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방식이 그렇다. 일주일에 한 두 개 이슈 파이팅을 하고, 또 한 두 개는 가볍게 웃고 즐기는 걸로 가고, 나머지는 그냥 땜빵용으로 넘긴다. 이게 내가 수용 가능한 범위의 블질이다. 이 이상을 넘어가면 아무래도 소화하기가 버겁다.  

헌데, 요 며칠 연빵으로 이슈 파이팅을 했다. 예상치 않은 노통이 이슈로 등장한 때문이다. 그래서 살짝 피곤한 상태다. 원래대로라면 이제 쉬어가야 하는 타이밍이다. 아니, 그마저도 이미 넘어섰다. 뭔가 글을 하나 쎄워야 한다는 것도 부담스럽지만, 우선 타임 테이블에 올라 있는 일정들이 어지럽게 얽혀 있다. 당장은 이게 더 큰 부담이다. -_

그래서 말인데, 신경민 앵커 문제 - 이거 굳이 건들지 않아도 될 문제가 아니었나싶다.
그러나 이미 받은 잔이다. 그리고, 받은 잔이라면 마셔야 한다.

 
나는 신경민 앵커의 멘트가 불편하다

신경민 앵커님, 내가 방송국 하나 차려드릴까요? 말만 하세요~

  
그러나 현 상황에서 이 건을 본격적으로 다루기에는 솔직히 많이 버겁다. 그러려면 이런저런 자료도 챙겨야 하고 해야 하는데, 당장 내일 아침의 미팅 건을 준비해야 하고, 며칠째 계속 말썽을 부리고 있는 똥차도 손을 봐야 한다. 이같은 사정 탓에 본격적인 얘기를 하기 전에 몇 가지만 우선 짚어두기로 한다.
 
댓글에서 계속 반복되는 얘기가 있다.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1. 앵커는 원고만 읽는 앵무새가 아니다.
2. 언론이 어쩌고.. 기계적 중립이 어쩌고.. 블라블라~  
3. 해외에서는 앵커가 클로징멘트 한다.
4. 신경민의 클로징멘트가 불편했던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달라.


간단히 답하겠다.


1. 앵커는 원고만 읽는 앵무새가 아니다.


당근이다. 앵커는 원고만 읽는 앵무새 아니다. 누구도 앵커를 원고만 읽는 앵무새라고 말한 적 없다. 그렇게 말하는 넘이 있다면, 나라도 가서 귓방맹이를 사오십 개 쌔려주겠다. 그러니 이제 이같은 주장하려거든 누가 그랬는지부터 말할 일이다.

같은 맥락에 "그렇다면 앵커는 멘트 하지 말라는 말이냐?" 하는 얘기들이 있다.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알기로는 누구도 이런 말 한 적 없다. 그런데도 계속 같은 얘기를 하면서 물고 늘어지는 친구들이 있다. 이른바 파워블로거라는 친구들도 역시 같은 가이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싸지른다. 전형적인 허수아비 논법이다.
 

"앵커가 왜 중요한지 아십니까? 크로징멘트 때문입니다. 원래 앵커는 크로징멘트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입니다. 그냥 기자가 작성한 멘트만 읽어대는 것이 앵커의 역할이라면 발음좋은 사람만 앉히면 될 것을 왜 궂이 중요도를 놓게 되는 것일까요?"
 

