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에게 대학생활은 나무들이 단풍으로 밝게 빛나던 가을 아침에 청정하게 부는 바람이었다.

미식축구 시합이 한창인 오후에 경기장을 가득 채운 박수 소리였고, 연초록빛 강변을 따라 걷는 야간산책이었고, 친구들이 사랑과 죽음에 관해 내밀한 생각들을 꺼내보일 때 갑작스럽게 생기는 우정이었다.

그리고 잡지 마감 후 동료들과 함께 동이 트는 것을 보며 마시는 커피였고, 매사추세츠 대로에 쌓인 무릎까지 빠지는 눈더미였고, 눈보라가 지나간 후 캠퍼스의 나목에 매달려 있던 고드름이었고, 오두막에서 음주가무를 즐기던 주말이었고, 비록 옷이 찢기고 얼굴은 멍들어도 사내다운 기분을 맛보게 해주었던 케임브릿지 깡패들과의 유혈 낭자한 주먹다짐이었다.

리드에게 대학은 삶의 욕구이자 야망, 혼란이자 고통이었으며, 무엇보다 모든 꿈을 이룰 수 있는 경이로운 공간이었다.

<존 리드 평전> 중에서 

 

<존 리드 평전><존 리드 평전> 표지

 

<존 리드 평전>은 미국의 급진적 언론인인 존 리드의 삶을 다룬 책으로, 20세기 초, 정치와 예술이 가장 화려하게 꽃피었던 시대를 마음껏 살다간 한 자유로운 영혼의 일대기를 담고 있다. 존 리드의 전기 중 가장 뛰어나고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평전으로, 워렌 비티가 감독과 주연을 맡았던 영화 '레즈(REDS)'로도 제작되었다.

역사학자인 저자 로버트 A. 로젠스톤은 수많은 책과 기사, 편지의 내용을 인용하며 존 리드의 삶과 20세기 초 격변의 시대상을 역동적으로 펼쳐 놓는다. 당시의 역사와 정치, 문화의 흐름을 한눈에 보여주고, 더불어 당대 정계와 예술계를 주름잡았던 수많은 명사들의 활약상을 함께 보여준다.

존 리드는 르포문학의 고전 <세계를 뒤흔든 열흘>을 쓴 기자이자 미국 최초의 공산당을 설립한 혁명가이다. 존 리드는 세계 언론의 역사에 큰 획을 그은 뛰어난 기자였고, 러시아 혁명의 진실을 서방세계에 알린 운동가였다. 그는 인간적인 혁명을 원했던 사회주의자였으며, 자신의 온몸을 바쳐 진실을 외친 기자였다.

존 리드는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공산당을 설립했다. 그러나 무익한 권력 투쟁과 원칙이 훼손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회의하였고, 돈과 여자와 명성 때문에 울고 웃는 평범한 사람이기도 했다. 위에 옮긴 하버드의 대학생활에 대한 묘사는 이같은 존 리드의 성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에피소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