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진보가 요 왜 모냥 요 꼴이냐는 얘기를 하면 으레히 돌아오는 답이 하나 있다. 진보의 역사가 일천한 때문이라는 대답이다. 한마디로 넌센스다. 지롤 쌈 싸먹는 소리라는 얘기다.
이같은 답을 하는 친구들이 자주 기독교를 가리켜 '개독'이라며 욕을 퍼부어댄다. 뭐 크게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그런 욕지거리 싸지르고 다닐 시간은 있으면서도 기독교가 왜 그렇게 번성했는지에 대해서는 배울 생각을 하지 않는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우리 사회에서 기독교가 왜 그렇게 번성하고 있는가? 여러가지 분석과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어떤 경우에도 빠질 수 없는 요소 가운데 하나는 그들이 '민중 속으로' 들어갔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가장 낮은 데서 신음하며 고통받고 있는 이들, 곧 바로 자신의 이웃을 찾아 돌보는 일로부터 시작하고 있다.
개척교회를 하는 이들을 본 적이 있는가? 그들은 함께 울고 함께 웃는다. 작은 콩 쪼가리 하나도 나눠먹고 이웃이 헐벗으면 자신도 기꺼이 헐벗기를 마다 하지 읺는다. 그렇게 그들은 가장 가까운 이웃을 만나 그들에게 스며든다. 그리고 결과가 바로 '개독'이라 불리는 기독교의 가장 큰 성장 요인 가운데 하나다.
그 시각에 이 땅의 진보연 하는 세력들은 도대체 뭘 하고 있었던가? 이들이 그렇게 애지중지해마지 않는 저 좃선일보의 첫 글자 붙잡고 깊이 함 생각해볼 일이다.
단독대표로 선출된 노회찬 대표 [출처: 진보신당]
진보연 하는 친구들이 또 자주 들고 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동학농민운동이다. 이번에는 존니 추켜세우는 지점에서다. 하지만, 이 친구들은 그건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동학농민운동이 불과 몇 년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이른바 지금 진보연 하는 친구들이 부르대는 '진보 20년'이면 진보 하고도 남을 시간이었다는 얘기다. 더구나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스피드 시대 아니던가?
동학농민운동이, 그 성패 여부를 떠나서 민중의 지지를 받아 운동으로 설 수 있었던 이유도 저 기독교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바로 그 운동이 민중속으로 들어간 때문이다. 동학농민운동은 몇 몇 엘리트주의에서 벗어나 철저하게 가장 낮은 데 위치한 민중과 함께 했던 것이다.
그러나 진보 20년 동안 이 땅의 진보세력은 무엇을 했던가? 민중과 함께 하긴 커녕 쥐뿔 잴 것도 없는 치들이 앞에 나서 잰 채를 하며 설레발을 쳐대며 민중을 희롱하고 농락해왔을 뿐이다. 민중이 쟁취한 민주화의 성과마저 자기들이 이룬 것인 양으로 부르대며 민중과는 철저히 이반되는 길을 걸어왔을 뿐이다.
이 땅의 이른바 진보세력은 그렇게 민중과는 유리된 채 귀족노조에 빌붙어 그들에게 아양을 떨어대는 짓으로 호구지책을 삼아왔다. 이런 상황이니 뭘 어떻게 하겠다는 자신의 비전이 있을 리가 없다. 장기적인 전략이고 전술 따위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런 판이니 허구헌날 독재타도나 외치고 건건마다 종주먹 들이대며 딴죽을 거는 일로 날을 지샐 밖에는 없는 일이다.
그런 주제에 또 입으로는 또 입술이 부르트도록 민중을 부르대고 있으니, 이 친구들은 민중이 무슨 지네들이 심심풀이 땅콩으로 갖고 노는 호구인 줄 아는 모양이다. 분명히 하자. 민중은 이른바 진보한다는 친구들이 갖고 놀만큼 그렇게 만만한 사람들 아니다.
