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문제의 '갤럭시 노트7'에 대해 '사용 중지'를 권고했습니다.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와 미국 연방항공청(FAA)에서 갤럭시 노트7의 사용중지 결정을 발표하자 마지못해 내린 조치로 보이지만, 권고 사용 중지 권고 자체는 잘한 결정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도 삼성전자의 (고질적인) 문제점 하나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이번 사용중지 권고 결정을 전하는 방식을 보면 삼성전자는 여전히 국내 이용자들을 봉으로 취급하며 특유의 오만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7의 사용중지 권고 조치 결정을 삼성전자 뉴스룸의 프레스센터 > 보도자료 코너를 통해서 공지합니다.

 

갤럭시 노트7 사용 중지 권고 안내삼성전자 뉴스룸의 '갤럭시 노트7 사용 중지 권고' 안내

 

정상적인 공지 절차입니다. 여기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문제는 이 뉴스룸은 일반 소비자가 이용하는 곳이 아니라는 점에 있습니다. 이곳은 언론인을 위한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곳이지 소비자를 위한 안내 창구가 아닙니다. 당연히 소비자가 이곳을 찾는 일도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소비자는 삼성전자의 공지사항을 어디에서 확인할까요?
삼성전자 홈페이지삼성전자 서비스센터입니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는 뉴스룸이 아니라 삼성전자 홈페이지의 '공지사항'이나 삼성전자 서비스센터의 '공지사항'을 통해 소비자에 대한 안내문을 접합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삼성전자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홈페이지나 삼성전자 서비스센터에 들어가면 그래서 이번 갤럭시 노트7에 대한 사용중지 권고와 관련한 안내문이 있습니다. 팝업까지 뜹니다.

그런데 이 두 사이트의 공지사항을 보면 이상한 점이 하나 보입니다.

 

삼성전자 홈페이지 공지사항삼성전자 홈페이지 공지사항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공지사항삼성전자 서비스센터 공지사항

 

위쪽 그림이 삼성전자 홈페이지의 공지사항이고, 아래쪽이 삼성전자 서비스센터에 나와 있는 공지사항입니다. 두 군데 모두 '갤럭시 노트7 관련 안내문'이 게시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공지사항이 게재된 날짜가 이상합니다.

삼성전자 홈페이지나 서비스센터는 오늘, 9월 10일 발표된 갤럭시 노트7에 대한 갤럭시 노트7에 대한 사용중지 권고 결정에 대한 내용을 아직 전달받지 못한 걸까요? 9월 10일, 오늘 날짜의 공지사항이 없습니다.

그러나 공지된 9월 2일자, 9월 4일자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반전이 있습니다.

 

삼성전자 홈페이지의 '갤럭시 노트7 사용 중지 권고' 안내삼성전자 홈페이지의 '갤럭시 노트7 사용 중지 권고' 안내문

삼성전자 서비스센터의 '갤럭시 노트7 사용 중지 권고' 안내삼성전자 서비스센터의 '갤럭시 노트7 사용 중지 권고' 안내문

 

삼성전자 홈페이지와 삼성전자 서비스센터에 나와 있는 공지 날짜는 9월 2일, 9월 4일인데, 그 내용은 9월 10일, 오늘 발표된 안내문의 내용입니다.

삼성전자 홈페이지에 떠 있는 팝업의 내용도 마찬가지입니다.

 

삼성전자 홈페이지의 '갤럭시 노트7 사용 중지 권고' 안내 팝업 삼성전자 홈페이지의 '갤럭시 노트7 사용 중지 권고' 안내 팝업

 

삼성전자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만나는 팝업에는 공지 날짜가 없습니다. 내용은 오늘 날짜의 공지 내용이 맞습니다. 이전에 뜨던 팝업 내용은 당연히 지금 이 팝업에 있는 내용이 아니었습니다.   

"대체 이게 뭐가 문제냐"는 반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가능한 반문입니다. 공지사항을 날짜별로 나열하는 것보다는, 날짜는 최초에 공지한 날짜 그대로 두고 변경된 내용만을 계속 바꿔서 적는 것이 운영상 편리할 뿐더러, 무엇보다 날짜별로 적어서 일일이 그것을 찾아 읽게 하는 번거로움을 소비자에게 주지 말아야 한다는 삼성전자의 각별한 소비자 사랑 내지는 소비자 배려 차원에서 이같은 '이상한' 공지가 나온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본다고 해도 약간의 껄끄러움은 남습니다.

앞서, 소비자는 뉴스룸이 아니고 삼성전자 홈페이지나 서비스센터를 통해서 공지사항을 접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적었습니다. 