대표적으로 이 댓글을 옮겼지만, 아주 여러분이 쎄워주고 있는 야구다. 듣는 분들 가운데는 괜히 또 마음의 상처를 입고는 욱~ 하실 분들 더러 있겠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그러니까 이 분들은 기본적으로 앵커 멘트의 뜻 자체를 모르고 있는 거다. -_

분명히 해두자. 앵커 멘트 다른 거 아니다. 아나운서에게 마이크 넘기기 전에 앵커가 하는 말이 앵커멘트다. 이거 뉴스 전체를 꿰뚫고 있어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앵커 멘트가 뭐 어디 하늘에서 뚝 떨어진 별유천지 비앵커인 냥으로 헷소리 하는 것 좀 안 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앵커 멘트 애기하면서 쓸데없이 자꾸 외국 사례 들먹이는 친구들 있는데(이른바 기자 블로거라는 넘들조차도 일부가 이런 가이 소리 지끼고 있다. 철 없는 블러거들은 이걸 또 무슨 진리인 양으로 그대로 쎄워올리고 있고. 기자 자격조차가 의심스러운 한심한 넘들이다. -_-), 그럴 필요 없다. 우리나라에도 있다. 최일구 앵커도 맛깔나는 앵커맨트로 유명한 친구다.


2. 언론이 어쩌고.. 기계적 중립이 어쩌고.. 블라블라~


언론의 중립성? 이건 뭔 자다가 봉창 뚜드리는 소린지 모르겠다. 중립? 난 그 따위에 전혀 관심없는 사람이다. 중립이라는 말 자체를 나는 믿지 않는다. 오히려 내 얘기는 그따위 희닥한 말 하지 말라는 거다. 내가 말하는 거는, 헷소리도 좋고 가이 소리도 좋고 언 넘이 뭐라 지끼든 맘대로 해도 내 알 바 아니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하라는 것이다. "나는 이런 저런 스탠스에서 이 말을 하고 있다"는 게 그거다. 무슨 가이 소리를 하건 이렇게 자신의 스탠스를 딱 밝히고 하면 된다는 얘기다.[각주:1]


3. 해외에서는 앵커가 클로징 멘트 한다.


뷁! 이거야 말로 진짜 아주 지롤 찜쪄먹는 소리다. 결론부터 말하자. 당근이다. 어디 클로징 멘트 뿐이겠는가? 오프닝 멘트도 당근 한다. 중요한 건 클로징 멘트를 하네 마네가 아니다. 문제는 그 멘트를 하는 넘이 그걸 할만한 자격이 있느냐 없느냐다. 이 글을 읽은 친구들 가운데 누구라도 좋다. 자격도 없는 어떤 넘이 앵커 자리에 앉아서 주제넘게 싸지른 넘이 있었는지 단 한 넘이라도 좋으니 쎄워 올려주길 바란다.

어제 어떤 친구가 그 사례로 피터 재닝스인가 하는 물 건너 앵커를 하나 예로 쎄워주었다. 이에 대해서는 다시 리바이벌하기도 뭐 하고 해서 그대로 옮겨 적는다. 댓글로 쓴 글이라 다소 거칠다. 그거 감안하고 하고자 하는 말에만 주목해서 읽으시길 바란다. 표현 갖고 씰데없이 딴죽 거는 짓은 하지 말라는 얘기다.
 

1. 지금 이 글의 요지는 '신경민은 역량이 딸리는 앵커였다'입니다. 이 글과 님이 사례로 든 피터 재닝스와의 유비관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신경민은 피터 재닝스만큼 뉴능했다'는 얘기를 해주셔야 합니다. 신경민이 피터 재닝스에 버금갈 정도로 능력있는 앵커였나요? 어떤 점에서 그런가요?

2. 지금 엠비씨가 피터 재닝스로 유명했다는 ABC 처럼 공영인가요? 설명하자면, 손꾸락 아프고 님이 인용하고 있는 위키백과의 설명을 잠시 옮깁니다.

"미국 방송 회사(American Broadcasting Company, ABC)는 미국의 텔레비전, 라디오 방송을 운영하는 방송사이다. 1948년 4월 19일에 텔레비전 방송을 시작하였다. 현재 월트 디즈니 회사가 소유하고 있으며, 디즈니-ABC 텔레비전 그룹에 속해있다."