무튼, 저 윤똑똑이들이 벌이는 진보놀음이 이제는 블로고스피어에까지 만연해 있는 모냥새다. 아무리 봐도 자기 이웃 하나와도 함께 하지 못 할 성부른 웃기잡는 친구들이 자칭 진보를 부르대면서 울타리 두르고는 그 우리 속에 똬리를 틀고앉아 방구석 진보의 맹탕 헛소리만 지끼고 자빠졌다. 이 땅의 진보가 진보하고자 한다면, 도대체 이런 자들부터 먼저 경계하고 나아가 교육할 일이다.
에니웨이, 이 땅의 진보가 지금 이 시기에 해야 할 가장 우선적인 과제는 민주의도도 독재타도도 아니다. 가장 낮은 데서 고통받고 신음하는 민중속으로 들어가는 일이다.
진보하고싶은가? 그렇다면 왼갖 희번득한 헷소리 접고 지금 당장 민중 속으로 진보하라.
[전문] 노회찬 대표 취임사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사랑하는 당원동지 여러분,
저는 지금 전쟁에서 승리한 개선장군으로서 이 자리에 선 것이 아닙니다. 시합에서 우승하고 시상대에 오른 선수로서 이 자리에 선 것도 아닙니다. 다시 돌아올 기약도 불확실한 전장으로 떠나는 장수의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아무도 가본 적 없는 미지의 세계를 향해 떠나는 모험가의 각오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돌이켜보면 이제 60년이 넘는 대한민국의 역사 중 40여년은 전쟁과 독재의 공포로 신음하던 시기였습니다. 1987년 6월 항쟁으로부터 시작된 나머지 20년 역시 우리가 손에 쥔 것은 대통령을 국민이 직접 뽑을 수 있는 자유와 나날이 늘어가는 빈부격차밖에 없었습니다. 이른바 민주화의 시대가 도래했다지만 경제의 민주화는 단 하루, 단 한 시간도 이 나라에 실현된 적이 없습니다.
최근 경기침체에 따른 조업단축으로 잔업, 특근이 없어진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급여가 평시의 60%로 낮아져서 여전히 장시간 연장근로를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급여보다 더 낮아지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간 동네북이 되었던 대기업 노동자들의 고임금이라는 것도 실은 미래의 생명을 담보로 건강을 돈으로 바꾼 것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열악한 근로조건과 장시간 노동으로 차별받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실태는 피를 팔아 연명하던 매혈자의 그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세계 13위라 자랑하는 국내총생산 역시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이 아니면 이룰 수 없는 결과인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자본주의는 여전히 노동을 억압하고 수탈하는 것으로만 자신을 연명해가고 있습니다. 아침에 출근하는 직장인중 비정규직이 60%에 육박하고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보장받는 노동자는 10% 미만인 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똑같은 일을 하는 비정규직에게 정규직 임금의 50%만 주는 악덕 사업주 중엔 정부당국도 포함되어 있으며 이들이 비정규직의 고용기간을 2년 더 늘리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오늘 한국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것은 단지 경제의 위기만이 아닙니다. 정치, 사회, 문화 모든 영역에서의 총체적 위기가 엄습하고 있습니다. 부자들의 세금을 수십조씩 깎아주고 줄어든 예산만큼 사회적 약자들의 복지비용을 줄이는 사회에서 과연 정의는 살아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대통령 마음에 들지 않는 방송을 했다고 해서 프로그램 제작자들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낙하산 사장을 반대한다고 해서 현역 언론인이자 노조간부인 사람을 구속시키는 나라에서 과연 언론과 표현의 자유는 존재하는 것입니까? 살인적인 강제철거에 맞선 용산철거민들이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으로 다섯 분이나 사망하는 현실에서 헌법 제14조의 거주 이전의 자유는 무슨 의미를 갖습니까? 음식대금 80만원을 횡령한 중국집배달원이 징역 10월을 선고 받는 한편 공금을 횡령하여 수천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재벌총수를 조사 한번 하지 않는 나라에서 누가 사법정의를! 운운할 수 있습니까? 한강 노들섬에 오페라하우스 등 문화예술 시설을 짓는다며 4,500억을 들이면서 월급 70만원씩 주어오던 오페라합창단을 집단해고 하는 대한민국의 문화는 누굴 위한, 무엇을 위한 문화입니까? 이 사회가 과연 존립할 가치가 있는 사회인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는 현실입니다.
