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 났네. 그러니까 고한테 정신 바짝 차리고 걔네들이 이게 완전히 조작품이고 얘네들이 이거를 저기 훔쳐가지고 이렇게 했다는 걸로 몰아야 되고 이성한이도 아주 계획적으로 하고 돈도 요구하고 이렇게 했던 저걸로 해서 이걸 이제 하지 않으면… 분리를 안 시키면 다 죽어"


최순실의 '대응 지침'이라며,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공개한 최순실의 통화 녹음 파일 내용이다.







그런데, 이 통화 녹음 내용에 대한 해석이 이상하다. 현재 이 녹음 파일에 대한 일반적인 해석은, 최순실이 문제의 태블릿pc가 자기 것임을 방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언론 또한 거의 하나같이 이같은 해석을 당연시 하고 있다. 


특히 jtbc는 저 해석에 jtbc의 '관심법'까지 동원, jtbc식이라고 불러도 좋을 법한 특이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모든 경우의 수를 다 동원한다 해도 저 태블릿 pc는 이제 최순실 자신의 것임이 최순실의 저 통화녹음 내용으로 확실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런가? 최순실의 저 통화 녹음 내용은 정말로 최순실이 문제의 태블릿pc가 자신의 것임을 인정하고 있는 내용인가?


내가 보기엔 아니다. 저 대화를 조금만 다른 각도에서 들어보면 저 해석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정 반대의 해석까지도 가능하다. 예컨대 이런 해석이 가능하다.



"큰일 났네. 그러니까 고한테 정신 바짝 차리고 걔네들이 이게 완전히 (걔네들의) 조작품이고 얘네들이 이거를 저기 훔쳐가지고 이렇게 했다는 걸로 몰아야 되고, 이성한이도 아주 계획적으로 하고 돈도 요구하고 이렇게 했던 (사실이 있으니까) 저걸로 해서 이걸 이제 (방어)하지 않으면… 의리 안 지키면 다 죽어"



통화 내용 가운데 맥락이 어색한 부분에 이렇게 몇 마디만 넣고 보면, jtbc 식의 해석과는 사뭇 다른 의미가 된다. 엄밀히는 정반대의 의미다. 즉, 



최순실 태블릿PC와 JTBC 태블릿PC, 그리고 박영선 녹취파일 해석하기최순실 태블릿PC와 JTBC 태블릿PC, 그리고 박영선 녹취파일 해석하기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이건 완전히 걔네들(jtbc 애들)이 조작한 거고, 훔쳐가서 조작했다는 걸로 주장해야 하고, 이성한이도 돈도 요구하고 한 전력이 있으니까 다른 쪽으로 돌아선 이유가 그래서였다는 식으로 몰아가야 한다. 안 그러면 다 죽는다."


"태블릿pc는 jtbc 애들이 훔쳐가서 완전히 조작했다는 방식으로 대응해야 하고, 이성한의 경우는 돈도 요구하고 한 적 있으니까 그걸로 방어해가야 한다. 자기만 살겠다고 이성한이처럼 꼰지르고 하면 결국 다죽는다"  



는 정도의 해석이 가능하다. 이건 앞서 태블릿pc가 자기 것임을 인정한 얘기라는 jtbc의 해석과는 완전히 상반된 내용이다.


jtbc 손석희의 해석이 더 그럴싸 하다고 보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다른 해석이 더 타당하다고 여기는 이도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실제는 어느 쪽도 아닐 수 있다. 여기서의 문제는 어느 쪽 해석이 올바른 해석인가 하는 게 아니다.


이 문제가 문제가 되는 지점은, 이렇게 달리 해석될 수 있는 통화 내용을 두고, 왜 한쪽 방향의 해석만이 사실인 것처럼 '몰아가느냐' 하는 데 있다. 다른 해석의 여지가 있음에도 왜 한 방향의 해석만이 절대 진리로 확증된 것인양 당연시하고, 거의 모든 이야기가 그것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고 있느냐는 것이다.


나는 이게 최순실pc의 실체를 규명하는 일보다 더 중요한 문제라는 생가이다. 최순실이 아무리 나쁜 짓을 많이 한 범죄자라고 해도, 그래서 벌을 받아 마땅한 사람이라고 해도, 그렇다고 해도 누군가의 '자의적이고 임의적인 해석'에 의해 판단 정죄되어서는 안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jtbc 손석희의 최순실 보도 행태에 대해 기어이 딴죽을 거는 이유다.



덧>

요즘 손석희의 jtbc를 보고 있으면 '견강부회'라는 말이 자주 떠오른다. '아전인수'라는 말도 가끔씩 생각난다. 모든 사안을 자기 입맛대로 해석하는 양이 딱 저 경우에 들어맞아 보여서다.


매우 황당무계한 주장을,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걸 볼 때는, 혹시 뭐에 씌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조차가 있다. 그래서 때로 딱해보이기까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