지금 삼성전자가 공지하는 방식은, 홈페이지나 서비스센터에서 공지사항을 접한 소비자로 하여금 마치 갤럭시 노트7에 대한 사용 중지 권고 안내가 9월 2일이나 9월 4일에 공지된 것으로 받아들이게 할 개연성이 매우 높습니다. 개연성이 높은 정도가 아니고, 적어도 위의 공지사항만을 보면 의당 그렇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확실히 문제고, 삼성전자의 해명이 필요한 대목이 맞습니다.

그렇다면, 삼성전자는 왜 이같은 '이상한' 공지를 하는 걸까요?

 

내가 생각하는 첫번째 이유는, 삼성전자 일반에 팽배해 있는 안이함입니다

대강 해도 문제될 게 없다는 생각, 이런 것까지 누가 딴죽 걸겠느냐는 생각, 무엇보다 이런 거 하나하나 꼼꼼히 챙긴다고 윗선에서 누가 알아주기나 하겠느냐는 생각, 그런 나이브한 생각들이 결국은 이같은 신기한 공지를 하게 되는 거라는 생각입니다.

두번째 이유는 정말 아무 생각도 없는 무개념입니다.

한마디로 일일이 적기 귀찮아서 내용만 바꿔적는다는 얘기입니다.

세번째는, 간지가 나지 않아서입니다

하나의 사안에 대해 공지사항을 날짜별로 계속 적다보면 홈페이지의 공지사항 페이지가 이쁘지 않아 보이니까 홈페이지의 간지를 위해서 날짜 변경 없이 내용만 바꿔가며 쓰는 거 아니냐는 것입니다(내가 말하고도 쓴웃음이 나는군요).

네번째는, 쪽팔려서입니다.

며칠 지나지 않아서 공지사항의 내용을 바꾼다는 게 쪽팔려서 그랬을 수도 있습니다. 

다섯번째는, 소비자를 기만하기 위해서입니다.

삼성전자 홈페이지나 서비스센터에서 공지사항을 접한 소비자에게 마치 이전부터 '갤럭시 노트7에 대한 사용 중지 권고'를 안내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꼼수를 쓴 것이겠다는 생각입니다.

여섯번째는, 홍보 라인의 문제입니다

뉴스룸을 담당하는 홍보 라인과 홈페이지, 서비스센터를 담당하는 라인이 서로 달라서 생긴 문제입니다. 뉴스룸을 담당하는 홍보 라인은 전문가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홈페이지나 서비스센터는 홍보라인이 아닌 단순 홈페이지 관리자가 담당을 하는 탓에 삼성전자의 막강 홍보 라인이 미처 여기까지 케어하지 못한 결과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마지막으로 일곱번째는,
이건 정말 아니기를 바라지만, 소비자를 개 돼지 취급해서입니다

공지사항을 어떻게 적든 그건 내맘이고, 소비자 니들은 어차피 개 돼지에 지나지 않느니까 내가 어떻게 적든 그냥 그대로 (감사히 여기며)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는 오만함이 낳은 결과라는 생각입니다.

 

제목에서 '꼼수'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삼성전자의 '이상한' 공지 행태를 일종의 '꼼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본 것인데요. 소비자를 기만하기 위해서라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위에서 적은 일곱가지가 모두 어우러져 빚어진 일이 아닐가 하는 생각도 없지 않습니다.

그래서 꼼수'라는 표현도 실은 여기에 딱 들어맞는 표현은 아니어보입니다. 무개념 혹은 오만 혹은 독선 혹은 안일함 등으로 표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같은 삼성전자의 태도가 결국 오늘의 갤럭시 노트7 사태를 불러온 것 아니냐는 생각까지를 하게 됩니다. 

다시말해,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7 사태는 단순히 '배터리 소손'의 문제가 아니라, 삼성전자 일반의 여러 문제가 한데 우어러져 폭발한 삼성전자 일반의 문제 아니겠느냐는 얘기입니다. 


세줄요약> 

'도선생'의 요청이 있기에 세 줄 요약 합니다. 

1. 갤럭시 노트7 사용 중지 권고는 9월 10일에 나왔는데 삼성전자 홈페이지와 서비스센터의 공지사항 날짜는 각각 9월 4일, 9월 2일이다. 

2. 이유는(다 적기 힘들고), 위에 적은 일곱 가지 가운데 하나다. 이유가 무엇이건, 삼성전자가 소비자를 개 돼지 취급하고 있다는 건 사실이다. 

3. 삼성의 진짜 문제는, 갤럭시 노트7 폭발이 아니라, 소비자에 대한 개무시 내지는 "나 하나쯤이야" 하는 삼성전자 내부의 안이한 인식틀에 있다.  


한줄요약> 

삼성전자는 기본이 안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