물론 오늘 한국사회 위기의 핵심은 경제입니다. 지난 5년간 백만장자 증가율이 전세계에서 7위권 밖으로 나간 적이 없는 한국의 부자경제가 문제인 것이 아니라 신장개업한 음식점 중 일 년 내에 폐업하는 경우가 80%에 이른다는 서민경제가 문제 핵심입니다. 지난 10년간 날로 심각해져가는 사회양극화는 교육양극화를 넘어 건강양극화로까지 치달으며 서민의 삶을 총체적으로 파탄시키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경제가 바뀌기 위해서는 정치가 변해야 합니다. 서민이 다수인 나라에서 진정으로 서민을 위하는 정당이 다수당이 되지 않고서 서민경제가 살아날 수 없습니다. 저는 당대표로 취임하는 오늘 이 자리에서 진보신당을 진정으로 서민을 위하는 집권정당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약속을 감히 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이 위대한 목표의 달성을 위해 다른 정치세력을 비판하기에 앞서 진보정당 스스로의 반성과 혁신으로부터 첫걸음을 내딛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을 바꾸려면 우선 스스로를 변화시키라는 격언이야말로 지금 저와 이 땅의 진보세력들에게 요구되는 지상명령입니다. 그 첫 번째 과제는 바로 계승과 단절입니다.
진보의 위기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닙니다. 진보의 위기는 탄압보다도 스스로의 무능과 오판으로부터 기인한 바가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가장 낮은 곳에서, 음지에서 자신을 희생해가며 어렵고 힘든 자들의 편에 서서 헌신하는 많은 활동가들이 있습니다. 진보의 위기는 이들이 자초한 것이 아니라 진보운동을 주도해온 사람들의 편협한 인식과 부족한 능력과 시대착오적인 낡은 노선으로부터 비롯된 것입니다.
저는 일찍이 정체성 빼고는 다 바꿀 수 있어야 한다고 소리 질렀지만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 채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를 포함하여 진보정당에 대해 가해진 뜨거운 지적과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혁신을 꾀하겠습니다. 서민을 위한다고 선언만 하는 집단이 아니라 서민에게서 진정한 벗으로 인정받는 당으로 거듭 나겠습니다. 민주노총에게만 의존하는 정당이 아니라 민주노총으로부터도 소외된 더 낮은 곳의 노동자와 고용체계에서도 축출된 영세 자영업자들을 대변하는데 주력하겠습니다. 노동이 강한 나라여야만 서민들이 잘 살수 있다는 보편적 경험을 이 땅에서도 실현시키기 위해 노동과 정치의 기계적 분업구조를 극복하고 노동과 진보정당이라는 양날개를 동시에 강화시키는 일에 직접 나서겠습니다.
이중삼중의 차별과 억압구조 하에 있는 여성의 정당이 되겠습니다. 이론과 이념에 갖힌 여성주의가 아니라 생활 속에서 인정받는 여성주의 정당이 되겠습니다. 21세기 진보는 녹색진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녹색과 생태를 수사학과 대선공약에서 해방시켜 살아있는 정책과 실천으로 녹여내겠습니다. 오늘날 진보와 많은 국민들과의 괴리를 좁히기 위해 북한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요구됩니다.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존중하면서도 국민의 상식과 인류의 보편적 가치 적용을 유보하지 않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진보신당은 이번 4월 국회의원 재선거를 필두로 반드시 원내 의석을 확보하여 여러분들 곁으로 달려가겠습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도 전국방방곡에서 새로운 진보정당이 여러분들이 희망이 되도록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사법부에 정의가 살아 있다고 믿는 국민이 적듯이 여의도 국회가 물에 잠겨도 눈하나 꿈적하지 않을 국민이 대다수인 가슴 아픈 현실입니다. 정치를 근본적으로 바꾸겠습니다. 노동의 정치를 바로 세워 자본의 정치가 정치를 독점해온 역사를 청산하겠습니다. 이를 위해 서민중심형 복지동맹으로 노동의 정치를 강화하겠습니다.