보셨나요? ABC는 민영입니다. 민영에서 앵커가 뭐라 씨부리건 그거 가지고 내가 입 아프게 뭐라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거야 뭐 개인적인 생각이니 그렇거니 치고 접겠습니다.

그런데 지금 엠비씨가 세계인에게 보내는 영상 메세지 만들어서 뿌리고 하는 이유가 뭔가요? 아세요? 혹시 모르는 듯 하니 제가 일러드리겠습니다. 바로 엠비씨 민영화시킨다고 저 난리인 겁니다. 민영화해서는 안 된다고. 민명화하지 말라고 말이죠. -_

자승자박. 이거 존니 웃기잡는 팡돵 씨추에이션이라는 생각 안 드세요?

<덧> “회사 결정에 따라 나는 물러난다. 지난 1년 동안 내가 지켜온 것은 자유, 민주, 힘에 대한 견제, 약자에 대한 배려 등이었다” 이게 신경민이라는 친구가 마지막으로 했다는 클로징 멘트인데, 최소한의 자기 반성조차를 찾아볼 수 없는 참 뻔뻔한 멘트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말인데, 이 친구는 반성적 사고 자체가 아예 결여되어 있는 게 아닌가싶어요. 쩝~ [각주:2]



4. 신경민의 클로징멘트가 불편했던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달라.


내가 앞서 쎄운 글 중에 신경민의 미네르바 관련 멘트를 집어넣었더니 미네르바 관련 멘트의 어디가 문제였느냐고 줄기차게 따져묻는다. 답변을 해줘도 못 알아먹겠단다. 그래서 다시한번 분명하게 쎄워두기로 한다. 좀 길다 싶지만, 니들이 좋아하는 사례를 들다보니 어쩔 수가 없다.
 

"요즘 인터넷 경제 논객 미네르바로 시끄럽습니다. 찬반 논란이 있고 월간지에 기고가 실리고 비난방송까지 나왔습니다. 이렇게 된 까닭은 그의 분석이 정부보다 더 정확하고 논리적이기 때문입니다. 누구인지 찾아내고 입을 다물게 하기보다는 미네르바의 한수에 귀를 기울이는 게 맞아보입니다." 2008년 11월 17일


이게 내가 말한 신경민의 미네르바 관련 멘트다. 미네르바 관련 글에서도 밝혔듯이, 내가 미네르바에 대해 관심을 가진 것은 거의 순전히 신경민의 저 멘트 때문이었다. 미네르바의 글을 읽은 것도 그 이후였다. 그런데, 웬걸? 신경민이 정부더러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 미네르바의 글을 보면서 한마디로 이게 웬 가이소리인가 싶었다.

이는 미네르바, 정신 나간 넘 하나에 놀아나는 사회라는 글에서 쎄운 그대로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나는 미네르바의 글이 거의 정신 나간 넘이 싸지르는 얘기로밖에 안 보였다. 그런데 내가 그 정도로 치부하고 있는 얘기에 대해 신경민은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둘 가운데 하나는 지금 뻘짓을 하고 있는 거다. 그런데 그 이후를 함 보자. 미네르바는 이미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것과 같이 방구석 경제학자다.[각주:3]

신경민이 얘기는 결국 국가의 경제 정책을 방구석에서 경제학 썰을 푸는 친구 얘기에 귀를 기울여서 검토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고, 나는 이게 순 가이 소리라고 본다는 것이다. 여기에 무슨 말을 더 할까?

아, 당근 신경민은 그런 말 해도 된다. 아니, 신경민이 아니고 그가 설사 기생 오래비질을 하면서 먹고 사는 넘이라 할지라도 누구나 그렇게 자기 주장 펼칠 수 있다. 얼마든지다. 그런데, 그 자리가 입만 열면 공영방송이고 국민의 방송임을 부르대는 공중파 방송의, 그것도 메인뉴스의 앵커라면, 게다가 그것이 그 뉴스의 클로징 멘트라면 얘기는 다르다.

