찰은 재판부가 "박씨가 허위사실임을 인식했다는 객관적 증거를 배척"하여 "공익을 침해하려는 목적에 대한 법리를 잘못 적용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검찰은 자기 주장을 내세우기에 앞서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 한번 더 숙고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네르바


이 지점에서 유영현 판사는 대단히 탁월한 판단을 했습니다.

미네르바 사건은 누가 뭐래도 정치적 기동에서 시작되고 정치적 기동에 따라 움직여온 사건입니다. 그 판결이 어떻게 나든 그 결과가 그 정치적인 지형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으리라는 건 불문가지입니다. 재판부라고 해서 이같은 사실을 모를 리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사건은 설사 유죄판결이 난다 해도 기껏 집행유예나 벌금형이 전부인 사건입니다. 때문에 민란을 자초하는 게 아니라면 이 사건에 대해 그 이상을 선고할 수는 없습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아주 단순합니다. 어떤 경우에도 미네르바는 풀려나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유영현 판사의 탁월한 선택


재판부의 이번 판결이 탁월하다 여겨지는 대목입니다. 내가 보기에 재판부는 어느 쪽으로부터도 비껴가는 절묘한 길을 택했습니다. 우선 무죄를 선고함으로써, 당장 쏟아지게 될 민주주의 후퇴와 언론탄압이라는 비판에서 비껴갑니다. 그렇다고 그냥 지나가는 건 아닙니다. 미네르바를 아무것도 아닌 사람, 곧 허수아비로 만들어버리고 지나갑니다.

다른 한편 검찰에게는 항소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누가 봐도 무죄로 풀려나기는 힘든 사건입니다. 앞서도 밝혔듯이 이 사건이 무죄로 확정되는 경우 초래될 사회적 혼란과 시장교란의 문제는 결코 무시해도 좋을 성질의 문제가 아닌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얼마든지 자체적으로 정화될 거라는 논지를 펴고 있지만,[각주:4] 단순한 거짓 사실의 유포와 정부 공문을 내세운 거짓 사실의 유포는 그것이 갖는 영향력에서 비할 바가 아니라고 봐야 합니다.

무죄선고 직후 변호인단이 모두 충격적이었다고 밝히고 있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변호인들조차도 이 사건이 무죄로 선고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내일은 또 어떤 평가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 이 시각까지도 아직 반MB 진영이 환영 일색인 것 또한 같은 맥락입니다. 전혀 예상하지 않은 결과 탓에 아직 대응논리를 마련하지 못한 방증이라는 얘기입니다.


미네르바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정리하겠습니다. 미네르바 사건은 아직도 여전히 진행중인 사건입니다. 무죄선고는 당연한 결과라며 이구동성으로 환영 일색인 이른바 미네르바 진영에서 결코 환영할만한 결과는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유창선 같은 이는 "논객 미네르바가 이명박 정부를 이겼다"고까지 말하고 있지만, 상황파악이 안 된 데서 나온 너스레 그 이상은 아닙니다.

살짝 거칠게 표현하자면, 유영현 판사에게 놀아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얻은 것은 하나 없이 그저 좋아라만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미네르바가 풀려난 점 때문이라고 한다면, 그건 앞서도 말했지만, 미네르바는 그 결과가 설사 유죄였다고 해도 어쨌든 풀려날 상황이었습니다. 도대체 아무리 봐도 실제로 얻은 건 하나도 없습니다.

오히려 이 사건을 통해 그동안 이명박 정부를 압박, 비판해오던 언론탄압과 민주주의 죽이기의 논리만을 잃게 되었을 뿐입니다. 전체적인 지형에서 보자면 운동의 동력을 상실했고, 미네르바 개인 차원에서도 '논객 미네르바'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논객에게는 사형 선고나 다름없는 판결을 받아들었을 뿐입니다. 결코 좋아라 할 이유가 없는 일입니다.


이후 전개될 사건의 추이에 대하여


제가 보는 이 사건의 향후 추이는 이렇습니다. 검찰은 항소합니다. 다만, 그 방향은 비록 검찰 쪽에서 지금 당장은 반발하고 있긴 하지만, 쓸데없이 논란만 불러일으킬 뿐 실제로는 별 도움이 안 되는 '대외 신인도 추락' 따위의 희닥한 논리를 다듬는 일에는 크게 공을 들이지 않을 것입니다. 대신 앞서 언급한, 극히 기본적인 사항들, 예컨대 허위 공문서 적시 등에 더 집중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무죄보다는 유죄가 될 개연성이 큽니다.