사랑하는 당원동지 여러분
책임질 일도 많고 부족하기까지 한 저에 대한 여러분들의 신뢰에 감사함과 더불어 무한한 사명감을 갖고 있습니다. 저는 진보신당의 미래를 낙관하고 있습니다. 비록 비 한방울 오지 않아 땅이 갈라지고 있지만 저 대지의 깊은 곳에서 도도히 흐르는 지하수가 있습니다. 우리 모두 마중물이 되어 땅 속에 갇힌 지하수를 광명천지의 큰 강으로 만들어 냅시다. 당과 당원을 우선시하며 어려운 결단을 한 심삼정대표, 또 한번 십자가를 멘 조승수, 염경석후보가 모두 민중의 힘을 지상으로 끌어낼 마중물들입니다. 지난 3월 1일 당대회에서 13건의 수정동의안을 낸 권병덕동지등도 마중물입니다. 모든 집행간부와 대의원들이 활동보고를 이메일로 당원들에게 보내고 있는 서울시당 성동 당원협의회가 마중물입니다. 진보의 흑백 이미지를 칼라로 바꾼 칼라TV가 바로 마중물입니다. 이 모든 분들께 감사와 격려의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여러분들이 신명나는 마중물 역할을 하도록 당을 운영해 나가겠습니다. 날이 갈수록 피곤해지는 당생활이 아니라 하루하루가 생동감 있는 당문화를 펼쳐가겠습니다. 중학생에게도 당을 설명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할머니도 찾아오는 당을 만들겠습니다. 진보신당의 당원협의회가 마을회관으로 여겨질 때 대한민국은 동물의 왕국이 아니라 인간이 왕국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해낼 수 있습니다.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출마선언문 - 전문>
2007 새세상 선언 ‘진보정당 집권의 꿈’을 실현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사랑하는 민주노동당 당원동지 여러분
그리고 이 자리에 참석하신 내외빈 여러분.
저는 오늘 여러분 앞에서 제 17대 대통령선거 민주노동당 후보경선에 출마할 것을 엄숙히 선언합니다.
최초의 ‘민주노동당 출신 대통령’이 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는 지금 민주노동당 대통령후보라는 정치경력을 쌓기 위해 이 자리에 선 것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의 민주노동당 출신 대통령이 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진보정당의 집권을 통해 대한민국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외길 35년, 진보정당운동의 한 길을 걸어왔습니다.
처음 이 길을 나설 때 저는 16살의 철없는 소년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1972년 10월 17일 박정희 정권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를 해산하고 헌법을 정지시키는 것을 보면서 저는 더 이상 소년일 수 없었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의 신분으로 유신독재타도 유인물을 제작 살포하면서 35년 외길의 첫걸음을 떼었습니다.
1980년 광주민중항쟁이 전두환 군사독재 세력의 총칼앞에 유린되는 것을 보면서 인텔리운동의 한계를 절감하고 노동운동에 투신하였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도 와 있는 동료들과 전기용접공으로 일하면서 핏줄보다 진한 형제애를 느끼며 독재의 어둠 속에서 해방의 밭을 갈았습니다.
