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블에 들렀더니 온통 '명텐도' 얘기입니다. 이게 뭔가싶었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닌텐도 얘기를 해서라는군요. 그래서 뉴스를 뒤져봤습니다. 정확한 발언을 전한 곳 찾기부터 쉽지가 않습니다. 기사마다 조금씩 그 뉘앙스에 차이가 있어서 말이지요.


우리도 닌텐도 같은 것을 개발해볼 수 없느냐

우리도 닌텐도 같은 것을 개발해볼 수 없느냐



예컨대, 가장 비중있게 기사를 생산하고 있는 프레시안의 경우 "'요즘 닌텐도 게임기를 초등학생들이 많이 가지고 있던데. 우리나라는 왜 닌텐도 같은 게임기 못 만듭니까?'라면서 '우리도 일본의 닌텐도같은 물건을 만들어 보라'는 주문을 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가 전하는 팩트는 "닌텐도 게임기 같은 것을 초등학생들이 많이 가지고 있고 한 명이 사면 따라 산다고 하더라. 이런 것들을 개발해볼 수 없겠느냐?"는 정도입니다(물론 여기서 그친다면 천하의 오마이뉴스가 아니겠습니다. 제목부터가 "소프트웨어 죽여 놓고 '닌텐도' 만들라고?"입니다. 타이틀만 보는 이로서는 이 대통령이 닌텐도를 만들라고 지시라도 한 것 처럼 보이는 제목입니다).

다른 언론사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개는 오마이뉴스가 전하는 수준에서 정리를 하고 있습니다. 발언 자체를 아예 빼버리고 '이 대통령이 닌텐도를 만들라'고 주문했다는 걸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기사도 상당수입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블로고스피어의 글들은 거의가 팩트와는 상관없이 아예 제멋대로의 이상한 말을 만들어 사용하고 있습니다.

정리를 하자면 "요즘 초등학생들이 닌텐도 게임기를 많이 가지고 있던데 우리도 닌텐도 같은 것을 개발해볼 수 없느냐"는 게 이명박 대통령이 했다는 발언의 대강입니다.

그런데 이게 과연 패러디까지 만들어가면서 그렇게 조롱해마지 않을 문제일까요? 대통령이 관련부처를 찾은 자리에서 해외의 제품 하나를 사례로 들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이토록이나 많은 비판을 불러올 정도로 그렇게 문제가 있는 행동이었을까요?


도를 넘은 이명박 까대기, 니들은 재밌어도 보는 이는 역겹다
- 모든 게 노무현 탓이라던 수구꼴통과 니들이 다른 게 무엇인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쏟아져 나온 기사와 글들로 미루어보면 이는 그리 정상적인 것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이명박 까대는 재미로 살아가는 이들이 아닌 다음에는 말입니다. 그래서 말인데, 혹시 이 대통령의 발언이 이토록 대단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게 된 다른 무슨 특별한 이유(내가 미처 알지 못한)를 알고 있는 분이 있다면 일러주셨으면 합니다.

에니웨이,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이 이상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는 한편에서는 민주노총 간부의 성폭행 사건이 있었습니다. 민주노총 간부 하나가 여조합원을 강제로 성폭행한 사건입니다. 그것도 그냥 성폭행에서만 그친 게 아니라 민주노총이 조직적으로 피해자에게 거짓 진술까지 강요한 사건입니다.

관련기사 : 민주노총 간부 성폭력…조직적 2·3차 가해 파문 


민주노총

민주노총 성폭력 사건 대국민 사과문



언젠가 한나라당 의원 하나가 술자리서 누구 어깨를 끌안았더라는 기사가 터졌을 때 온갖 패러디가 등장하고 해당 의원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 순위의 탑을 차지하고 P2P 사이트에 동영상 파일까지 뿌려지던 데 비하면 이 성폭행 사건은 거의 기괴하다 할 정도로 고요하기만 합니다.

