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보는 것도 즐거움이죠."

오늘 Zerald .J 님이 이곳에 남긴 댓글입니다 트랙백을 좇아 오긴 왔는데 의견을 달리 하는 글이어서 살짝 거시기했던 모양입니다(아니라면 미안합니다 그냥 그런 기미가 읽혀서요) 몇 마디 한 다음 마지막에 걸어두고 있는 게 저 말입니다 내가 아주 좋아하는  

고맙습니다 아쉬움이라면 트랙백을 아니 남겨주셨다는 건데요 충분히 이해합니다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보는 일은 즐거운 일이지만 어느 블로거 말대로 "질 떨어지는 블로그와 엮이고싶지는 않아서" 였을테니까요 언젠가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다른 게 있다면 비슷한 단서를 붙이긴 했어도 그 블로그는 그래도 트랙백을 걸었다는 것

다음은 그때 기꺼움을 표하면서 남긴 글 가운데 일부입니다
 

나는 블로그의 순기능이 여기에 있다고 믿는다. 블로그를 통해 우리는 세상을 보는 관점이 자신과 다른 사람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놓고 다른 사람과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이 블로그다.

블로그는 그러나 아직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블로거 대부분이 생각이 비슷한 사람과만 소통하려 할 뿐, 생각이 다른 사람과의 글 엮기에는 몸을 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몸 사리기에는 이유가 있다.

우선은 자신의 생각을 정초하는 일이 쉽지않아서다.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일은 상당한 수고를 요한다. 웬만한 치열함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생각이 다른 사람과 글이 섞이는 경우, 이를 피해갈 수 없다. 어떻게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어야 하고, 당연히 상당한 압박감과 피곤함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블로거는 생각이 다른 사람과 글을 섞으며 논쟁하기보다는 차라리 비슷한 생각을 지닌 패거리들 속에서 적당히 안주하는 길을 택하고 만다.

바람직하지 않을 뿐더러 때로는 비겁하기까지 한 일이다. 변명은 가능하다.

모든 블로거가 자신의 생각을 담아내는 글쓰기에 능한 것은 아니며, 설사 글쓰기에 능하다 할지라도 바쁜 일상을 살아가기도 버거운 판에 블로그에서까지 스트레스를 받을 이유란 없기 때문이다.


오래 전의 저 글을 옮긴 이유는 블로깅과 글섞기에 대한 저 생각이 지금도 여전히 같아서이고 글섞기의 일차적 도구인 트랙백에 대해 한마디 하고싶어서입니다

다음에 있는 아고라를 두고 네티즌의 민주 성지라고들 한다는데요 내 생각에는 그게 합당한 표현인가싶습니다 민주성지라면 오히려 블로그가 더 민주성지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라는 게 뭡니까 국민 각자가 스스로 주체가 되는 것입니다 아고라에서 그런 일이 가능할까요?

기본적으로 나는 아고라와 같은 형식의 토론방에 대해 부정적입니다 며칠 전 글에서도 그런 생각을 살짝 피렸했습니다 '아고라가 어디 붙어 있는지도 잘 모른다'면서요 물론 과장된 표현입니다 그래도 인터넷으로 밥 벌어먹고 사는데 설마 아고라가 어디 붙어 있는지를 모르지는 않겠지요 다만 들어가서 노닥거려본 적이 없을 따름입니다

아고라는 닫힌 구조입니다 우물안에 개구리들 모아놓고 노는 구조이지요 이같은 우물안 구조에서는 목소리 큰 넘이 장땡입니다 거기에 패거리 부추기는 능력까지를 겸비한다면 아주 '왔다' 입니다 개구리 왕국의 잘 나가는 개구리 대왕 되는 건 따놓은 당상에 시간 문제일 뿐이지요

열린 공간의 일차적 조건은 다양성입니다 하지만 아고라에서 다양성을 기대한다는 건 나무 아래서 물고기를 찾는 것만큼이나 난망한 일입니다 누가 혹은 무엇이 잘못이어서가 아니고 우물안 개구리들이 처한 구조적 한계여서입니다 대세라고나 할까요 이같은 구조에서는 하나의 흐름이 정해지면 그것은 이내 거스를 수 없는 일정한 방향성만을 갖게 됩니다 공감과 동의가 아닌 증오와 배척이 주가 되는 패거리 성향입니다 다양성이 들어설 여지가 없지요


아고라, 닫힌 공간 그리고 미네르바 신드롬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최근 우리 사회를 달구고 있는 미네르바 신드롬도 이같은 구조가 만들어낸 해프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경제 일반에 대해 탁월하게 썰을 푸는 재주를 가진 친구가 경제가 위태한 줄타기를 하고 있고 정부가 계속 헛발질을 하는 상황에서 독한 증오와 배척의 '반이명박' 진영을 한 패거리로 엮은 것이 일정한 방향성으로 나타난 결과가 미네르바 신드롬이었겠다는 얘기입니다