1987년 6월항쟁과 7,8,9월 노동자대투쟁의 성과가 직선제 개헌이라는 형식적 민주주의로 귀결되는 것을 보면서 노동운동의 최고 형태로서 진보정당운동의 한길로 달려왔습니다. 자갈밭에 씨앗을 뿌리는 듯한 10여년의 진보정당운동이 2000년 1월 민주노동당의 창당이라는 꽃을 피웠을 때의 감격을 저는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2002년 지방선거와 대선에서 그리고 2004년 제 17대 총선에서 장수를 태운 말이 되어 결국 46년 만에 처음으로 진보정당 원내진출의 꿈을 이뤘을 때는 민주노동당과 당원들이 한없이 자랑스럽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저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민주주의를 위해 해방을 위해 청춘을 바쳐 달려왔음에도 불구하고, 이 땅에 전쟁의 공포는 여전하고 보수정치의 독점체제, 재벌경제의 일방적 지배는 더욱 강고한 성채가 되어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의 행복과 평화를 가로막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 그리고 당원동지 여러분!
다가오는 2008년은 정부수립 6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지난 60년을 돌아보고 향후 60년을 설계해야 할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은 어떠합니까? 박정희 시대의 소위 산업화와 문민정부를 거친 노무현정부의 이른바 개혁의 결과는 무엇입니까?
매년 강북구 주민 378명을 태운 비행기가 추락하고 있습니다.
바로 사회양극화의 심화입니다. 소득양극화는 자산양극화를 거쳐 교육양극화에 이르고, 이는 다시 건강양극화로 귀결되어 악순환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기회균등을 통해 사회정의 실현의 바탕이 되어야 할 교육은 대대로 부가 승계되고 가난이 세습되는 기득권 재생산의 통로로 전락하였습니다. 인간의 창의와 노력에 따라 무한대의 가능성이 보장되는 사회가 아니라, 대학을 가느냐 못가느냐 서울의 대학이냐 지방의 대학이냐에 따라 19살에 사람의 운명이 결정되는 비정한 사회가 되었습니다.
사회양극화는 최종적으로 평균수명의 양극화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강북구의 사망위험이 강남구보다 30%나 높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오래 전의 일입니다. 강남구에 비하자면, 강북구 주민 378명을 가득 태운 보잉 747 점보여객기가 매년 한대씩 추락하는 것과 같은 기막힌 현실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되었습니까? 노동자 농민 등 서민들은 수 십 년 째 연평균 2,800시간에 이르는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을 기록한 죄밖에 없는데, 이 땅에서 살기 어렵다며 목숨을 스스로 끊는 자살률이 OECD국가 중 2년 연속 1위를 차지하는 현실은 과연 누구 탓입니까?
왜곡된 분배구조, 양극화 조장하는 성장정책이 문제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경제가 문제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대선에선 경제대통령이 뽑혀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과연 경제가 문제입니까? 2006년 경제성장률이 실현 가능한 최대 성장치인 5%에 이르러 OECD국가 중 상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수출도 기록적인 3000억불에 도달하였는데 경제에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바로 분배 문제입니다. 왜곡된 분배구조의 문제입니다. 재벌중심의 성장이 지속되면서 중소기업들은 수직계열화 되었습니다. 재벌기업이 임금상승 등에 따른 원가절감 압력을 연구개발을 통한 생산성 향상으로 해결하지 않고 하청업체, 납품업체에 전가하고, 이들 업체들은 비정규직 착취를 통해서 채산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해외 농산물 수입으로 저농산물가격을 유지함으로써 농가소득은 감소한 반면, 자본의 노동비용지출 압력은 완화되었습니다. 농촌경제가 파탄 직전에 몰리는 한편 재벌과 해외 자본의 이익은 증가하였습니다.
국내소비 분야도 대기업 유통기구가 독식하면서 재래시장은 고사되고 있습니다. 노동시장의 유연화 등으로 자영업자는 빠르게 늘어나는 반면, 돈을 버는 자영업자는 전체의 8.3%에 불과한 실정입니다.
노무현정부, 당장 FTA 협상을 중단하십시오.
2002년 대통령선거에서 노무현 후보는 IMF 환란위기로 고통이 증대된 서민의 눈물을 닦아주겠다고 약속하면서 당선되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2월 참여정부의 통계청은 2006년의 전국가구 계층별 소득격차가 2003년 이래 가장 크게 벌어졌음을 고백하였습니다. 서민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던 대통령이 서민의 눈에서 피눈물이 나도록 만든 것입니다.