이 사건은 매우 단순한 사건입니다. 형식상으로는 '미네르바'가 주인공이지만, 실제로 이 사건에서 미네르바는 큰 고래들 싸움에 끼인 새우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같은 사실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입니다.

문제는 미네르바 박대성입니다. 이같은 사실을 가가 어떻게 수용하느냐는 것인데요. 재판 과정에서 미네르바 박씨는 어쩌면 정치적으로 비쳐질 수도 있는 소영웅주의적 언행을 언듯 언듯 내비쳤습니다. 앞으로 이 사건에서 변수가 있다면 바로 이 부분입니다. 미네르바 박의 변화 과정이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덧붙이는글> 글이 좀 이상하게 전개되었습니다. 중간에서 흐름이 살짝 바뀌었는데, 결국 그걸 다시 되돌리지는 못 했습니다. 덕분에 게임의 법칙이라는 측면에서 이 사건의 주인공들 입장을 하나씩 짚는다는 애초의 계획과는 동떨어진 글을 만들고 말았습니다. 뭐 어쩔 수 없습니다. 글을 새롭게 쓰거나 할 여유가 없다는 뜻입니다. 이건 이대로 발행하고, 미처 쓰지 못한 얘기는 다음 글에서 더 해가도록 하겠습니다. 글의 내용은 둘째 치고, 일단 재미가 없이 쓰인 듯싶어서 그게 더 불만족스럽습니다. 처음 글을 시작할 때의 계획은 흥미진진 모드였는데 말이죠. 안타까운 일입니다.
 
<덧2> 이 글을 올리고 나서 몇 군데 사설/칼럼 등을 읽어보니 하나같이 미네르바의 무죄선고에 환영하는 분위기네요. 내가 판결문을 잘못 읽은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이럴 때는 살짝 불안해집니다. 무튼, 다 옮기기는 그렇고 해서 방금 읽은 '미네르바 무죄'는 사필귀정이다는 경향신문 사설의 마지막 부분 하나를 옮깁니다.

"재판절차가 완전히 종결된 것은 아니지만, 이번 판결로 미네르바의 헛소동은 사실상 막을 내렸다. 이 와중에 민주주의는 후퇴했고, 정부와 검찰은 조롱과 경멸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이제 반민주의 광기를 해독하고, 쏠림을 치유할 때다. 민주적 가치를 폄훼하고 표현의 자유를 구속하기 위해 동원됐던 온갖 궤변과 몰상식의 거품을 걷어내야 한다. 미네르바 무죄는 우리 사회에 성찰이 절실함을 일깨우고 있다. 인터넷 논객의 입막음에 헛심을 쏟은 정부의 맹성이 우선임은 물론이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이건 아니지싶은데 말이죠. 쩝~
아, 그리고 미네르바 사건에 대해, 박대성씨에게 사과해야 할 님들은 엠비 정권 말고도 또 있습니다. 박대성이 미네르바가 아니다고 온갖 설레발을 쳐대던 님들입니다. 거기엔 아마 상당수의 이른바 진보언론과 진보논객도 포함되어 있는 걸로 아는데, 경향신문 칼럼진은 그런 거 안 했을려나 모르겠습니다. 나중에 그 리스트를 함 찾아서 정리해보는 것도 참 흥미로울 것같습니다.
 
  1. 그런데 진중권은 이 판결문을 또 '명문'이라며 당원들에게 읽어보라 권하고 있습니다. -_- [본문으로]
  2. '정치적 기동' 부분에서 자주 오해하시는 분들이 더러 있습니다. 나는 정치적 기동 자체를 나쁘다고 보지 않습니다. 단순히 정치적 기동 아닌 게 어디 있느냐는 수준에서 하는 얘기가 아닙니다. 내가 정치적 기동을 부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언제나, 그 정치적 기동이 아무리 봐도 봐주기 힘들 정도의 유아틱한 기동일 때입니다. 정치적 기동을 아무 때, 아무 곳에나 휘두르려는 그 인식의 부박함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정치적 기동을 하려면 한번을 해도 제대로 하라는 것이고 한번을 해도 제대로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본문으로]
  3. 이 글을 읽는 분 가운데, 여기서 쥔장이 잘못 파악하거나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언능 좀 알려주세요. 여기가 이 글의 핵심인데, 마땅히 그 타당성을 조회할 곳이 없어 발행을 미루고 있던 부분이어서입니다. [본문으로]
  4. 한창민/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 : 확인되지 않은 소문 유포 등 인터넷의 부작용은 이용자와 사업자의 자정을 통해서 고쳐져 나갈 수 있다고 봅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