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쥔장의 미네르바 관련 글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작은 다툼이 있었습니다. '미네르바 사태 이후 많은 지식인이 표현의 자유에 대해 위협을 느끼고 침묵했다'는 어느 댓글러의 주장에 대해 쥔장이 그 사례를 요청하면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결론은 댓글러 분이 승리하셨습니다. 그러니까 댓글러 분이 말한 지식인이라는 게 제 예상과는 달리 경제 관련 찌라시에 제멋대로의 예측을 쏟아내는 친구들, 그것도 도무지 그 사실성을 확인하기 힘든 A씨, B양, C군 등이었기 때문입니다. 쥔장이 질 수밖에는요.

그런데 방금 전, 진중권이 또 동일한 논리를 쎄우고 있습니다. 엠비씨 100분토론에서 미네르바와 구글의 경우를 놓고 무슨 표현의 자유인가에 대한 논쟁을 하는 모양인데 거기서 진중권이 아주 당당하게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각주:1]


"미네르바 사태 이후, 유명한 블로거들이 자기 글 다 지우고 사라졌어요."
 

진중권

견강부회, 진중권이 사는 법


결론 먼저 말하자면, 진중권의 저 말은 거짓말입니다. 새빨간.

쥔장은 진중권 만큼은 블로고스피어가 돌아가는 상황은 꿰고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쥔장이 아는 한, 유명한 블로거 가운데 자기 글 지우고 사라진 블로거는 없습니다. 그랬다는 얘기조차도, 적어도 지금 이 시각까지 쥔장은 듣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진중권은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보는 공중파 티비의 토론 프로그램에서 저 거짓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합니다. 부끄러운 기색 하나 없이 오히려 당당하게 말하고, 그걸 자기 주장의 논거로까지 삼고 있습니다. 이게 대체 무슨 배짱일까요? 아니, 무엇이 진중권으로 하여금 저렇게 뻔뻔한 거짓말을 거리낌 하나 없이 하게 만드는 걸까요?

이유는 하나입니다. 그것이 진중권이 살아가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견강부회입니다.
'견강부회'를 네이버 백과사전은 이렇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견강부회[牽强附會] :
가당치도 않은 말을 억지로 끌어다 대어 자기 주장의 조건에 맞도록 함을 비유하는 한자어.
 
전혀 가당치도 않은 말이나 주장을 억지로 끌어다 붙여 조건이나 이치에 맞추려고 하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도리나 이치와는 상관 없이 자신의 주장만을 내세우면서 합당하다고 우기는 꼴이니, 지나치게 자신의 의견만을 고집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견해에는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는 사람을 가리킬 때 자주 쓰는 표현이다.

이와 유사한 표현에는 '아전인수(我田引水)'가 있는데, 제 논에 물 대기라는 뜻으로, 자기에게만 이롭게 되도록 생각하거나 행동한다는 말이다. 또 '수석침류(漱石枕流)'는 돌로 양치질을 하고 흐르는 물로 베개를 삼는다는 뜻이니, 가당치도 않게 억지를 부린다는 말이요, '추주어륙(推舟於陸)'은 배를 밀어 육지에 댄다는 뜻이니, 역시 되지 않을 일에 억지를 쓴다는 말이다.

그밖에 '영서연설(?書燕說)'이란 표현이 있는데, 이는 영 땅의 사람이 쓴 편지를 연나라 사람이 잘못 해석하고도, 자신이 해석한 내용대로 연나라를 다스렸다는 고사에서 유래한다. 우리말에 '채반이 용수가 되게 우긴다'는 속담이 있으니, 가당치도 않은 의견을 끝까지 주장한다는 말이요, '홍두깨로 소를 몬다'는 속담 역시 무리한 일을 억지로 한다는 뜻으로, '견강부회'와 통한다.


그렇습니다. 진중권의 일용할 양식은 바로 이같은 견강부회의 논리에서 비롯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하나의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어떻게 이 가당치도 않는 논리가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고 또 계속 유지될 수 있다는 말인가 하는 의문입니다.

진중권이 뛰어난 것은 바로 이 지점입니다. 진중권은 거의 천부적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탁월한 포지셔닝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논쟁에서 포지셔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논쟁이란 결국 내 편 네 편을 갈라 벌이는 편먹기 싸움이고, 이 싸움에서 중요한 것은 올바른 논리가 아니고 이기는 쪽에 서는 포지셔닝이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이번에 주제가 된 '표현의 자유'에 관한 논쟁에서 이를 옹호하는 쪽은 어떤 경우에도 질 수가 없습니다. 그 반대는 어쨌거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 주장이나 논리가 가당치 않거나 말거나에 관계없이 이길 수밖에 없는 쪽에 포지셔닝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노엄 촘스키라는 친구가 있습니다.


'미국인의 양심' '생존하는 가장 중요한 지식인' 등으로 불리면서, 대한민국의 진보연 하는 아해들 사이에서 거의 우상에 가까운 우러름을 받는 친구입니다. 그런데 이 친구가 살아가는 방식이 바로 저 진중권이 살아가는 방식입니다.

탁월한 포지셔닝으로 가당치도 않은 말을 내뱉으면서 침소봉대하는 걸로 먹고 삽니다.
이를테면 이런 식입니다.


