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독설'의 시대가 도래한 듯합니다. 자칭 타칭의 '독설가'들이 여기저기서 '나름의 독설'을 뿜어내고 있습니다. 블로고스피어도 예외가 아닙니다. 댓글을 통해서나 오가던 독설들이 이제는 공공연히 메인 다툼을 벌이는 데까지 이르렀습니다.

이같은 현상을 두고 바람직하다 혹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독설' 그 자체가 좋거나 나쁘다 말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독설은 그 자체로 좋거나 나쁘거나 하지 않습니다.

그 한계에 대한 인식만 분명히 하고 있다면, 혹은 그 한계에 대한 서로의 이해만 공유된다면 독설은 확실히 달콤한 사탕발림(혹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그 '칭찬') 못지 않게 유용합니다. 달콤한 말이 주지 못 하는 모종의 카타르시스까지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때로 칭찬보다 더한 효용성을 갖습니다.

직설적으로 문제의 핵심을 찌르거나, 적절한 풍자로 허를 드러나게 하는 데는 독설만한 게 없습니다. 독설이 자주 진실이 은폐되(고 있다고 느끼)는 시기에 유행하는 건 이 때문입니다. 이같은 시기에 사람들은 독설에 목 말라 하고 또한 독설에 환호합니다.

현재 우리 사회가 독설이 필요한 시기인지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 전반에 독설이 유행하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해보입니다. 나는 이같은 현상이 매우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우리 사회가 보다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 '독설'이 자주 '인신공격'과 혼동된다는 점입니다.
'독설'은 '인신공격'이 아닙니다. 이 둘은 서로 다른 말입니다.


독설가의 홈페이지

어느 독설가의 홈페이지


우선 독설과 인신공격은 문제의 대상을 무엇으로 설정하고 있느냐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독설'은 문제 그 자체를 대상으로 합니다. 문제의 핵심에 직접적으로 뛰어들거나 그 핵심을 이루고 있는 논거를 파고듭니다. 우회하는 길도 있습니다. 통렬한 풍자와 해학으로 그 주변을 발가벗겨 문제의 핵심이 드러나게 합니다. 

그러나 인신공격은 으레 사람을 그 대상으로 합니다. 문제가 무엇인지에 주목하기 보다는 그 사람의 문제점을 파고듭니다. 그래서 인신공격은 항용 문제의 핵심과는 동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순히 많다는 정도를 넘어 거의 전부가 문제의 핵심을 벗어나 있습니다. 문제의 약점이나 허점을 치기보다는 생뚱맞게 다른 문제를 끌어들이거나 사람에 대한 소문이나 생김새같은 걸 물고늘어집니다.  

독설과 인신공격의 또다른 차이점은 사용되는 언어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독설은 막말 수준의 언어를 구사하되 문제와의 연관성을 놓치지 않습니다.  때문에 독자 또한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여기서 막말은 독자 일반의 감성에 호소하여 이성적인 판단을 이끌어내기 위한 일종의 도구로 기능합니다. 감성적으로 쾌변감(카타르시스)을 느끼면서도 이성적으로는 논점을 놓치지 않는 까닭입니다.

반면에 인신공격에서는 문제의 논점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다만 사람에 대한 증오와 욕설만이 남습니다. 이성적 판단이 마비되는 지점입니다. 논점이 사라지고 한것된 욕설이 '그저 배설될 뿐'인 곳에 독자 일반의 공감대가 들어설 여지는 없습니다. 다만 편견에 찌들고 아집에 사로잡힌 저열한 편가르기만이 남겨질 뿐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늘 내가 받은 어떤 댓글입니다. 저 글이 왜 저 자리에서 나와야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한 사람은 '분'이시고, 다른 한 사람은 '저 자' 혹은 '그 자'입니다. 저열한 편가르기가 아니라면 설명이 불가능한 댓글입니다. 아무리 좋게 봐주려 해도 그냥 까대는 인신공격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트랙백 지웠다고 "싸가지 없는 새퀴"라고 욕하는 블로그 쥔장의 얘기가, '트랙백 지우라'고 요청하는 꿈틀군의 주장과 잘 어울려 보입니다. 이런 걸 보고 아니러니라고 하나요? 참 그로데스크한 풍경입니다.) 

문제는 이것이 단순한 인신공격의 문제를 넘어서 있다는 데 있습니다. 왜냐하면 저 친구가 입만 열면 부르대는 것이 '꼬레안의 저급한 천민의식'인 때문입니다. 한국민의 저급한 의식을 개조하고, 블로거들의 천민의식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는 친구가 의존해 있는 논리가 기껏 저런 정도의 인신공격이고 천박한 패거리의식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같은 일은 비단 저 친구에 한정된 일이 아닙니다.
얼마 전에는 더 황망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나는 아직도 저 친구들이 왜 저렇게 표독한 입술을 놀려대고 있는지를 모르겠습니다.
저들의 저 독한 증오심이 대체 어디서 비롯되고 있는 것인지는 더욱 모르겠습니다.  

그래서입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는.
 



<덧> 위의 그림에 나오는 독설가의 홈페이지는 지난 세기에 운영하던 홈페이지 가운데 하나입니다.
<덧붙이는글> 이 글은 어떤 얘기를 하기 위해 초를 잡은 글입니다. 일종의 서론에 해당하는 글입니다. 오늘 본론에 해당하는 글을 하나 쓰려 했는데 여의치가 않았습니다. 다음 기회로 미룹니다. 2009. 02. 14. 오후 1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