우리끼리 하는 얘기지만 "이명박 까자"고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인나 벌개진 눈으로 키보드 두드리는 인터넷 키워들이 좀 많아야지요 파블로프의 개가 따로 없습니다 '이명박'이라는 먹이만 보이면 앞뒤 재볼 것도 없이 침 흘리며 덤비는 양이 영낙없이 파블로프의 개이니 말이지요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이전인 PC통신 시절의 토론방 모습이 딱 저러했습니다 우물안 개구리들이 모여 도토리 키재기식으로 아웅다웅 다툼을 벌이는 곳 그 이상이 아니었지요 논쟁의 장이 인터넷으로 옮겨진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그런 점에서 아직도 저 닫힌 공간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은 신기하기까지 한 일입니다)


우물안 개구리들

우물안 개구리들



무튼 이같은 아고라식 토론방에 비한다면 블로그는 확실히 열린 공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른바 대세라는 데 영향을 받지 않고 자신만의 얘기를 해나갈 수 있는 곳이니까요 주체적으로 설 수 있는 여지 또한 그만큼 더 큽니다 

무엇보다 책임성이라는 점에서 아고라식 토론방과 블로그는 확연한 차이를 보입니다 자기 이름을 걸고 있는 블로그는 일종의 개인 연대기입니다 자신의 연대기에 무책임한 뻥이나 썰을 남기는 사람은 없지요 물론 전혀 없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무시해도 무방합니다 어차피 오래 못 갈 블로그니까요 그런 블로그는 자연적으로 도태되고 맙니다

블로그에도 한계는 있습니다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는 한계입니다 아고라식 토론방은 우물안 개구리 놀음이거나 말거나 일단은 한데 모여 있습니다 바글바글 모여 있기에 즉각적인 피드백이 일어납니다 끼리끼리만 논다는 게 문제긴 하지만 어쨌거나 다른 사람과의 소통이 가능한 구조입니다 개구리 왕국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블로그는 다릅니다


블로고스피어, 열린 공간 그리고 블로그는 어떻게 소통하는가


블로그는 모두 독립적으로 존재합니다 다른 블로그 혹은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이 원천적으로 차단되어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블로그는 그 각각이 하나의 고립된 섬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트랙백은 이같은 각각의 블로그를 이어주는 창구입니다 더 엄밀하게는 서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각기 다른 생각들을 연결해주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자 도구입니다 이것은 다른 말로 하면 각각의 블로그를 서로 독립 가능하게 해주는 조건이 트랙백이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블로그는 트랙백이라는 창구를 통해서 비로소 소통을 시작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트랙백을 죽어라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저 아고라의 우물 속을 그리워하는 이들입니다 하루종일 똑같은 소리만 앵무새처럼 하고 있어도 서로 이뻐서 죽겠다며 빨아주고 핥아주는 패거리주의에 빠져 사는 친구들입니다 달콤한 말에 취해 귀에 거슬리는 소리는 죽어도 못 듣겠는 사람들입니다

그럴 수도 있습니다 사람인 이상 듣기좋은 소리 들으며 살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일 터입니다 다만 기가 막히는 것은 듣기 좋은 소리만 듣고싶어 하는 이 친구들이 입만 열면 쏟아내는 말들이 차마 귀 열고 들어주기 힘든 악다구니들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도 이해하려 들자면 뭐 꼭 이해하지 못할 바도 아닙니다 사람이니까요


트랙백, 다른 의견을 보는 즐거움을 넘어서   


하지만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친구들은 그야말로 눈만 벌어지면 그리고 입만 열면 다양성을 말하고 차이를 말하고 관용을 말합니다 무엇보다 하루에 딱 37번씩은 소통을 강조해 부르댑니다 어떤 때는 소통을 부르대다 제 흥에 겨워 껍뻑 나자빠지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그런 소통의 전령들께서 소통의 유일한 창구인 트랙백에는 한사코 인색하기만 합니다 인색한 정도가 아니고 아예 차단도 밥 먹듯이 합니다 당근 그럴싸한 이유를 덧붙여서입니다(말로 이 친구들 따라갈 자 세상에 없습니다) "너같이 질 떨어지는 블로그랑은 엮이고싶지 않어요~"

거짓말입니다 헷소리구요 비겁한 자들이 항용 들이대는 핑계입니다 더 계속하면 점잖은 이 사람도 거의 같은 수준으로 떨어질 염려가 있기에 그냥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다만 택도 아닌 거짓말 싸지르며 우물 안에서 놀고 있는 개구리 왕국의 친구들에게 한마디는 해드리고 싶습니다  


"대한의 블로거들이여, 소통하자 - 트랙백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