이제 노무현정부가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다고 믿는 국민은 아무도 없습니다. 오히려 양극화를 더 조장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는 것이 현실적인 요구일지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이 자리를 빌어 노무현 대통령에게 강력히 요구합니다. 사회양극화의 심화를 감수하고서라도 대자본 중심의 성장을 밀어붙이겠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한미 FTA협상을 당장 중단하십시요. 한미FTA는 정권말기의 무력증에 빠진 노무현 부시 두 레임덕이 빅딜할 사안은 더더욱 아닙니다. 차기정부에서 협상재개여부를 국민투표로 정할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범여권 통합신당세력, 실정을 책임지고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저는 대통합신당을 추진하고 경제대통령후보를 내세워 정권을 재창출하겠다는 세력에게도 엄중히 요구합니다. 노무현정부의 무능과 실정으로 피눈물을 흘리는 서민들에게 일말의 책임감이라도 느낀다면 이번 대선에 후보를 출마시키지 말아야 합니다. 이른바 제 3지대에서 신장개업 한다하더라도 국민들은 속지 않을 것이며 재집권의 어떠한 명분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기 바랍니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은 사회양극화의 공동정범입니다.
지금 한나라당은 노무현정부의 실정으로 인한 반사효과로 잔치집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과 함께 사회양극화의 공동정범입니다. 또 한국경제의 미래가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중소기업의 육성에 있다면, 한나라당은 한국경제의 거대한 암초가 될 것입니다. 한나라당의 강력한 재벌 중심 성장노선은 중소기업의 성장분야를 잠식하고 연구개발보다 독점력에 의존하는 재벌 지배체제를 강화함으로써 분배구조 악화시키고 사회양극화를 더욱 조장할 것입니다.
70년대 행복했던 사람은 한나라당 유력대선주자들 뿐입니다.
한나라당의 주요 대선후보들은 박정희의 70년대를 찬양하고 있습니다. 70년대가 어떤 시대입니까? 우리 역사에서 70년대는 저임금과 저곡가 그리고 노동탄압이 성장동력이었던 시대입니다. 노동자 농민의 일방적 희생 위에서 고도성장을 구가하던 시대였습니다. 전쟁위기를 고취시키고 인권탄압과 간첩조작 등으로 정권안보를 취하던 시대였습니다. 이 시대에 행복했던 사람은 70년대를 찬양하는 그들밖에 없었습니다.
한나라당 집권을 저지할 세력은 민주노동당밖에 없습니다.
역사발전에 역행하는 한나라당의 집권을 저지할 세력은 민주노동당 밖에 없습니다. 정권 재창출 명분도 능력도 상실한 현 집권세력은 더 이상의 대안이 아닙니다. 제가 민주노동당 후보가 된다면 한나라당의 실체를 발가벗겨 영원히 역사의 뒤안길로 보내고 땀흘려 일하는 사람들이 일할 맛 나는 새 세상을 열어가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그리고 당원동지 여러분!
취업노동자의 3분의 2 정도가 월 200만원 이하의 임금을 받고 있는 실정에서 그리고 이들 대다수가 100인 미만의 영세기업에 취업해 있는 현실에서 기업의 임금인상만으로 서민의 빈 지갑을 채울 순 없습니다. 결국 무상교육, 무상의료 등 사회적 재분배를 통해 서민의 구매력을 증진시키는 길이야말로 내수시장의 활성화를 통해 중소영세 기업의 활로를 뚫어주는 첩경이 될 것입니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가장 먼저 일자리, 주거, 교육, 건강 등 ‘서민의 4대 기본권’을 직접 챙기겠습니다.
‘사회양극화해소특별법’과 ‘부유세법’, ‘사회복지세법’을 만들겠습니다.