촘스키, 그가 살아가는 방식

견강부회 혹은 침소봉대 - 노암 촘스키, 그가 살아가는 방식


'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라는 책에서 촘스키가 기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 대목입니다.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그게 안 보인다면, 촘스키가 세팅한 '이길 수밖에 없는 포지셔닝', 곧 개인은 약자고, 기업은 강자 혹은 악인이라는 바로 그 포지셔닝에 빠졌다고 봐도 좋습니다.
   

미국을 대표하는 제약기업 중 두 회사, 즉 릴리와 스미스클라인이 주의사항을 제대로 기재하지 않은 약품을 유통시켜 80명의 목숨을 앗아갔다는 이유로 기소당했습니다. 이때 두 회사는 80명을 죽인 대가로 겨우 8만 덜러의 벌금을 물었을 뿐입니다. 하지만 누군가 길거리에서 80명을 죽였다면 곧바로 사형실로 직행했을 것입니다. p.113


아예 삽화까지 그려서 강조하고 있는 이 글에서 촘스키는 기업은 범죄를 저질러도 기소를 당하는 일이 없을 뿐더러, 예외적으로 기소를 당하는 경우에도 위의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가벼운 처벌만을 받게 될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디.

그러나 그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면 이게 도대체 타당한 비유가 아님을 이내 캐치할 수 있습니다. 촘스키는 여기서 일종의 언어유희, 곧 말장난을 하고 있습니다.

누군가가 길거리에서 80명을 죽였다면 그것은 살인이 맞습니다. 가스실로 들어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합니다. 그러나 제약회사에서 주의사항을 제대로 기재하지 않아 야기된 죽음을 길거리의 저 고의적인 살인과 똑같이 등치시키는 데는 무리가 있습니다. 무리가 있을 뿐만 아니라 상식 일반에도 부합하지 않는 어거지입니다.

그런데도 촘스키는 저 사례를 당당하게 자기 주장의 전거로 삼고 있습니다. 일부에서 우상처럼 떠받들어지는 한편, 또다른 일부에서는 아주 쌩양아치 수준의 지식인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모든 사람을 잠시 속일 수는 있습니다. 몇몇 사람을 계속해서 속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을 항상 속일 수는 없습니다."


에이브라함 링컨이 했다는 말입니다. 이길 수밖에 없는 편에 포지셔닝한 다음, 쌩양아치 수준의 견강부회를 일삼으면서 그걸로 먹고사는 친구들이 한번쯤은 깊이 되새겨봄직한 말이 아닌가싶습니다.


 

<덧붙이는글> 오늘 백분토론을 한 줄로 평한다면,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패널들의 완패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길 수밖에 없는 포지셔닝에 있었으면서도 토론의 주제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부재했고 사전 준비 또한 부실했던 게 패착의 원인이었던 것같아요.

특히 진중권은 언제까지 그렇게 삽질 정부 하나 갖고 우려먹으려는지 모르겠습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그동안 써먹던 거에 한계가 왔다싶으면 과감히 판을 접고 새로운 충전의 기회를 갖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 싶은데 말이지요. 사람의 욕심이라는 게 또 그게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토론 내내 특유의 웃음을 흘리고는 있었지만, 예의 그 자신감에서 비롯되는 웃음이 아니라 웬지 그렇게 허해보일 수가 없는 웃음으로만 보이기에 해보는 말입니다.[각주:2] 

김보라미인가 하는 여변호사는 그나마 준비를 한 것으로 보였지만, 오늘 넘 강적을 만났지 않나싶습니다. 김승대 교수에게는 아무래도 역부족으로 보였습니다. 그나마 가장 돋보인 부분이 실명제 무용론의 근거로 제시한 '아이피만으로도 추적가능하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막강 김승대마저 순간적으로 말문을 닫게 만들었으니요. 그래서인지 같은 주장을 몇 차례나 반복해 쎄우더군요. 하지만, 이건 순전히 상대 패널이 '아이피는 얼마든지 조작 가능하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각주:3]

백분토론은 언젠가부터 토론의 장이 아니고 언 넘이 더 튀는 멘트 날리는가를 다투는 말장난 개그의 장이 되고 말았습니다. 백분토론, 이런 식이라면 문 닫는 게 낫지 않을까싶어요. 그래서 말인데, 손석희씨, 패널 섭외에 신경 좀 쓰시지요? 쯧~
 
  1. 디엠비를 통해 귓전으로 흘려들은 터라 표현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정확한 표현은 나중에 엠비씨에서 스크립트가 나오면 다시 올리겠습니다. [본문으로]
  2. 진중권이 두호리 얘기 하면서 무슨 익명 적발 등의 얘기를 한 모양입니다(쥔장은 이 부분을 듣지 못 했음), 말인 그렇다면 이 친구가 오로지 까대기에 바빠서 이제 개념조차 상싱해버렸다고 봐야 할 겁니다. 내가 알기로 두호리가 청와대 행정관으로 들어간 건 그리 오래된 게 아닌 때문이지요. 게다가 굳이 블로그에 그거 쎄워 알릴 필요도 없는 일이겠구요. [본문으로]
  3. "구글의 가장 중요한 비지니스 모델은 Gmail이다" 일하다가 이 부분 듣고 좀 어이없다 싶어서 혼자 웃었는데, 그게 저만 그런 게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