기사에 따르면 이건 거의 강간 미수에 해당하는 성폭행 사건입니다. 게다가 성폭행을 한 이는 수구 꼴통 집단인 한나라당 의원이 아니고 새로운 사회를 약속하고 있는 진보 진영의 대표격인 민주노총 간부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정말 벌떼처럼 들고 일어났어야 할 사안입니다. 지금까지의 사례로 보면 특히 블로고스피어는 이 문제로 거의 뒤집어져 있어야 정상일 터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조용한 가족' 모드입니다. 올블의 경우는 아예 키워드에조차 오르지 못하고 있으며, 이글루스에서는 이 건을 다룬 블로거가 거의 왕따를 당하는 분위기까지 연출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민주노총 성폭력 사태와 괴이하기 짝이 없는 '침묵의 카르텔'
- 눈만 벌어지면 비판하는 수구언론과 다를 바가 뭐가 있는가?


그럴 수도 있다고 봅니다. 사실 내 경우에는 이게 전혀 놀랍거나 한 일도 아닙니다. 그들이 보여준 행태를 보건대 익히 예견된 일이었으니까요. 이 블로그에서도 자주 하는 얘기지만 나는 저들이 말하는 진보가 내가 아는 진보와는 사뭇 다르다고 여겨온 때문입니다. 단지 권력의 근처에 머물 기회가 없었을 뿐, 권력 주변에 이르면 더한 짓도 서슴치 않을 이들이라 보고 있다는 거지요.

암튼(좀 피곤해서 -_-) 이 사건에서 내가 주목하는 것은 그러나 저 성폭행 사건 그 자체가 아닙니다. 바로 이 사건에 접근하는 언론의 태도입니다.

기사에 따르면 이 성폭행 사건은 지난 해 12월 초에 일어난 사건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이른바 진보 진영 내부에서는 상당한 정도로 알려진 사건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이번에 기사가 나오기 이전까지 거의 모든 매체는 이를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에 대해 내가 관심을 갖는 부분은 바로 이 지점입니다.

사실 이 정도의 사건이라면, 보수쪽 언론의 경우는 몰라도, 그동안의 전례에 비추어볼 때 이른바 진보 진영 매체의 경우는 이 사건에 대해 충분히 숙지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수구 언론의 행태를 그렇게 비판해마지 않는 그들이 왜 이 건에 대해 그동안 하나같이 침묵을 지키고 있었을까요? 왜 더 이상은 어쩔 수 없다 싶은 마지막 순간에야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 것일까요?

성폭행 사건도 문제지만, 성폭행 사건에 못지 않게, 오히려 그보다 더, 문제인 것은 이른바 진보 진영 매체의 이같은 이중적 행태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내일 다시 약간의 보론을 더 하겠습니다).

어제 어느 분이 댓글로 '언론의 당파성이 뭐가 문제냐'며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맞습니다. 당파성은 나쁜 거 아닙니다. 동시에 벌써 몇 번이나 강조해서 말하는 거지만, 당파성과 진실은 서로 모순 관계에 있지 않습니다. 진실을 말하는 것은 당파성을 갖는 것과는 아무 관계도 없다는 뜻입니다.

내가 당파성을 말하며 비판적인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이 지점입니다. 당파성에 빠져서 진실을 외면하는 그 저열하고 독한 '패거리의식'을 문제 삼는 것이고 거기에 딴지를 거는 것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민주노총 지도부의 성폭력 사건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조중동과 한나라당의 비판이 두려워, 혹은 그들에게 이용 당할 것을 우려하여 사건에 대해 침묵하는 그 부박한 인식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입니다. 그 용기 없음을 지적하는 것이고 그 자신감 하나 없는 기생의식을 비판하는 것입니다.

지금 이 시각(7일 오후 10시)에도 블로고스피어는 이 문제에 대해 여전히 침묵하는 분위기입니다.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됩니다. 평소 진보연하는 친구들로 들끓던 블로고스피어이기에 하는 말입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하나입니다. 그들이 패거리주의에 빠진 기생층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고, 그들이 입만 열면 부르대는 그 진실 또한 당파적 이익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