우선 조세정의 실현을 위한 탈세범죄와의 투쟁을 전개하고 탈세자금에 대한 전면 몰수를 실시하겠습니다. 그리고 백만장자와 대기업으로부터 매년 20조원을 걷어, 650만 빈곤층에게 지원하겠습니다. 빈곤층 자녀들도 학비걱정 없이 맘껏 공부할 수 있도록, 무상교육 서비스를 확실히 지원하겠습니다. 돈 없어 병원에 못가는 의료보험 사각지대 60만명을 포함, 모든 빈곤층에게 무상의료 혜택을 드리겠습니다. 빈곤층도 일터에서 맘껏 일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최소한의 주거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현재 부자 20%의 소득이 가난한 20%의 소득보다 7.64배나 많습니다. 빈곤층 650만명에게 매년 300만원씩 지원하고, 다양한 원스탑 복지서비스를 제공해, 그 격차를 IMF 이전 수준인 4.49배 수준으로 줄여 내겠습니다.
‘비정규직 정규직전환 특별법’을 만들겠습니다.
비정규직을 IMF 이전 수준으로 줄이겠습니다. 해고될 걱정 없이, 열심이 일하기만 하면 행복한 가정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겠습니다.
‘공공교육복지일자리 100만개 창출 특별법’을 만들겠습니다.
서민 경제를 살리기 위해 좋은 일자리가 창출되어야 합니다. 현재 62% 수준인 고용률을 OECD 평균인 68%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합니다. 이 6%를 끌어올리기 위해선 230만개의 신규 일자리가 필요합니다. 일자리창출, 민간기업에게만 맡겨놓을 수는 없습니다. 공공서비스 분야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합니다. 비대한 관료조직을 확실히 줄이되, 복지서비스 분야와 교육, 소방, 치안분야에서 100만개의 일자리를 젊은이들에게 제공할 것입니다.
이 모든 법을 취임 100시간 이내에 국회에 제출하겠습니다. 2008년도 정기국회까지 통과시켜 내겠습니다. 국민지지율이 50%가 넘는데도 보수정당이 발목을 잡는다면, 대통령에게 주어진 모든 권한을 사용해 그 장벽을 허물어버릴 것입니다.
평화는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그 모든 원인을 제거한 상태여야 합니다.
국민여러분 그리고 당원동지 여러분!
전쟁은 우리 서민들은 물론, 인류 전체에게 있어 가장 무서운 재앙입니다. 평화는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그 모든 원인을 제거한 상태여야 함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북핵 실험 후 한나라당은 미국주도의 대북봉쇄정책에 참여하자고 주장하였습니다. 심지어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은 국지전도 불사하겠다며 전쟁을 선동하였습니다. 북핵 위기 당시 집권당이 한나라당이었다면 한반도는 지금 일촉즉발의 긴장 속에 있을 것이고 정상적인 경제활동은 불가능할 것이며 국제신용등급 또한 하락했을 것입니다.
지난 북핵위기 사태 속에서 노무현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역시 우왕좌왕 흔들렸습니다. 오직 민주노동당만이 일부 세력의 반대를 무릅쓰고 평양을 방문하였고 흔들리지 않고 한반도의 비핵화와 적극적인 대북 화해정책을 추구하였습니다. 2.13 합의로 북핵을 완전히 해체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은 민주노동당의 노선이 옳았음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남북한 지상군 병력을 10만으로 감축하겠습니다.
21세기 국제경쟁력 중의 하나는 평화입니다. 제가 대통령이 된다면 즉각 ‘남북한 지상군 병력 10만감축’을 추진하겠습니다. 절감되는 군사비 예산으로 공공교육과 복지 예산을 확대하겠습니다. 남북한 상호군축은 남북 긴장완화는 물론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서 경제활동인구를 증가시켜 경제성장의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임기 내에 ‘낮은 단계의 국가연합’을 성사시키겠습니다.
그리고 새 정부의 임기 내에 한반도 평화체제를 완성하겠습니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고 남북간 불가침조약은 물론 북미불가침조약과 북미수교를 이끌어내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6.15공동선언이 약속한 ‘낮은 단계의 국가연합’을 성사시키겠습니다.
