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2년째 IT 쪽에서 일하고 있다.
특히 IT 기기에는 남다른 관심이 있는 편이다.
새로운 기기가 나왔다 하면 일단은 손에 넣고 만져봐야 직성이 풀린다.
그런 점에서 나름 얼리어답터라고 생각한다.
그런 내게 생소한 이름의 IT 기기 하나가
지금 2016년 대한민국을 후끈 달아오르게 하고 있다.
그 이름은 '태블릿 PC'다.
태블릿이면 태블릿이고 PC면 PC지 태블릿PC는 대체 무엇을 가리키는 말인가?
어떤 태블릿을 말하고 어떤 PC를 말하는 것인가?
세계 최대의 인터넷쇼핑몰 아마존을 들어가봐도 태블릿을 나타내는 이름은 그냥 태블릿이다.
당연한 일이다. 태블릿이 태블릿이지 어떻게 다른 뭐일 수가 있겠는가?
그렇다면, 대한민국 5천만 국민은 왜 태블릿을 태블릿이라 부르지 못하는 것일까?
태블릿을 왜 테블릿이라 부르지 못하고 굳이 태블릿 pc라고 애써 부르대고 있는 것일까?
이유가 있다.
jtbc의 손석희 사장 덕분이다.
최순실 태블릿은 어떻게 최순실 PC가 되고 최순실 태블릿 PC가 되었나
지난 달 JTBC 손석희 사장은 자신이 진행하는 뉴스룸을 통해 판도라 상자 하나를 열었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의 문을 여는 순간이었다.
손석희 사장이 열어제친 최순실 게이트가 준 충격은 엄청났다.
수 백만의 국민이 광장으로 모여들었고,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의 지경까지 내몰렸다.
이 메가톤급 최순실 게이트를 연 단초가 바로 태블릿 pc였다.
그러나 손석희 사장이 처음에 들고 나온 건 태블릿이 아니었다.
손석희 사장의 특종은 최순실의 태블릿이 아니었다. 최순실의 'PC'였다.
JTBC 손석희는 최순실 PC를 확보했고, 그 안에 엄청난 자료가 담겨 있다는 특종을 터뜨렸다.
그 중에서도 압권은 최순실이 대통령의 주요 연설문을 받아서 수정 편집했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경악했고, 세상은 최순실 게이트로 빠져들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뭔가 변하기 시작했다.
손석희의 '최순실 PC'는 어느 순간부터 '최순실 태블릿 PC'로 이름이 바뀌었다.
최순실 PC는 왜 최순실 태블릿 PC가 되어야 했을까?
여기서 잠깐, 알아봐야 할 게 있다.
'태블릿 PC'라는 말이 합당한 이름인가 하는 것이다.
앞서 나는 도대체 태블릿 PC라는 용어가 낯설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고, 실제는 다르지 않을까?
그래서 문제의 '태블릿 PC'를 만든 삼성전자 홈페이지를 들어가봤다.
삼성전자는 과연 태블릿의 명칭을 어떻게 부르고 있을까?
태블릿!
태블릿이다 태블릿 pc가 아니다
당연히 태블릿이다. 태블릿 PC가 아니다.
기기를 만든 제조사와 이 세상 모든 이들이 태블릿이라고 부르는 태블릿을
이 나라 언론과 5천만 국민만은 굳이 애써
읽기도 힘들고 쓰기는 더욱 힘든 '태블릿 PC'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대통령만 혼이 비정상인 게 아니다.
내가 보기엔, 이 나라 언론과 이 나라 국민들 역시 대통령 못지 않게 혼이 정상 아니다.
대한국민 모두가, 대한민국 전체가 JTBC가 만든 '태블릿 PC' 프레임에 빠진 결과다.
언론이 만든 프레임이란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그렇다면, 궁금해 해야 한다.
JTBC와 손석희는 왜 이같은 프레임을 만들었던 것인가?
모든 프레임 만들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JTBC와 손석희는 왜 애써 세상에 없는 '태블릿 PC'를 만들어야 했던 것일까?
이 또한 의당 그 이유가 있을 터다.
그러나 그 이유는 다른 이들이 충분히 밝혀주리라 믿고 여기서는 략한다.
여기서 내가 하고싶은 말은 하나다.
언론이 뭔가를 전하는 곳이 아니라
뭔가를 만들어내는 제조 공장이 되는 순간, 그건 이미 언론이 아니라는 것.
고로,
언론사는 모름지기 제조업의 유혹을 한사코 경계해야 한다는 것.
세줄요약>
1. JTBC 뉴스룸 손석희는 세상에 없는 태블릿 PC를 만들었다.
2. 대한국민 모두가 세상에 없는 태블릿 PC를 말한다.
3. 언론(이 만드는 '프레임')의 힘은 무섭다.
덧>
이제부터라도 태블릿은 태블릿으로 부르자.
언론이 만들어준 프레임에 따라 움직이는 마리오네트 내지는 개 돼지가 아닐 진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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