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어디에 존재하는가?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하나의 고양이가 식탁 위와 식탁 아래에 동시에 있을 수 없다. 하물며 마치 거울에 비친 모습처럼 식탁 위 아래를 마주보고 있기란 더욱 불가능하다. 

하지만 생각은 가능하다. 우리는 식탁 위와 아래에 동시에 있는 고양이를 생각할 수 있고, 거울을 마주 하듯 서로 마주 보고 있는 같은 고양이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지금 내가 그 상황을 글로 쓰고 있다는 데서 확인할 수 있고,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저 상황을 그릴 수 있다는 사실로도 확인 가능하다. 

철학은 전자를 현실세계라 부르고, 후자를 논리적 가능세계라고 말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저 두 세계를 합친 세상이다. 우리는 현실세계를 살아가지만, 엄밀하게 말해서 논리적 가능세계 없는 현실세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혹은 의미가 없다. 

현실 세계와 만화 속 세상을 뒤섞은 드라마가 화제다.
MBC에서 방송 중인 수목 드라마 W 더블유 얘기다. 


W 더블유, 이 세상의 끝은 어디인가W 더블유, 이 세상의 끝은 어디인가


오늘 방송된 W 더블유 11회에서는 만화 속 주인공 강철이 만화 속에서 자신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현실 세계의 만화를 보는 장면이 나온다. 

가능하지 않은 일이지만,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말이 안 되는 얘기지만 또한 동시에 말이 되는 이야기다. 전자는 현실 세계에서고 후자는 논리적 가능세계에서다. 그 결과 우리는 저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래서 기꺼이 즐긴다. 얼마나 멋진 일인가? 얼마나 즐거운 이야기인가? 

현실세계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 논리적 가능세계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리고 이 드라마의 묘미는 그 지점에 있다. 이 세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바로 그 지점이다.  

우리 드라마는 그동안 너무 현실 세계에 안주해 있었다. 그러다보니 이야기 구조는 지나치게 맥락에 의존하고 그 결과 내용은 천편일률적일 수밖에 없었다. 가난한 소녀가 있으면 백마 탄 왕자가 있어야 했고, 재벌집 딸이 있으면 야망이 있는 청년이 있어야 했다. 그래야 맥락이 맞으니까. 

그러나 허구를 그리는 드라마가 왜 굳이 맥락을 좇아야 한다는 말인가? 

드라마는 세상에 없는 이야기다. 말 그대로, 꾸며낸 이야기 곧, 허구다. 마음대로 꾸미고 마음대로 만들어낼 수 있다. 마음대로 그릴 수 있는 허구의 세계이면서 굳이 현실 세계의 맥락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만화 속 주인공이 만화 속에서 자신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현실 세계의 만화를 본다는 설정은 그래서 기껍다. "드라마 W(더블유) 그리고 작가 송재정"이라는 단상에서도 밝혔듯이, 이 드라마 흥미 있다. 

이 드라마는, 우리에게 세상의 경계는, 우리가 사는 세상의 끝은 어디인가를 묻고 있다. 무엇보다, 드라마가 무엇인지, 드라마는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드라마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세상을 마음대로 그릴 수 있고, 그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