민주노동당은 명분도 없고 비도덕적인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유일하게 반대한 정당입니다. 민주노동당이 집권하면 이라크는 물론 세계 각국에 파견된 무장병력을 일제히 철수시키겠습니다.
민주노동당의 혁신을 통해 신뢰받는 진보정당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민주노동당은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과 7,8,9월 노동자 대투쟁의 정신을 함께 계승한 유일한 정치세력입니다. 1997년 노동자 총파업 투쟁에 바탕하여 탄생한 진보정당입니다.
민주노동당이 창당한지 어언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원내에 진출한지 3년이 되었습니다. 그간 민주노동당은 땀흘려 일하는 서민들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위한 정치를 실현하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민주노동당이 원내에 진출해 처음 입법성과를 냈던 것은 장애인 이동권 보장 관련 법안이었습니다. 삼성이라는 거대 재벌기업의 불의에 맞서 싸운 유일한 정당이 바로 민주노동당입니다.
민주노동당, 정체성만 빼고 다 바꿀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은 오랜 숙원이었던 원내 진출을 이루어내고서도 땀흘려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으로 우뚝 서지 못했습니다. 서민들의 이해와 요구에 신속하게 부응하지도 못하였습니다. 민주노동당에 기대를 걸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나라가 장차 어디로 가야하는지 그 비전을 제대로 제시하지도 못하였습니다. 당 안팎에서 민주노동당의 위기가 거론되었습니다. 이때 저는 “정체성만 빼고 다 바꿀 수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라도 민주노동당은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을 혁신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럴 때만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진보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입니다.
민주노동당 중심의 ‘반신자유주의 정치전선’을 구축하여 대선을 승리로 이끌겠습니다.
이번 대선은 그간 사회양극화를 조장해온 세력과 사회양극화를 해소시킬 세력간의 일대 결전이 될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강자만이 살아남는 약육강식의 동물의 왕국으로 전락할 것인지, 호혜와 평등으로 넘치는 인간의 왕국으로 나아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운명의 한판 승부가 될 것입니다. 신자유주의 진영과 반신자유주의 진영 간의 각축에서 승리하기 위해 민주노동당은 폭넓은 반신자유주의 정치전선을 구축해야 할 것입니다.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다양한 진보정치세력들이 서로 서로의 한계를 깨쳐주고 보완해주는 동지적 결합, 기득권 세력의 불의와 이기주의를 타파하고 서민이 겪고 있는 당장의 고통을 해결하기 위한 조직적 힘의 결집, 우리 사회의 미래 비전을 벼려낼 집단적인 지혜가 모아지는 반신자유주의 정치전선으로 제 17대 대선을 진보진영 전체의 승리로 이끌어야 할 것입니다.
저는 지금 제 17대 대선 승리를 통해 새 세상을 열고자 다시 광야에 나서려 합니다. 그러나 저는 두렵지도 외롭지도 않습니다. 진보정당 집권의 꿈은 단지 민주노동당 8만 당원들만의 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난 총선에서 확인되었듯이 민주노동당의 꿈은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바라는 수백만 민중이 함께 꾸는 꿈입니다. 3백만명이 5백만명이 되고 다시 천만명에 이를 때 진보정당 집권의 꿈은 더 이상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될 것입니다. 민주노동당이 오늘 이 자리에 있기까지 걸어왔던 것처럼 태산을 옮기는 기백과 투지로 한발 한발 길을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더 낮은 곳으로 더 깊이 들어갈 것입니다. 4천만 민중이 기다리는 곳으로.
감사합니다.
<덧붙이는글>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로 새 출발을 했다는 소식이다. 노회찬 대표의 취임사 전문을 옮긴다. 원래는 노 대표의 취임사를 하나하나 분석하며 글을 써볼 요량이었지만, 여의치가 않았다. 취임사를 듣보며 든 생각을 횡발수발 늘어놓는 걸로 대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