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올블에 들렀다가 도발적인 타이틀의 게시물을 접했다 "개발자 좀 살려주세요 제발<!> - 브라우저 업그레이드가 한 사람을 살립니다" 라는 브라우저 업그레이드를 청하는 캠페인 구호였다 http://resistan.com/savethedevelo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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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공감 한방 쌔리고 넘어갔는데 오늘 보니 이게 여기저기서 역풍을 맞고 있어보인다 반대의 요지는 이 캠페인이 순전히 개발자 입장만을 고려한 것으로 소비자가 개발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개발자의 이같은 편의주의가 웹의 체질을 이 모양(IE에의 편향/종속 현상)으로 만들어왔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 캠페인이 실은 MS에서 기획한 불순한 것이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확실히 맞는 지적이다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이들도 이같은 지적에 대해서는 기꺼이 공감하고 동의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캠페인 단계에서도 이같은 지적에 대해서는 충분할 정도로 예견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캠페인에 주렁주렁 달려 있는 여러 브라우저 그림들이나 주저리주저리 읊고 있는 브라우저 업그레이드의 필요성에 대한 구구절절한 변들이 그것을 잘 말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뭐가 문제일까 문제는 없다 어느 쪽이든 캠페인이 내건 기본적인 문제점(IE6 지체현상)에는 의견의 일치를 보이고 있다 이제 할 사람 하면 되고 아니할 사람 아니 하면 된다 그리고 이 캠페인을 계기로 IE 외의 다른 브라우저에 대한 인식의 폭이 넓어지고 그 결과 웹의 체질까지 개선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도 없다 하겠다 그런 점에서 캠페인을 시도한 사람이나 캠페인에 불만족을 토로하는 사람이나 이미 대단한 일을 한 셈이고

그러나 이렇게 결론을 내려놓고 봐도 뭔지 모르게 찜찜한 구석이 남는다 왜 이렇게 찝찝한 것일까 찬성과 반대 혹은 공감과 반론의 토론에 모아졌던 눈길을 살짝만 옆으로 돌려보면 그 답은 이내 나온다 이 캠페인이 과연 얼마나 많은 사용자들로 하여금 브라우저를 업그레이드하게 하고 IE 외 브라우저에 대한 인식의 폭을 넓힐 수 있게 되었을까를 생각해볼 때 갖게 되는 바로 그 찝찝함이다

사실 이 캠페인은 지금 블로고스피어에서 공감을 표하거나 반대 의견을 피력하는 이들에게 그리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고 봐도 좋다) 왜냐면 그들은 이미 충분할 정도로 문제되는 지점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고 그래서 이미 IE의 최신 버전을 쓰고 있거나 아니면 다른 브라우저를 사용하고 있는 이들이기 십상이어서다

내가 이 캠페인에 기꺼이 한 표를 던진 것은 이 지점이었다

우선 나는 개발자가 아니다 내가 날마다 접하는 이들은 실 사용자들이다 그런데 거의 하루에 한번씩은 꼭 물어야 하는 말이 있다 "브라우저는 어떤 걸 사용하나요" "버전은 어떻게 되나요"다(사실 이 마저도 의사가 통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브라우저가 뭔지 모르는 사람도 수두룩하니까 -_-) 그런 다음 브라우저를 업그레이드 하세요(이렇게 저렇게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손짓 발짓 다 해야 하는 경우 많다 쿨럭~) 하는 단계로 넘어간다 그런데 이게 여간 지겨운 일이 아니다

결국 나는 이 캠페인을 통해 그런 내 수고로움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한 표를 던졌던 셈이다 헌데 엉뚱하게도 논의가 왼통 구름 속에서 노닐고 있으니 그게 영 찝찝했던 것이고

내가 보기에('나'라는 말이 자꾸 강조되어 사용되는데 이는 지금 하고 있는 얘기가 순전히 내 경우에 한정한 것으로 이를 일반화하고자 하는 의도가 없음을 전하기 위한 것이다) 이 캠페인의 대상이 되는 이들은 블로거가 아니다 일반 사용자들이다 다시말해 MS와 IE의 문제가 무엇인지 인터넷을 이용하기 위한 브라우저가 무엇인지 나아가 그 브라우저가 익스플로러네 파이어폭스네 크롬이네 사파리네 오페라네 하는 여러가지가 있다는 등의 정보를 알지 못하는 혹은 그걸 알고싶지도 않은 일반 사용자들이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정도의 이들(그림을 가공해 올리고 글을 펌질하거나 편집하여 포스팅을 하는 이들)이라면 상당 부분 위의 사항들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정도는 가지고 있는 이들이다 이같은 캠페인 자체가 큰 의미가 없을 수밖에 없다(고 보는 이유다)  

하지만 인터넷을 이용하는 이들 상당수는 아직도 여전히 컴터를 사면 으레 깔려서 나오는 익스플로러6를 사용하는 이들이고 이들에게 익스플로러는 단순한 브라우저가 아니고 그냥 인터넷 그 자체다(말이 좀 이상하지만 걍 넘어가기로 하자 이들과 얘기하다 보면 실제로 이렇게 말고는 달리 말할 수 없는 경우 많다 -_-) 때문에 이같은 캠페인이 아니라면 이들로부터 IE7으로의 업그레이드는 고사하고 IE6의 적절한 업데이트조차를 기대하는 것도 난망한 일이다

여기에는 구조적인(?) 문제로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는 사용자도 있다 사용자들과 부대끼다보면 브라우저 정도는 충분히 업그레이드하고 남을 법한 이들 가운데도 업그레이드 한번 하지 않은 IE6를 사용하고 있는 경우를 다반사로 만난다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사용하는 컴터가 회사 것이어서다 이들의 경우 집에서 사용하는 PC는 최신 버전을 유지하지만 회사용 컴터는 굳이 번거롭게 업그레이드하려 하지 않는다(전문적인 작업을 하는 이들 얘기 하는 게 아니다) 이들로서는 디폴트 상태로 쓰는 게 최선인 때문이다(왜냐고는 묻지 마시라)

암튼 이같은 이유로 나는 이 캠페인이 널리 멀리 퍼지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그리고 캠페인을 접한 이들 모두가 이 캠페인에 기꺼이 동참해주었으면 하고 기대해본다 개발자의 편의가 어쩌느니 MS의 독과점이 어떻느니 하는 구름 속 얘기를 떠나 당장의 내 편의를 위해서 그러하다 퍽~!


<덧붙이는글>
이쯤 되면 아니 도대체 얼마나 후진 웹프로그램을 하고 있길래 이런 얘기냐고 지청구 주는 이들이 없지 않을 성싶다 맞다 정당한 지적이다 다만 한가지 나도 모든 웹브라우저의 모든 버전에 통하는 웹사이트를 만들고싶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세종대왕 몇 장에 그 모든 것을 맞춰주기란 불가능하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가 아니고 나는 ***이 아니어서다 하지만 언젠가는... 치토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