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27일 헌법재판소가 '신문법 시행령'에 대한 위헌 판결을 내렸습니다. 그 요지는 인터넷신문 등록을 위해서는 5인 이상의 인력을 고용하고 그 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시행령의 조항이 심히 부당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상식적으로는(내가 법을 전공한 이가 아니다보니 하는 얘기입니다) 2015년 이전의 시행령으로 돌아가는 게 합리적으로 보이는데, 문체부와 각 지자체에서 해석한 바는 전혀 다릅니다. 지자체에 따르면, 개정된 시행령이 위헌으로 판결된 만큼 시행령 자체가 무효화되었다는 입장입니다(당연히 법적 뒷받침을 구한 조치일 겁니다).


따라서 개정되기 이전의 시행령에서 인터넷신문 등록 요건으로 요구하던, 발행인 편집인을 포함한 최소 3인의 명부조차도 필요없게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인터넷신문은 이제 발행인 한 사람만 있으면 등록이 가능하고, 이것은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든지 인터넷신문을 등록하여 발행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대한민국에 명실공히 1인미디어의 시대가 열린 셈입니다.

 

 

대한민국에 1인 미디어의 시대가 열리는가?


 

그러나 이같은 지자체의 헌재 결정 해석 이면에는 마냥 낙관적으로만 볼 수 없는 이면이 있습니다. 사실 문체부나 지자체로서는 헌재의 위헌 결정을 완곡하게 해석할 수도 있었습니다. 이전 시행령을 기준으로 인터넷신문 등록을 받는다고 해도 문제가 될 건 없었다는 뜻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체부와 지자체는 시행령이 위헌 났으니 이제 모든 등록 신청은 다 받아주겠다고 나오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엄밀하게는 인터넷신문 등록제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인터넷신문을 발행하겠다는 의사 표시만 하면 누구나 등록 운영이 가능한 마당에 등록 절차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주장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입니다. 바로 '인터넷신문 등록제 무용론'입니다. 문체부와 지자체에서 노리는 것은 바로 이 지점입니다.


인터넷신문 등록 난립을 이유로 불과 얼마 전까지 거의 반 공갈로 인터넷신문 폐간을 독려하고 협박하기까지 했던 문체부고 지자체들입니다. 그랬던 곳이 하루아침에 180도 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사람도 타고난 성품을 하루아침에 바꾸기 힘든 것처럼 조직이나 기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인터넷신문 등록 요건을 완전 자율화한 이유는 무앗인가?

 

 

저들의 의식 속에는 인터넷신문은 여전히 껄끄러운 존재고, 장차는 없애버려야 할 골칫덩이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런 점에서 문체부와 지자체가 인터넷신문 등록을 완전 자율에 맡기는 듯 하지만 실제로 그 속내는 다른 데 있다고 봐야 합니다. 저들은 지금 인터넷신문 난립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비등하기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번처럼 어설프게가 아니라, 한방에 제대로 쓸어버리기 위해서 말이지요.

 

전혀 근거없는 얘기가 아닙니다. 실제로 문체부와 지자체에는 자신들의 저런 속내를 대신해서 비난 여론을 비등하게 해줄 대단히 든든한 우군이 있습니다. 다양한 인터넷신문의 등장으로 자신의 입지가 좁아졌다고 여기는, 기득권으로 무장한 또다른 인터넷신문과 그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유관단체들입니다. 


우리는 지난 신문법 시행령이 시행되는 과정에서 이른바 빅마우스로 일컬어지는 저들이 어떤 행태를 보였는지 익히 확인한 바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불합리한 모든 현상에 대해 바른 말 하기를 마다 하지 않는 그들이지만, 부당하기 짝이 없는 신문법 시행령에 대해서는 형식적으로 나서 마지못해 한 두마디 한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작은 인터넷신문사 죽이기 사태는 아직 끝난 게 아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저들은 문체부와 지자체의 소규모 인터넷신문 죽이기에 앞장서 나선 정황마저 없지 않습니다. 당연히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신의 이익을 지키는 일에 나서는 것은 결코 비난할 일이 아닙니다. 이는 저들 기득권 인터넷신문과 유관단체들의 행태에도 그대로 적용하여 말할 수 있습니다. 


이 문제의 핵심은 여기에 있습니다. 문체부와 지자체는 공적 기관입니다. 마땅히 국리민복을 위해 봉사해야 합니다. 그 일을 하는 대가로 녹을 받고 살아가는 이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저들은 관리 감독해야 할 업무량이 많아진다는 이유만으로, 또는 보기에 껄끄럽다는 이유만으로 작은 인터넷신문 죽이기에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기득권을 가진 인터넷신문사와 유관단체들 역시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합니다. 필요하다면, 문체부와 지자체를 등에 업고서라도 자신의 이익을 지키는 일에 나섭니다. 그리고 거듭 말하지만, 이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너무도 당연한 일이고, 또한 비난 받을 일도 아닙니다.

 

 

작은 인터넷신문의 권익은 누가 지켜가야 할 것인가?

 


이 지점에서 생각해봐야 하는 게 있습니다. 작은 인터넷신문 죽이기는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신문법 시행령에서 보여준 것과 같은 인터넷신문 압살책은 언제라도 다시 재개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지난 신문법 시행령처럼 터무니없는 방식이 아니라 보다 정교한 방식으로 압박해올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징후는 인터넷신문 등록의 문을 완전히 열어둔 데서 이미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그때, 신문법 시행령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견디기 힘든 압박을 해오는 그때, 작은 인터넷신문의 권익은 누가 지켜줄 수 있을까요? 신문법 시행령 사태에서 확인했듯이, 그때 가서 소규모 인터넷신문을 지켜줄 수 있는 곳은 아무 데도 없습니다. 결국 자신의 권익은 스스로 나서 지켜가는 것 외에 다른 길이란 없습니다.

 

무엇보다 우리의 일은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고,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유지 관리해갈 수 있다는 사실을 저 탁상머리 행정가들 앞에 실제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 인터넷신문의 연합체 결성이 필요하다 주장하는 이유입니다.





덧>

이 글은 전국인터넷신문대표자협의회 카페에도 같이 전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