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가 광고매체로 사용되는 것에 대해 찬성하십니까? 대답은? 이보다 더한 우문이 있을까싶다. 블로그는 개인적인 공간이다. 그런 사적인 영역에 대고 누가 광고를 하라 마라 할 수 있겠으며, 또한 '나는 반대요'라고 단언할 수 있을 것인가?
 
블로그는 당연히 광고매체로 사용될 수 있다. 블로그가 광고 매체로 사용되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는 뜻이고, 더 정확히는 '찬성하지 않는다'는 말 자체가 무용하다는 의미다. 이같은 전제를 달고 블로그에 광고를 싣는 일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면, "블로그에 광고를 싣는 일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블로그가 광고매체로 사용되는 것을 경계한다
 

블로그의 광고매체화, 찬성하십니까?블로그의 광고매체화, 찬성하십니까?


국가 권력을 '리바이어던'이라는 괴물에 비유하며 경계하던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전 사회를 집어삼키고 있는 지금 우리가 경계해야 하는 리바이어던은 더 이상 국가 권력이 아니다. 자본 권력이다.
 
블로그를 1인 미디어라고 말한다. 광고매체로서의 블로그가 문제되는 것도 이 지점이다.
 
과거에는 미디어 즉, 언론이 일정 부분 국가 권력의 영향력 아래 있었다. 그러나 지금 미디어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자본 권력이며, 그 권력이 현실적으로 표출되는 방식이 바로 광고다. 한마디로 미디어를 먹여살리는 것이 광고고, 그 광고가 나오는 것은 자본 권력으로부터인 것이다.
 
그러므로 미디어는 과거 국가 권력에 대해 그래 왔던 것처럼 자본 권력과의 관계에서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경주한다. 그 바탕에는 엄격한 트레이닝 과정과 이를 통해 얻은 기자로서의 소명 의식과 자긍심, 그리고 기자 윤리가 있다.
 
블로그의 광고매체화 논의 이전에 광고블로거의 윤리의식 제고가 우선이다

하지만 이제 갓 태동기에 있는 블로그에서 이같은 소명의식이나 기자 윤리를 기대한다는 건 무리다. 블로그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의미가 아니라, 미디어 윤리 일반을 체득하기 위한 최소한의 트레이닝이나 검증 과정이 아직은 부재하다는 의미에서다. 블로그가 광고매체로 사용되는 것에 조심스러워야 한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상당한 교육과 훈련을 거친 기자의 경우에도 자본 권력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에서 아무런 미디어적 소양이 없는 블로거가 자본 권력에 얼마나 취약할 수 있는지는 굳이 그 결과를 보지 않아도 익히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도배하다시피 붙어 있는 숱한 광고와 그 광고주에 영합하는 포스팅을 블로그에서 보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블로그의 가장 큰 강점이자 미덕은 그 자유함에 있다. 그러나 블로그에 광고를 싣는 순간 블로그에 글을 쓰는 일은, 적어도 그 광고에서는 이제 더 이상 자유로울 수 없다. "블로그가 광고매체로 사용되는 것에 대해 찬성하느냐"는 물음에 흔쾌히 '옛스'라고 답을 할 수 없는 까닭이다. <끝>



월간 아임앤애드<IM>월간 아임앤애드<IM> 2008년 8월호


 
위에 옮긴 글은 월간 아임앤애드(이하 <IM>) 2008년 8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월간<IM>은 2008년 5월에 창간된 잡지로 온라인 마케팅 전문지입니다.[각주:1] <IM>에는 <zigzag>라는 꼭지가 있습니다. 시의성이 있는 이슈에 대해 네 명의 필자가 yes/no의 의견을 밝히는 꼭지인데, 8월의 이슈는 '블로그가 광고매체로 사용되는 것에 대해 찬성하십니까?' 였습니다.

