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가 잡혔단다 (외근을 한 터라 뒤늦게야 알았다) 인터넷이 아주 난리도 아니다 포털은 말할 것도 없고 '내로라' 하는 언론사 대부분이 미네르바 체포 소식을 탑 기사로 배치하고 있다 블로고스피어의 열기는 더 뜨겁다 네티즌들은 미네르바 얘기로 아주 껍뻑 숨이 넘어갈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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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얼마 전까지 미네르바가 누군지 몰랐다 블질을 다시 시작하기 전에는 일에 묻혀 지내느라 거의 뉴스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네티즌의 성지라 불리는 아고라가 어디 붙어 있는지도 잘 모른다 아고라의 유명인사였다는 미네르바를 알 턱이 없었다

미네르바라는 이름을 듣본 것은 아주 최근의 일이다 '미네르바가 다시 나타났다'는 기사가 뜰 즈음이다 미네르바의 글을 본 것도 그때의 일이다 그런데 그의 글을 읽으면서 처음 든 느낌은 '허접하다'는 것이었다 횡발수발하는 이같은 글에 사람들이 왜 그처럼 열광하는지 의아할 정도였다 그렇게 그냥 지나쳤다

그러다 이내 다시 그의 글을 보게 되었다 '미네르바가 절필을 선언했다'는 기사를 통해서였다 그렇게 두번째로 미네르바의 글을 읽었다 횡발수발한다는 느낌은 오히려 더 했다 관심을 갖는 게 도리어 이상할 노릇이었다 게다가 앞으로 글을 아니 쓰겠다니.. 아예 관심에서 아웃시켜버렸다

나는 글을 아니 쓰겠다고 선언하는 넘들을 믿지 않는다
믿지 않는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때로 아주 경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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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경험칙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내 경우는 특히 더 그렇다 자주 하는 말이지만 나는 경험하지 않는 건 말하지 않는다 내가 견지하는 원칙이다 이같은 경험칙에 비추어 글을 아니 쓰겠다고 선언한 넘들을 나는 믿지 않는다 자기 말을 자기가 잡아먹는 넘들인 때문이다

피씨 통신 게시판부터 시작해서 숱한 인터넷 토론방과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틀어 그 십 수 년 동안 글을 아니 쓰겠다고 선언한 넘들 가운데 그 말을 끝까지 지킨 넘을 나는 단 한 넘도 보지 못했다 끽 해야 며칠을 못 가서 이내 글을 쓰는 게 그네들의 특성이다(혹시 저 말을 끝까지 지킨 사람이 있다면 연락 주시라 후사하겠다)

미네르바의 절필(그게 무슨 절필씩이나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암튼) 선언을 보면서 내가 그를 경멸의 대상으로 삼아 관심을 끈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대단하다는 그의 다른 글들을 아예 찾아 읽을 생각조차 하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경험하지 않은 것은 말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비추어보면 인터넷서 다시 블질을 하기로 한 이상 인터넷 주요 논객이라는 미네르바의 다른 글들을 찾아 읽는 건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보다 더 기본적인 경험칙 즉 글 아니 쓰겠다는 넘은 믿을 넘 못 된다는 저 경험칙이 더 우선하여 작동한 결과였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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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니웨이, 역시나 며칠이 지나지 않아 미네르바는 다시 나타났다 그리고 또다시 마지막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정부와의 알력이나 그로 인한 불안감 등을 고려한다 해도 내 기준에서 보건대 식언하는 넘들 가운데서도 이 정도면 거의 하류 잡배 수준이다 거의 정신 나간 넘으로 취급해도 무방하다

정신 나갔느냐 아니냐를 따지는 기준은 다양할 수 있다 내가 따지는 기준은 하나다 일관성이 있는가 없는가 하는 것이 전부다 그리고 내가 보기에 자신이 한 말을 자신이 먹어치우는 넘은 일관성에서 단연 제로다 강요도 아니고 지가 자발적으로 내뱉은 말을 지 스스로 잡아먹는 넘한테서 무엇인가를 기대한다는 것은, 특히나 신뢰를 기대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오히려 넌센스다

나는 미네르바가 앞서 얼마나 정교한 예측 혹은 예언을 했는지 알지 못 한다 그가 썼다는 글을 직접 읽지 않은 탓이다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읽은 미네르바는 믿을만한 넘이 못 된다는 것이다 나아가 최근 내가 읽은 두 편의 글에서 그가 횡발수발 늘어놓고 있는 얘기나 지가 한 말을 이내 지가 잡아먹고 있는 그 행태를 보건대는 그러하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야심한 시각까지도 인터넷은 미네르바에 대한 얘기로 그 열기가 뜨겁다 정신 나간 넘 하나에 사회가 온통 놀아나고 있는 형국이다 참으로 열정 가득한 역동적인 대한민국이고 대한국민이다 다이나믹 코리아 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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