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우연찮게 현인택 통일부장관 내정자의 청문회 모습을 스치듯이 잠깐 지켜봤다. 외근 나갔다 들른 어느 사무실에 켜진 티비로 청문회가 중계(였는지 아니면 녹화화면이었는지는 모르겠다)되고 있었다.

오토바이를 타십니까?
아뇨~
오토바이를 탈 때나 발부되는 헬멧 미착용 범칙금이 부과되었는데..
웃음..


티비에서는 이런 내용의 문답이 진행되고 있었다. 질문을 하는 쪽은 잔뜩 힘이 들어가 있었고, 현인택인가 하는 친구는 능글능글 웃고 있었다. 전체적인 분위기 자체가 딱 역겨웠다. 그때 마침 기다리던 사람이 와서 더 이상 봐야 하는 고역을 면했지만 일을 마치고 들올 때까지도 그 능글거리는 웃음이 자꾸 떠올라서 기분이 영 찝찝했다.


현인택

현인택 통일부장관 내정자



오늘, 저녁을 먹으면서 뉴스를 보니 어제의 저 친구가 장관에 임명될 거라는 소식이다.
어제 일이 떠올라서 잠깐 뉴스를 검색해봤다.

가관이다. 파면 팔수록 '고구마줄기'처럼 온갖 의혹이 줄줄이 따라 나온다, 까도 까도 끝이 없는 양파 껍질처럼 비리가 이어지고 있다는 주장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야당과 야당지들은 일제히 '현인택 종합비리세트"라며 설래발이다.

늘 듣보던 얘기고 상황인 터라 별 감흥도 없고 딱히 와닿는 것도 없다. 한마디로 그렇거나 말거나다.  기껏해야 '또냐?' 정도의 반응이 고작이다.

비핵개방3000 입안이 어쩌고, 통일 반대 주장이 어쩌고, 그로 인한 대북관계 악화가 어쩌고,  편법증여가 어쩌고, 임대소득 탈루가 어쩌고, 논문 중복게재가 어쩌고, 연구업적 부풀리기,가 어쩌고, 자녀의 이중국적이 어쩌고, 위장전입이 어쩌고, 배우자 국민연금 미납이 어쩌고, 고등학생 때의 부동산이 어쩌고, 국 복무 시절의 부동산이 어쩌고 하는 부정과 의혹의 사례들은 도무지 어디 아득히 먼 나라에서 벌어지는 나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들의 얘기일 뿐이다.

여기에 비한다면 어제의 저 헬멧 미착용 얘기는 실로 리얼하다. 유일하게 내가 경험한 내용이어서다. 교통경찰이 말한다. 작은 걸로 끊어줄테니 면허증 주세요. 이거 과속이나 뭐 가벼운 교통위반 걸릴라치면 교통한테서 종종 듣게 되는 말이다.

그래서 말인데, 저 친구의 경우도 십중팔구는 이같은 연유로 졸지에 팔자에도 없는 헬멧 미착용의 범칙금 통지서를 받았을 게다. 그게 아니라면 오토바이도 탈 줄 모른다는 친구가 도대체 헬멧 미착용의 범칙금 딱지를 받을 일은 없는 일일테니. 살짝 웃음이 난다.

세상에, 무슨 택시회사의 사장씩이나 되는 부모를 둔 덕분에, 고등학생 때부터 땅을 사고팔았으며 군대에 있으면서도 땅을 사고 파는 복을 타고난 우리의 현 부자께서도 그러니까 기껏 저런 얍삽이 짓이나 하고 다녔더란 말이지? 그러면서도 지금 한 나라의 장관질 한번 해보겠다고 저렇게 땀 삐질삐질 흘려가며 토 나오는 웃음을 흘리고 있는 거란 말이지? -_-;;

감투. 좋기는 좋은 건가 보다. 아니 좋은 건 확실하다.
그렇지만 그게 저렇게도 쓰고싶은 것일까?
제가 한 온갖 추잡한 짓이 다 까발려지고 있는데도, 아니 까발려지기 이전에 스스로가 자신이 한 짓을 익히 알고 있는 마당에 기어이 그것을 그렇게 쓰고싶은 것일까? 부끄러움 하나 없이.

참 이상한 사람이다.
그리고 참 이상한 사회다.
저런 정도의 염치를 가진 자가 나라의 장관으로 앉는, 혹은 않겠다고 설래발을 치는 사회라니 말이다.

에니웨이, 현인택 관련 기사를 검색하던 중에 이상한 기사 하나가 눈에 띄었다.

중앙일보가 전하는 “민생 무너져~ 솟아날 구멍 막혀~” 라는 기사다. 어느 구두닦이 눈을 통해 바라본 '민생의 현장' 르뽀 기사다. 동 시대 민생의 현장을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아니 볼 수 없는 노릇이다.


사교육비

월수입 200만, 사교육비 160만원



건성으로 읽어내려가다 저 박스 기사에서 눈이 멎었다. 월 수입 200만원에 큰 아들(아직 둘이나 더 있으시댄다 -_-) 사교육비로만 120만원을 지출한다? 아니, 이게 대체 무슨 강아지 개풀 뜯어먹는 소리라는 말인가?

뭔가 잘못된 거겠거니 싶어 처음부터 기사를 다시 함 봤다. 같은 얘기다. 약간 차이가 있다면, 월수 2백만원은 순전히 기사의 주인공이 구두닦이로 버는 돈이고, 아내가 녹즙 장사로 80만원 정도를 보탠다는 정도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이게 어떻게 가능한 일일까? 가족 전부가 버는 돈의 절반을 한 아이의 사교뷱비로 몽땅 쓰고 있다니. 선뜻 이해가 가질 않는다. 앞서 현인택의 경우를 보면서 도대체 와닿지 않던 어디 먼 나라의 얘기를 바로 지금 '민생의 현장' 르뽀를 통해 듣보는 기분이 영 아니다.

그런데, 이런 내 생각이 얼마나 웃기잡는 건지를 깨닫기라도 하라는 듯이 신해철이 이상한 방식으로  결정적인 한 방을 날린다. 마치 "도대체 왜? 학원 안 보내느냐"는 듯이. 이게... 뭥미..?



신해철

신해철, 도대체 왜?







<덧1> 땅투기 하는 넘들 이유 불문하고 총살하는 법은 만들 수 없을까?
<덧2> 사교육, 이거 정말 다른 대책은 없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