"블로그인가, 광고판인가"라는 포스팅을 한 적이 있습니다. 구글 애드센스로 시작된 '광고 붙이기'가 '돈 된다'는 입소문을 타고 거의 '기습했다' 할 정도로 블로고스피어를 급속히 파고들던 때였습니다. 무분별하고 무차별적으로 이루어지던 그 광고 공세가 어찌나 거셌던지 듣보는 이의 눈살이 다 살짝 찌푸려질 정도였지요. 그래서 내뱉듯이 쓴 글이었습니다.

그런데 월간<IM>이 이 포스트를 보고 '블로그 광고매체화'에 대한 찬반을 묻는 8월호 <zigzag> 꼭지에의 참여를 요청해왔고, 기꺼이 응했습니다.

제 경우는 일종의 구색 맞추기였습니다. 기고한 글에서도 밝히고 있지만, 질문 자체가 '우문'이었습니다. NO라는 답 자체가 나올 수 없는 질문이었지요. 게다가 <IM>이라는 잡지는 마케팅 전문지입니다. 해당 호의 특집 기사는 '바이럴 마케팅'이었구요.[각주:2] 처음부터 NO는 없는 질문이었다는 뜻입니다. [각주:3]

이같은 사정은 위에 첨부한 그림의 실제 기사에서도 그대로 나타납니다. 다른 세 분 모두(당연히!) 찬성을 하고 있습니다(저의 경우는 'YES OR NO'로 나와 있군요). 기사를 보여줄 수 있다면 참 좋겠는데요. 그럴 수 없는 게 안타깝습니다. 위에 옮긴 제 글의 경우는, 원래 글 만드는 재주도 없는 데다가 스탠스까지 어정쩡해서 어설프지만, 다른 세 분의 글은 그야말로 명문입니다. 블로그가 광고매체로 사용되는 것에 대해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기회가 닿는대로 꼭 한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에니웨이, 뜬금없이 작년 8월에 쓴 저 글을 옮기는 이유는 요 며칠 사이에 일고 있는 '테터앤미디어 논쟁' 때문입니다. (관련 글 이어집니다)



<덧붙이는글> 일단, 여기서 글을 끊습니다. 쓰다보니, 글이 너무 길어져서입니다.
사실 위에 옮긴 저 기고문을 전하던 당시 블로그에 올릴 요량으로 꽤 긴 글 하나를 더 썼댔습니다. 원체 글재주가 없는 터라 제한된 지면으로는 하고싶은 말을 다 할 수 없었기 때문이지요. 잡지가 나오면 함께 묶어 올릴 요량이었습니다. 하지만 잡지가 나왔을 즈음에는 새로운 프로젝트 건으로 블로깅을 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그냥 잊고 지냈습니다.
그런데 최근 여기저기서 테터앤미디어의 블로그마케팅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가 나오는 터라 그 글을 찾았습니다. '날로 먹는 포스팅'을 하나 함 심산이었겠지요. 헌데 이게 어느 구석에 짱 박혔는지 안 보입니다. 그래서 우선 메일로 보낸 기고문을 찾아 싣고, 여기에 다른 얘기를 얹어보려 합니다.
<덧2> 설날 명절 동안 한 보름여 자리를 비운 데다 요즘 살짝 한눈을 팔았더니 일이 장난 아니게 밀렸습니다. 관련 포스팅은 아무래도 하루 이틀 늦어질 것같습니다.

  1. 그렇다고 해서 '듣보잡' 아닙니다.  웹디자인 웹프로모션 분야에서 상당한 지명도와 영향력이 있는 월간<web>의 ㈜웹스미디어컴퍼니가 발행하는 잡지입니다. [본문으로]
  2. 블로그의 광고 매체화에 대한 이슈가 <zigzag>의 주제로 정해진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습니다. [본문으로]
  3. 이게 문제라거나 뭐 그런 얘기는 아닙니다. 저런 사항에 대해서는 충분히 알고 응한 기고였습니다. [본문으로]