그가 과연 그 자리서 그런 말을 해도 좋은지 그 역량을 함 짚어봐야 한다. 그리고 나는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은 이유로 신경민이 그 자리에 앉아서 함부로 말을 하는 데는 역량이 부족하다고 보는 입장이다. 이것이 내가 어제 여기서 신경민의 클로징 멘트는 함량미달이다고 말한 까닭이다.[각주:4]

피곤하다. 여기까지만 하자.  -_



 

<덧붙이는글>
다음에 옮기는 글은 신경민 앵커가 작년 연말과 이번에 앵커 직을 그만 두면서 각각 한 클로징멘트입니다. 원래 이 멘트까지를 가지고 글을 하나 쎄우려고 했는데, 글이 넘 길어질 것같고 해서 오늘은 그냥 넘어가기로 합니다.

"올 한해 클로징멘트에서 하고 싶었던 얘기는 원칙이 숨 쉬면서 곳곳에 합리가 흐르는 사회였습니다. 그것은 민주주의, 책임, 신뢰, 안전이었고 힘에 대한 감시와 약자배려를 뜻합니다. 내용을 두고 논란과 찬반이 있다는 점 알고 있습니다. 불편해 하는 분들에게 미안하지만 이 꿈과 소망은 바꾸거나 버릴 수 있는 게 아닙니다. 함께 가져야 하는 겁니다. 2009년 첫날인 내일 돌아오겠습니다." 2008.12.31
"회사결정에 따라 오늘 자로 물러납니다. 그 동안의 제 원칙은 자유, 민주, 힘에 대한 견제, 약자 배려 그리고 안전이었습니다. 하지만 언론의 비판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아 답답하고 암울했습니다. 구석구석, 매일매일 문제가 도사리고 있어 밝은 메시지를 전하지 못해 아쉽지만 희망을 품을 내일이 언젠가 올 것임을 믿습니다. 할 말은 많아도 제 클로징멘트를 여기서 클로징하겠습니다." 2009.4.13

<덧2> 신경민이 앵커 자리 물러났다고 대한민국 민주주의 다 죽었다고 헷소리하는 몇몇 기자넘들, 걱정하지 마세요. 니들이 그렇게 징징거리지 않아도 대한민국 민주주의 안 죽습니다.

<덧3> 답댓 빨리 안 준다고 댓글로 도배들 좀 하지 마세요. 기다리면 선지자께서 답글 다 주십니다.
 
  1. 그런데, 신경민은 안 그렇다. 무슨 자유 민주 이따위 희닥한 말로 포장한다. 그런 다음 하는 말은 결국 헛소리다. 수준 딸리는 멘트 뿐이다. 이런 멘트 꼭 하고 싶다면 해도 된다. 할 수 있고, 하면 된다. 따르는 무리 일끌고 방송국을 하나 만들든지, 그럴 능력까지가 안 된다면 개인 인터넷빙송국 하나 차리면 된다. 그런 다음 듣고싶은 애들 와서 들으라고 하면 된다. 와이낫? [본문으로]
  2. 참고로, 피터 재닝스인가 하는 저 친구도 짤린 적 있다. 그렇지만, 기자넘들이 들고 일어나서 왜 짜르느냐고, 철회하라고, 민주주의 다 죽는다고 발악했다는 얘기는 못 들었다. [본문으로]
  3. 이거 미네르바 개인을 폄훼하는 의미 아니다. 나는 미네르바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그의 한계 안에서이다. 내가 미네르바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이전에 쎄워둔 미네르바 관련 글을 함 보기 바란다. [본문으로]
  4. 그래서 나는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전문가가 무슨 필요 있겠느냐는 것이고, 신경민은 그냥 미네르바 수준의 애 몇 명 데리고 방송국 하나 차려서 그런 친구들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라는 것이다. 그게 민폐 끼치지 않는 일이라는 뜻이고.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